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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그믐>은 무려 28명에 달하는 일본 근대 소설가들의 산문을 엮은 산문집이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나쓰메 소세키, 다니자키 준이치로 등의 대문호들의 번역된 산문들을 만나보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필자는 망설임 없이 이 책을 만나자마자 구매할 수 있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드는 생각은 "작가들의 재발견"이다. 우리는 작가들을 떠올릴 때 '이 작가는 이거지'하면서 가지는 나름의 심상이 있다. 가령 나쓰메 소세키의 모던하고 침착한 느낌이라던지, 아쿠타가와의 어둡고 살풍경한 느낌을 들 수 있다. 이 책에선 그들의 새로운 면모를 볼 수 있다. 작가라 함은 단지 작품 몇 개만으로 국한되는 인간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필자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큰 강의 강물>과 <피아노> 단편을 읽고 적잖이 놀랐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라쇼몽>, <지옥변>으로 대표되는 그의 암울하고 다소 잔혹하기까지한 작품관에선 전혀 볼 수 없는 여유와 자연미가 넘쳐났다. 특히 <피아노>의 아름다운 풍경이 압권이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버려진 피아노를 이렇게나 아름답게 장식할 수 있는 작가였던가. 물론 그의 단편 <코>는 익살스러움으로 유명하지만, 나는 <코>를 읽을때도 어딘가 어둡고 여유없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필자도 모르게 아쿠타가와는 어두운 작가라고 속으로 단정짓고 말았다. 그는 충분히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 작가였다.
또한 일본 근대문학계란 이렇게나 넓은 곳이라는 깨달음도 얻었다. 우리에게 친숙한 작가들은 그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이 책에 수록된 28명의 작가들 모두 제각각의 빛을 내는 보석들이었다. 새삼 근대 일본은 문학가들에게 있어 하나의 르네상스였다는 것이 실감난다. 시대의 격류, 혼란 속에서도 작가들의 나름의 방법으로 자신만의 글을 써내려갔다. 어떤 이는 죽은 친구를 회상하며, 어떤 이는 추억에 빠지며, 어떤 이는 자연의 작은 부분들을 바라보며 글을 썼다. 이런게 삶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모든 단편들은 삶의 작은 파편이 되는 셈이다. 그 파편들이 한참 시간이 흐른 먼 훗날의 필자에게도 닿아 그들의 인생을 보여주었다는 사실은 필자에게 하나의 큰 감동이었다. '소설은 하나의 타임캡슐이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여러분도 언젠가 이 백년 전의 일본으로부터 온 타임캡슐을 열어보았으면 좋겠다.
슬픈 인간이라는 산문선도 읽어보삼
오 ㄱ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