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0일차 독후감.
무라타 사야카, 편의점 인간, 2016, 살림.
사회의 정상성 속에서 은밀히 작동하는 사회의 본질을 적확히 파악하고 그것을 곧이곧대로 언행으로 옮기면 ‘비정상’이 되어버리는 모순을 꼬집는 소설. 손원평의 《아몬드》가 생각나지만 그보다는 더 암울한 내용이다. 주인공이 자신이 실지로 생각하는 바와 달리 남들이 원하는 바대로, 즉 사회가 강요하는 정상성에 맞춰 행동하는 것은 마치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의 주인공 같았다. 물론 다자이 오사무의 경우가 더욱 무거운 문장들을 써내려가고 있지만.
이야기 자체의 몰입성은 대단하다. 아마 단순하게 직관적으로 읽기 쉬운 스토리와 문장들 덕분이려나. 다만 계속해서 사회의 모순에 천착하던 이야기의 흐름이 결국 편의점 점원으로서의 나로 귀결되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혹시 작가 스스로 18년째 편의점에서 일하기 때문에 나타난 결말일까? 아니면 사회의 모순과 정면으로 부딪히던 주인공마저도 21세기 자본주의 사회의 정수라 할 수 있는 24시간 편의점에서 일하는 것으로 스스로의 인생을 국한하고 만족한다는 점에서 진실로 사회와 유리된 인간은 존재할 수 없다는 비극적 결말인가? 만약 작가가 의도한 바가 후자라면 《인간실격》보다 더 암울한 내용이고 어쩌면 무섭다고까지 평할 수 있겠다.
뭐 이렇게 사회의 모순까지 나아가지 않더라도 한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남들처럼 살아라’에서 벗어나는 이들에게 행해지는 눈초리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소설로 읽을 수도 있겠다. 우리가 명절을 기피하게 된 이유가 바로 그것 아니었는가. 00이는 대학 어디 갔니? 취업 언제 하니? 결혼은? 아이는? 집은 어디로 정했고? 등등의 혈연이라는 명분 하에 나의 삶을 멋대로 정상인지 비정상인지 재단하는 짓거리 말이다. 물론 비단 명절 때뿐만이 아니더라도 그러한 일들은 매일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긴 하다. 한국에는 개인주의자가 극히 적다. 문유석이 《개인주의자 선언》에서 주장한 바만 사람들이 지켜줘도 한국은 훨씬 살만한 사회일 텐데. 남에게 피해 안 가는 선에서 하는 일들은 모두 용인되어야 한다. 각자의 삶에 존중을 해주자. 그래도 젊은 층에서는 점점 그런 분위기로 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한데 디씨 같은 곳 보면 오히려 그 반대의 흐름이 강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ㅎㅎ
아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니 편의점 알바든 뭐든 주인공처럼 주 4일 아르바이트만 하면서 생계를 꾸려나가는 것도 꽤나 좋을 것 같다. 주 40시간 일하고 주에 대략 35만 원을 받는다 치면 월 140만 원. 이 정도면 내 나름대로 원룸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아르바이트할 사람이 없어 보통 시급을 최저시급보다 더 높게 쳐준다는 일본의 경우와 달리 한국은 그럴 상황이 아니니... 그래서 다들 안정적인 직장인 공무원이나 공기업을 선호하는 것이겠지. 뭐 살다가 내 한 몸 간수할 여력이 안 되면 경찰서 앞에서 괜한 난동이나 피워서 감옥이나 들어가야겠다. 그런 경험도 한 번쯤은 나쁘지 않겠지. 물론 남을 해쳐서 징역을 받음 안 되겠고 남을 안 해치는 선에서 징역을 받을 방법이 있으려나. 간첩 흉내라도 내야 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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