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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말해주듯 이 책은 해커들에 대한 책이다. 50-60년대, 70년대, 80년대의 세 파트(마지막의 여담과 같은 짧은 파트4를 제외한다면)로 구성된 <해커스>는 각 시대마다 해커들에게 있었던 공통적인 시대의식을 짚어내는데, 이 시대의식과 각각의 뛰어난 해커들이 어떤 식으로 상호작용을 일으키고 어떻게 지금 우리가 아는 컴퓨터의 시대를 만들어냈는지를 서술하고 있다. 어떻게 군사 조직에서나 쓸 법한 초문명적이고 육중한 괴물이 이용 가능한 수준까지 내려왔는지, 어떻게 그게 우리 모두에게 좀 더 공개적으로 변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것이 상업적으로 이용될 수 있을 수준까지 퍼졌는지를 말이다. 대략적으로 개괄하자면 이 각각이 책의 세 파트에 해당한다.
50-60년대의 해커들은 추상적이고 이상적인 학업 공동체에 소속된 인물과도 같았다. 오직 그들의 두뇌와 능력만이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했고, 오직 컴퓨터를 통해 무언가를 구현하는 행위에만 치중한 삶을 살았다. 그렇기에 이 행위는 최대한 효율적이어야 했고 이것을 가로막는 것은 저작권이건, 규정이건, 비밀번호건, 뭐건 신경 쓰지 않고 뚫어내 마저 일을 계속했다. 그들의 유희조차 당시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전자오락이었고, 이 해커들이 모여 있던 MIT 인공지능 연구실은 마치 하나의 무정부주의적 공동체와도 같았다. 하나 같이 괴물 같은 실력을 가진 공동체였으며, 그 자유가 온전히 능률을 위해 투자되었기에 더욱 더 효과적이었던 공동체 말이다.
그런 와중에 시간이 흐르며, 저 멀리 캘리포니아 쪽에서는 정반대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MIT의 해커들의 엘리트주의적이고 다소 예술 지향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태도를 딱히 반기지 않는 사람들 말이다. 그들은 MIT의 해커주의 중 자유에 대한 부분에 더 집중했다. 모든 정보가 자유롭고 평등하게 모두에게 분배되어야 한다면, 이 모두에는 능숙한 해커들 뿐 아니라 일반적인 사람들까지 전부 포함되어야 한다는 식으로. 무정부주의적인 색채를 띄고는 있지만 현실 정치와는 상당히 거리가 멀었던 MIT의 해커들과는 달리 캘리포니아의 해커들은 현실과 좀 더 맞닿아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들은 소형 개인용 컴퓨터와 다양한 잡지들을 통한 모임을 통해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러자 이들도 예상하지 못한 변화가 생겼다. MIT의 해커들은 상상도 못하던, 상업적인 해킹 말이다. <해커스>에서는 주로 게임 산업의 발달에 초점을 맞춰 이 80년대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하기 위해 돈을 주며, 동시에 게임을 하는 사람이 딱히 컴퓨터에 대해 그렇게까지 많이 알 필요는 없고, 마찬가지로 게임을 만드는 사람도 기존에 비해서는 컴퓨터에 대해 조금 덜 알아도 되는 시기가 왔다. 그리고 어느 쪽으로든, 컴퓨터는 분명히 돈과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그러니 당연히 한 때는 해커들의 공공의 적과도 같았던 폐쇄적인 기업들이 다시금 해커들의 위에 쌓이기 시작하고, 한 때 개방적이었던 회사 온라인, 또는 시에라가 성장의 끝에 해커주의와 완전히 결별하게 되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세 번째 파트가 끝난다.
마지막 파트는 이 변화의 애상감을 위해 할애되었다. 이미 해커주의라는 흐름이 지나가버린 80년대에, 유일하게 해커주의 철학을 지키며 MIT에 남아 있던 해커 리처드 스톨만의 이야기를 하며 시작해 여태까지 이야기한 해커들이 현재, 그러니까 90년대와 또 그 뒤인 10년대에 어떤 모습이 되었는지를 각각 짧게 이야기하며 마무리한다.
<해커스>는 참 역동적인 시대를 다루는 책이며, 동시에 상당히 감성적인 책이다. 등장하는 수많은 해커들이 서로 어찌나 이 산업 안에서 얽혀 있는지, 이 책을 일종의 군상극 소설로 읽을 수도 있을 정도다. 만약 독자가 평소에 GNU 자유 소프트웨어에 관심이 많고 <성당과 시장> 같은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이 책은 참 서글플 것이다. 반면 독자가 컴퓨터의 역사를 일종의 산업이라고 처음부터 생각하고 있었다면 이 책은 흥미로운 역사서일 것이다. 나는 전자에 가깝고, 개방적인 회사와 제품의 예시로서 애플이 작중에 등장했을 때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참 재밌으면서도 뭔가 서글픈 구석이 많았다. 어쩌면 위에서 한 말과는 다르게, 독자가 이러한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해커스>의 매력이 반감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살짝 든다. 이 책은 내용이 담고 있는 실제 역사만큼이나, 그 사관 역할을 하는 작가 스티븐 레비의 시각 역시 매력적인 책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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