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viewimage.php?id=3fb8d122ecdc3f&no=24b0d769e1d32ca73dec83fa11d028313e457d3f472465ed713dd3021e9c2a4488fb97a0990ac2412e91bb5c20bc1cfced9de77619757f4fd641fbff7241e1aa35df7f3f9051671a30d7d31bfd634ab50d022c1f26c5b74b6a107d821d05



  시한 폭탄같은 소설이더라. 근데 그 시한 폭탄이 매 분 매 초 터지는 것 같은.

  1부에 작가가 스위드를 만나서 그의 지나치게 형식적이면서도 완벽해 보이는 태도를 보고 미심쩍음과 함께 상당한 적의를 품게 되는 묘사가 나오는데,  그런 태도가 필립 로스가 스위드와 같은 유형의 인물에 대해 실제로 품는 감정이 아닐까 의심이 들더라. 소설은 스위드와 그 가족이 잘못한 것이 없음에도 맞게 되는 비극을 아이러니하게 그리는 듯 하지만, 기실 더 나아가 작가가 팔을 걷어붙리고 스위드를 학대하려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스위드, 그리고 그가 대표하는 표피만 남은 미국의 실상, 을 보여주기 위해선 그의 피부를 찢어버리고 그 장기 하나하나를 해부해 전시해야 한다는 듯이.

  사실 작가가 하고싶은 말은 1부만 들여다 보아도 모두 알 수 있다. 이 때 이야기의 모든 전말이 이미 드러나며 소설의 주요한 상징과 의미는 작가의 입으로 직접 줄줄 읊어 주는 것과 다름없을 정도이니까. 이후 1부 후반부터 소설의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것은 이것을 계속해서 되새김질하며 스위드의 가짜 세계가 얼마나 허황된 것이었는지, 그리고 그게 어떻게 반복되어 파괴되는지를 온갖 문학적 기교로 반복하여 묘사하는 것이다. 이는 사실 어느정도 지나치게 반복적이기도 하고 (좀 더 짧았어도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꽤 지치기도 하는 과정이지만, 이 과정에서 필립 로스가 보여주는 그야말로 파괴적인 필력은 글로 캐릭터 하나를 고문한다는 것을 극단으로 보여주는 듯 하다. 거기서 오는 역설적인 쾌감이 있달까..

  이미 스위드는 2부에 돌입할 때 쯤 충분히 너덜너덜해져 있지만, 필립 로스는 이걸론 어림도 없지 하면서 수백 페이지를 할애해 주인공을 몇 번이고 바닥으로 쳐박아버린다는 인상이다. 그리고 그 공격 대상은 이내 가족으로, 이웃으로, 미국이라는 나라 전체로 확장된다. 미국 안의 어떤 것도 필립 로스의 크나큰 적의의 과녁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작가의 세상에 대한 탄식이라기보단 일종의 악의로 읽힐 지경의 작품이란 생각이지만, 마지막 파트에서 하룻밤의 식사를 거의 완벽한 기교로 작살내버리는 마무리를 읽다 보면 이것 참 매혹당하지 않을 수 없는 분탕질이구나, 하는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뭔가 찝찝한 맛을 지워버릴 순 없지만 이게 파괴와 고문 자체에서 오는 쾌감이든 뭐든, 거부하기는 힘든 작품이다.

  이거 이완 맥그리거가 영화화한 작품도 있던데, 작가의 문학적 역량 없이 이 이야기를 어떻게 연출로써 버텨냈을지 궁금할 따름이다. 그냥 막장드라마같지는 않을지 걱정되면서도 보고싶긴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