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콤플렉스 극복하기 - 소설가 되기
다행히 2년 7개월만에 석방되었지만, 이 필화 사건은 이병주 인생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쳤다. 이때의 경험을 반영한 <소설, 알렉산드리아>란 중편소설이 <세대>에 실리면서 정식적으로 등단하게 된다. (57년 <내일 없는 그날>이란 소설을 부산일보에 연재하긴 했지만, 정식적인 등단작은 아니다.)
물론 소설만 썼던 것은 아니다. 출감한 이후, 63년에는 폴리에틸린(비닐) 사업, 66년에는 조립주택 사업을 하다가 두 번 다 실패하였다. 정치인에서 동네 거렁뱅이에 이르기까지 인맥이 넓었고, 서재에는 경제학 원서가 수북히 쌓여 있을 정도로 경제에 밝은 그였지만, 그냥 사업가란 직업 자체가 체질에 잘 안 맞았나 보다.
사업에 실패한 그는 미친 듯이 소설을 써내려가기 시작하는데, 그의 저서는 80여권에 이른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등단해 고작 27년 쓴 거치고는 굉장히 많은 양이다.
그는 <지리산>, <산하>를 비롯한 대하장편 소설 쓰기에 착수하였고, 70년대 중반에는 “이병주를 읽은 사람과 안 읽은 사람으로 나누자.”라는 말이 나올만큼 영향력이 컸다고 한다.
요즘도 신경숙, 박민규 등등 표절 시비가 벌어지듯, 이병주도 표절 의혹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려웠다. <지리산>이 이태의 <남부군>을 아주 그냥 갖다붙였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이병주는 “이태의 집이 있는 봉천동까지 가서 허락을 받고 왔다.”라며 해명했지만, 그래도 지나치게 인용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었다.
(최초의 빨치산 수기 <남부군>을 쓴 이태)
나는 지난달에 <지리산>과 <남부군>을 읽으며 직접 비교해보았다. 확실히 많이 베끼긴 했더라. 이병주 게이야...
“누구냐”
대답이 없었다. 약간 사이를 두고 다시 말했다.
“누구냐? 군호를 대라!”
그때에야 다시 사람 기척이 나더니 낮은 소리로 되물었다.
“동무요? 우리는 먼 데서 온 사람이오.”
국군은 ‘암호’라는 말을 쓰고 인민군은 ‘군호’라는 말을 썼다. 그래서 저쪽도 이쪽을 대강 짐작한 것이다.
“먼 데서라니, 군사 칭호를 대시오.”
“계룡산에서 연락차 온 사람이오.”
“계룡산?”
“예, 충남 도당이오. 동무들 소속은 어디요?”
“우린 남부군사령부요.”
-지리산 7권 111p
“누구!”
아무 응답이 없다. 약간 사이를 두고 두 번째 수하를 했다.
“누구! 군호 대라!”
그제야 다시 인기척이 나면서 낮은 목소리로 되물어왔다.
“동무요? 우린 먼 데서 온사람이오.”
국군은 ‘암호’이고 인민군은 ‘군호’라고 하기 때문에 판별이 간 것이다. 먼 데서 왔기 때문에 그날의 ‘군호’를 모른다는 뜻이다.
“먼 데라니? 군사 칭호를 대시오.”
“대둔산서 선 달러 온 사람이오.”
“대둔산?”
“예. 충남도당이오. 동무들 소속은 어디오?”
“우린 남부군 사령부요.”
-이태, <남부군> 436p
이거 말고도 마지막 권의 수십 페이지가 이런 식으로 거의 복붙 상태에 있다. 이태 본인의 허락을 받았다는 점, 글 앞에 <남부군>을 인용한 것이라 밝혔다는 점, 당시의 저작권 인식이 요즘과 같지 않다는 점을 들어, 나름 변호할 수 있을지 모르나... 여튼 명백히 도를 넘은 인용이었던 것은 맞다.
이외에도, 이병주가 전두환과 친분이 있어 청와대를 자주 들락날락 했으며 그를 옹호하는 수필을 쓰기도 했다는 얘기 등이 그의 흠으로 거론된다.
뭐 그런 흠들이 ‘이병주의 몰락’으로 이어져서 한동안 문학사에 잊혀지게 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애당초 그는 문단과 좀 거리가 있었고, 대중소설가의 테두리 안에 있었다.
4. 죽음과 재평가
이병주는 1992년 폐암으로 사망하였다. 그는 죽을 때까지 소설에서 손을 떼지 않았고, 마지막 작품 <별이 차가운 밤이면>은 미완으로 남게 되었다.
2005년부터 그의 문학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이병주 기념사업회가 발기되어, 한길사에서 이병주 전집(전 30권)을 출간하고 이병주 국제문학상을 제정했다. 이때 김윤식, 이문열, 이어령, 권영민 등등 익히 알려진 문단의 거물들이 나서기도 했다.
또한 2008년 하동군 북천면, 그의 고향 땅에 이병주 문학관이 개관하였다. 나도 코로나가 끝나면 한번 가볼 생각이다. 보통 하동하면 박경리 문학관이나 최참판댁 많이들 떠올리는데, 이참에 이병주 문학관도 한번 가보는 건 어떨까?
소설보다 더 소설 같았던, 이병주의 파란만장 인생사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섬진강 변 오룡정에 있는 이병주 문학비에는 <산하>의 유명한 아포리즘 한 구절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태양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월광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
이병주, 지리산의 역사와 섬진강의 신화가 될 그 이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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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김윤식 평론가의 <이병주와 지리산>, 이승하 시인이 포스팅한 <이병주 문학 학술 세미나>의 요약본을 참고해서 쓰였음을 밝힙니다
로쟈 추천으로 관부연락선 잀을 예정이긴 한데 이거 말고 다른 소설은 뭐 추천함
소설 알렉산드리아가 분량도 짧고 더 재밌음. 소설 알렉산드리아 ㅡ> 관부연락선 ㅡ> 산하/지리산 순으로 읽는 걸 추천함.
ㅇㅎ 알렉산드리아도 읽을랬다 ㅋㅋㅋ 흠 지리산은 돚거라 안 끌리고 연락선 맘에 들면 산하 가봐야겠다
와 늦게 쓰기 시작했는데 진짜 많이 썼네ㅋㅋ 저 마지막 말 넘모 멋있음
ㄹㅇ 핵간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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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한 인생의 반영이라 해야되나, 그의 소설들은 그만큼 폭넓은 소재와 풍부한 서사가 특징적임. 이런 부분에서, "아름다운 문장을 쓰지는 못하지만, 압도적인 지식량을 자랑하는" 일본어 세대의 강점이 눈에 띔 ㅇㅇ 언젠가 독갤에 이병주 붐이 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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