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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내 인생의 책이었다.

백면서생 책벌레인 내게 '조르바'는 경쾌한 죽비소리 같았다.

역시나 먹물이자 펜대운전사인 주인공 '오그레'에게 나 자신을 이입시키며 조르바를 초롱초롱하게 지켜봤다.

거의 궁극의 자유를 누리는 저 생명체에게 여러 번 탄복했었다.


그 후로도 수 년간 N회독을 거쳤다.

이제는 처음 읽을 때의 감동도 시들해졌다.

책상물림인 주인공에게 조르바같은 인물은 당연히 신선한 충격이었을 것이다.

그 때문에 오히려 주인공은 조르바를 자기식대로 과대평가를 했던 건 아니었을까.


나는 조르바를 어떻게 판단해야할지 살짝 고민 중이다.

그는 개똥철학으로 무장한 채 막가파로 살아가는 '노가다 조 씨'인가,

아니면 진리를 꿰뚫고 절대 자유를 누리는 '괴짜 선승'인가.


그러나 어느 방향이든 결론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내게 이 책은 여전히 '삶'을, '자유'를 일갈하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자유롭다고 느꼈던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난다.

아니 애초에 나는 자유로웠던 적이 없다. 조르바의 비유대로 기나긴 줄에 매여있었으니까.

가슴 속엔 자유를 향한 동경이 가득한데 어디로 가야할지 오리무중이니까.


두목과 조르바는 한바탕 춤을 추고 헤어진다.

끝끝내 고집쟁이 두목은 책을 버리지 못한다.

오히려 앞으로 질리도록 책을 정복할 각오를 다진다.


조르바는 죽음 앞에서 '나같은 인간은 천년을 더 살아야 되는데' 어쩌고 하면서 징징댄다.

나는 저 철부지 조르바보다 기어이 자신의 길을 가버리는 두목이 더 멋지게 느껴졌다.

그래도 소설 전체에 걸쳐 좋은 말 많이 해준 '조 씨'에게 고마운 마음은 여전하다.


<조르바>를 다 읽었으니 나도 내 길을 가야겠다.

나 역시 앞으로도 책을 더 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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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1 주인공과 그의 친구 '스타브리다키' 이야기도 독립적으로 드문드문 진행되는데 이쪽 이야기도 더 보고 싶었다.

차라리 둘 사이의 사연으로 작품을 하나 만들었다면 어땠을까하며 아쉬웠다.


ps2 원래는 니체의 '낙타의 정신' / '아이의 정신' 가지고 글을 써볼까 했는데 어떻게 녹여낼지 감이 안잡혀서 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