청력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아내와의 생활을 통해 베토벤에게 다가가는 음악학자의 이야기.

베토벤은 누구나 인정하듯이 천재다. 그러나 청력을 잃은 채 작곡하는 능력은 베토벤의 재능이 아니다. 그 작업은 길고 고통스러운 적응의 과정이었고, 머릿속이 아니라 종이 위에서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는 행위였으며,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찾아다니는 일이었다.

아내 바버라가 인공와우 시술을 받은 뒤, 왜곡되고 혼란스러운 소리를 듣고 그것을 자신이 아는 소리에 대입하게 되자 어느새 그것을 (어느 정도) 제대로 알아듣게 되는 과정. 이런 경험은 사실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시끄러운 거리에서 좋아하는 노래도 소음의 일부일 뿐이지만 가사와 멜로디 한 구절을 알아듣고 그게 그 노래임을 알아채면 그 노래만을 구분해 듣게 되는 경험 말이다.

서문만 읽었음에도 난청인 가족을 둔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약간 공감가는 이야기가 많다. 중간중간 훑어보니 베토벤의 이야기는 더 흥미롭다. 연구서와 장애-힐링 에세이를 오가는 저자의 스타일이 마음에 든다. 사두고 거의 1년이 넘었는데 그저 갑자기 읽게 됐는데, 진작 읽을걸 그랬다. 설 지나면 꾸준히 읽어야지.

- 노자에게 지혜를 청한 세관원에게도 감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