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나 쇼펜하우어를 무비판적으로 읽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임


'아, 이런 부분은 시대적 한계를 보여 주는구나'


'여기서는 작가의 편견이 나타나는구나'


최소한 난 여태까지 이렇게 해 왔음



근데 오늘 문득 생각해 봤는데, 다른 말로 하면 나는 여태까지


니체나 쇼펜하우어의 사상 중에서 '덜 논란되는' 부분은 쉽게 쉽게 의심도 안하고 수용했으면서


'논란되는 부분' 즉, 현대 사회의 가치로 여겨지는 것과 배치되는 요소는 너무나도 간단하게 구태의연한 발상으로 치부해 버렸다는 것임


니체와 쇼펜하우어가 당대 최고의 지성인 것은 분명하고, 서늘할 정도의 지혜와 위대한 예지력을 보여준 사람들인데


내가 뭐라고 존재하지도 않는 것 같은 현대인의 우월성을 가장하면서 그 사람들의 통찰을 선별적으로 받아 들이는 걸까?


난 이제까지 철학자들의 시대적 한계를 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 왔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그건 나는 언제든지 그들의 생각을 내 현대적 고정관념에 따라 취사선택하고 오용하겠다는 선언과도 같은 것이었다고 생각함



'소크라테스는 반-민주주의자였다!' 같은 서술을 읽으며


'역시 그 정도의 지성인도 당대의 편협함에서는 벗어나지 못하는구나' 같은 득의양양한 태도가 비판적인 태도가 아니라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우리 사회가 보완해 나가야 할 점이 있을까?' 같은 태도가 비판적인 태도가 아닐까?



아무튼 오늘은 쇼펜하우어를 다시 읽고 싶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