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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1학년, 친구들과 우연히 서점에 가게 되었는데 호기심으로 만화 코너를 둘러보게 되었다.

당시 애니매이션 으로 방영 중 이였던 ‘마요치키’를 발견하였다.

그 땐 독서를 좋아하지 않았기에 구매를 할까 말까 망설였지만 사춘기 소년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일러스트에 순간 빠져버려

결국 충동적으로 구매를 하였다. 친구들과 헤어진 후 집으로 돌아오니 외설적인 일러스트가 담긴 책을 구매했다는 사실이

부끄러운 동시에 얇은 호기심을 달래 줄 것만 같은 기대감이 들었다.

책상 깊숙한 곳에 책을 숨겨놓고 아무도 없을 때 읽겠다는 다짐을 하고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 날, 조용해진 집안을 둘러보며 안심을 하고 방 안에 숨겨둔 책을 꺼내 들어 읽기 시작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감이 크다고 누가 말했던가, 일러스트는 몇 장, 대부분이 텍스트로 점철된 종이를 보며 실망과 함께 기대감이 와르르 맨션 마냥 무너져 내렸다.



좋아하는 사람을 직접 쳐다보기 부끄러운 심정과 비슷하게 힐끗힐끗 쳐다본 일러스트는 여전히 매혹적이었지만

능동적으로 독서를 한 적 없는 나에 게 한가지 고민에 빠지게 하기엔 충분했다.

“읽을까? 버릴까?”. 지불한 돈이 아깝기도 하고 텍스트가 대부분이라고 해서 함부로 그 책의 가치를 단정짓고 싶지 않았기에,

누군가는 그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니 ‘읽자’ 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쉽지 않았다. 책 한 권을 정독 한다는게 교과서를 단순한 낙서장으로 이용했던 나에게 있어 정말

쉽지 않은 과정이자 하기 싫은 공부였다. 지금은 제자리에서 몇시간이고 앉아서 독서를 즐길 수 있지만

당시엔 10분조차 가만히 읽기 힘들었다.

모든 감각과 시간이 잔잔히 흐르는 강물처럼 느리게 흘러가는 듯한 감각이 너무나도 지루했었다.

책 중간중간에 에너지처럼 나의 기운을 북돋아 주는 일러스트 덕에 어떻게 완독은 할 수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내용이 크게 기억이 남지 않았다. 정독은 실패했다.

하지만, 이 것이 향후 전 권 수집과 독서의 습관을 만드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

‘나비효과’.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반대편에서 큰 태풍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뜻.

작은 움직임 한 번으로 한 권 한 권씩 시리즈를 모으게 되었고 다른 책들도 수집하고 읽게 되었다.

취미가 비슷한 친구들도 조금씩 생기면서 중학교 시절, 하나의 추억으로 나의 역사를 조그맣게 채워주었다.



하지만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라이트노벨을 모으지 않게 되었다.

사춘기 특유의 주변 시선에 예민하던 시절이였기 때문이다.

여전히 그릇된 편견을 가진 분위기와 라이트노벨에 별 관심이 없는 친구들이 주변에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거리를 두게 되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나 자신이 라이트 노벨을 읽는다는 사실에 떳떳하지 못했던 점이였다.

나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몰랐던 시절이었기에,

카멜레온처럼 그저 주변의 색을 모방하며 나를 주변 사람들에게 비춰왔다.

그렇게 본연의 색을 온전히 드러내지 못한 채 고등학교를 졸업하였고 8월 중순, 나라의 부름에 응답하게 되었다.


1년 8개월 뒤, 국방부의 시계는 거꾸로 매달아도 돌아가더라.

영원히 할 수 없었을 것 같은 제대를 마침내 하게 되었다.

그 곳에서 수 많은 일을 겪으면서 미약한 독서 습관을 전보다 구체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게 되었다.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집으로 복귀하고 방을 정리하면서 묵혀 놓았던 책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특히 마요치키. 결말이 담긴 12화. 비닐에 밀봉된 채 몇 년 동안 책장을 장식한 모습이 간절히 읽히고 싶은 책의 아우성이 내심 들어 애처롭게 느껴졌다.



그래서 오늘, 2월 25일. 8년의 세월을 거쳐 모든 시리즈를 완독하게 되었다.

친구들과의 약속과 스마트폰의 유혹이 독서욕을 갉아먹었지만 책장에 꽃힌 책들을 보면서 여러번 다짐을 상기했다.

성인이 되고 나니 라이트노벨 특유의 분위기를 감내하는 게 살짝 힘들었지만

읽는 시간이 지속됨에 따라 나도 모르게 점점 이 책에 다시 빠져들었고 마지막 권을 덮으면서 아쉬움과 그리움을 떠오르는 나의 모습이 노트북 모니터에 비춰졌다.



마지막으로 독후감을 장식하면서 느낀 점은 단순히 ‘마요치키’에 삽입된 텍스트를 읽은 것이 아닌,

중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잔향을 차례대로 맡는 여행을 잠시 떠났다고 느껴진다.

은은한 주광색 조명이 줄줄히 천장을 장식한 넓은 전시회 안을 조그마한 기차로 천천히....아주 천천히 처음부터 끝까지 순회한 느낌.

덕분에 뭉클한 느낌이 들어 기분좋은 하루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 고마웠어. 내 추억의 일부분이 되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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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요약

1.중학교 시절, 우연히 마요치키를 구매.

2.잘 읽다가 이런저런 일로 결말까지 못 본채 군 입대.

3.제대 후 결국 완결까지 읽었음.



제대 후 처음으로 노트북으로 독후감을 써 봤어.

책을 읽고 이렇게 글로 남기면서 성취감이 드니까 계속 더 하고 싶어지더라.

너희들도 나처럼 추억이 남은 책이 있니?

만약 있으면 어떤 책인지 댓글로 남겨주라. 나도 한 번 읽어보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