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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 폭탄같은 소설이더라. 근데 그 시한 폭탄이 매 분 매 초 터지는 것 같은.
1부에 작가가 스위드를 만나서 그의 지나치게 형식적이면서도 완벽해 보이는 태도를 보고 미심쩍음과 함께 상당한 적의를 품게 되는 묘사가 나오는데, 그런 태도가 필립 로스가 스위드와 같은 유형의 인물에 대해 실제로 품는 감정이 아닐까 의심이 들더라. 소설은 스위드와 그 가족이 잘못한 것이 없음에도 맞게 되는 비극을 아이러니하게 그리는 듯 하지만, 기실 더 나아가 작가가 팔을 걷어붙리고 스위드를 학대하려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스위드, 그리고 그가 대표하는 표피만 남은 미국의 실상, 을 보여주기 위해선 그의 피부를 찢어버리고 그 장기 하나하나를 해부해 전시해야 한다는 듯이.
사실 작가가 하고싶은 말은 1부만 들여다 보아도 모두 알 수 있다. 이 때 이야기의 모든 전말이 이미 드러나며 소설의 주요한 상징과 의미는 작가의 입으로 직접 줄줄 읊어 주는 것과 다름없을 정도이니까. 이후 1부 후반부터 소설의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것은 이것을 계속해서 되새김질하며 스위드의 가짜 세계가 얼마나 허황된 것이었는지, 그리고 그게 어떻게 반복되어 파괴되는지를 온갖 문학적 기교로 반복하여 묘사하는 것이다. 이는 사실 어느정도 지나치게 반복적이기도 하고 (좀 더 짧았어도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꽤 지치기도 하는 과정이지만, 이 과정에서 필립 로스가 보여주는 그야말로 파괴적인 필력은 글로 캐릭터 하나를 고문한다는 것을 극단으로 보여주는 듯 하다. 거기서 오는 역설적인 쾌감이 있달까..
이미 스위드는 2부에 돌입할 때 쯤 충분히 너덜너덜해져 있지만, 필립 로스는 이걸론 어림도 없지 하면서 수백 페이지를 할애해 주인공을 몇 번이고 바닥으로 쳐박아버린다는 인상이다. 그리고 그 공격 대상은 이내 가족으로, 이웃으로, 미국이라는 나라 전체로 확장된다. 미국 안의 어떤 것도 필립 로스의 크나큰 적의의 과녁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작가의 세상에 대한 탄식이라기보단 일종의 악의로 읽힐 지경의 작품이란 생각이지만, 마지막 파트에서 하룻밤의 식사를 거의 완벽한 기교로 작살내버리는 마무리를 읽다 보면 이것 참 매혹당하지 않을 수 없는 분탕질이구나, 하는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뭔가 찝찝한 맛을 지워버릴 순 없지만 이게 파괴와 고문 자체에서 오는 쾌감이든 뭐든, 거부하기는 힘든 작품이다.
이거 이완 맥그리거가 영화화한 작품도 있던데, 작가의 문학적 역량 없이 이 이야기를 어떻게 연출로써 버텨냈을지 궁금할 따름이다. 그냥 막장드라마같지는 않을지 걱정되면서도 보고싶긴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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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커먼의 의도야 어찌됐건, 나온 결과물로서의 소설은 꽤 가학적인 형태라고 생각함. 이미 1부에서 모두 밝혀진 이야기를 2,3부에서 스위드의 내면을 따라다니면서 그가 세워둔 허상이 얼마나 철저하게 무너지는지를 세세히 묘사하는 형태니까. 소설이 스위드가 상정하온 세계를 무너뜨리는 것을 하나의 목적으로 삼고 그걸 반복하고 있고, 거의 톱니바퀴처럼 스위드에게
최악의 비극을 차례로 선사한단 점에서 완전히 스위드를 무너뜨리는 형태의 소설이라고 봤음. 이런 비극을 그릴 때 물론 더 큰 걸 의도했다거나 일종의 상징으로 이용했다거나 하는 명분을 붙일 수 있겠고 당연히 그런 부분의 성취가 있는 소설이지만, 동시에 뭐 비극적으로 무너지는 성공한 인물이란 소재는 작가든 독자든 은밀하게 즐길만한 소재라는 생각도 있음.
스위드의 내면을 이해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그 내면을 온갖 기교로 파괴하는 지점까지 나아간 부분도 꽤 많은 소설이라고 봤음. 뭐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보지만..
ㅇㅇ 그거야 당연하지. 나도 스위드란 인물에 대한 소설 얘기를 하는거임. 재창조했든 뭘 했든 거기에 가학적인 부분이 있다는거. 그게 꼭 나쁜 방법이란 생각은 안함. 라스 폰 트리에 도그빌같은 작품도 생각나는데, 그게 가학적인 태도를 취했다고 비윤리적이거나 하는 생각은 안하거든. 난 스위드에 대한 예의나 그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님.
다만 스위드의 삶을 비극적으로 그리는 과정에서 거의 인물을 괴롭히는 지점까지 가는 면모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게 작품의 목적과 맞닿은 부분일까 하는 점에서 찝찝한 점이 있을 따름임. 너도 말했듯이 스위드의 내면을 밝히고 이해하는 게 목적이었다면 말이지.
작품이 너무 길다는 인상하고도 연결되는 부분 아닐까 싶음.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파고들어서 반복해서 스위드의 몰락을 전시하는 게 어떤 미학적 성취가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거든. 사실 하고자 하는 말이나 세계는 진작 완성된 듯 보이는데 말이징.
그게 립 로스의 감정이 투영된 거 아닐까 싶었다고 했음. 소설 속 소설이 아니라 작품 전체를 쓰는 입장에서 스위드란 인물형 자체에 대한 반감도 조금 작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걍 추측인거지.
글쎄, 자꾸 의도하고 결과물을 합쳐서 생각하는 거 같은데 주커먼의 의도를 작가의 의도와 완전히 같은 것으로 본다고 해도 작품 속 캐릭터를 보는 작가의 관점도 하나로 통일되진 않을 것이고 결과물이란게 완전히 일관성 있는 관점으로 통일될 거란 생각은 별로 안 드는데. 완전히 의도와 통일된 관점을 유지할 수 있다는 믿음이야말로 스위드의 실패 원인 아닌가ㅋㅋ
난 의도에 대해 말한 게 아니라 결과물에 대한 얘기를 한 거임. 니가 말하는 목적의 수단으로서 사용됐다는것도 동의함ㅇㅇ 근데 그게 좀 과한 면이 있어 보인단거지. 뭐 내 관점일 뿐이고 강요할 생각은 없음
ㅇㅇ 나도 다른 생각 들어서 좋았음 나도 이 소설 좋게 봤어 근데 당연히 좋았던 부분들보단 좀 찝찝했던 인상 위주로 남기다보니 부정적인 얘기가 많이 들어간듯
나도 불만은 2부 부분에 집중적으로 있었고, 1부랑 3부는 되게 좋았음. 스위드와 메리 대화는 압권이었지. 대화 자체도 숨막히게 잘썼지만 그걸 연쇄적으로 개행조차 안하고 빽빽하게 몰아치는데 읽는데 숨차더라 ㄹ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