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가 기질이 있던 나는 의대와 병원, 시험, 이런 것들에 질려서 늘 편치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상상가는 대로 머나먼 나라에 가보기도 하고, 열대성 바다를 항해하기도 하고, 아시아 전역도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갑자기 마치 공상에서처럼 불쑥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북아메리카에 가보면 어떨까?"
"북아메리카에? 어떻게?"
"포데로사를 타고!"
우리의 여행은 그렇게 결정되었다. 이는 그 순간에 세운 기본 원칙, 즉 즉흥성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결정이었다.
-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황매 출판, p22,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이해한다.
1951년, 23살의 의대생 체 게바라는 친구 알베르토와 오토바이 한 대를 끌고 남미 전역을 가로지르는 여행을 결심합니다.
남미를 여행하는 동안 오토바이는 고장나고, 비를 맞으며 노숙하고, 차를 얻어타고, 사람들에게 음식을 얻어먹으며
여행을 떠난 몽상가는 고통을 겪는 남미 사람들의 일상에 섞여들게 됩니다.
책을 읽으면서 "이 친구 꽤나 쓰레기로구나" 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둑질은 물론이고 밀수도 하고, 술에 쩔어 이곳저곳 민폐를 끼칩니다.
하지만 그런 점이 좋았습니다. 체는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고통과 행복의 솔직한 감상을 그대로 표현합니다.
그 때문에 읽는 저도 남미 주민의 고통과 사회 현실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여행의 끝에서 한 명의 의대생은 자신의 내면에 혁명가의 마음이 있음을 깨닫습니다.
사실 그 대담자는 매우 흥미로운 사람이었다. 젊은 나이에 유럽의 한 나라에서 독단주의의 칼날을 피해 도망쳐온 그는 두려움의 참 맛을 알고 있었다. (중략)
"미래는 민중의 것이지요. 조금씩 혹은 단번에, 그들이 권력을 잡을 겁니다. 여기에서 그리고 모든 나라에서요. (중략)
또한 나는 당신이 주먹을 굳게 쥐고 턱을 꽉 문 채 증오와 투쟁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죽을 거라는 걸 알고 있어요. 왜냐면 당신은 어떤 상징이 아니라, 파괴되어야 할 사회의 참된 구성원이기 때문이죠. 집단의 정신은 당신의 입을 통해 나오고 당신의 행동에 동기를 부여하지요."
(중략) 그의 말에도 불구하고, 그제서야 나는 깨달았다. 만일 위대한 영혼이 인류를 두 개의 적대적인 진영으로 나눈다면, 나는 민중과 함께할 것임을.
-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황매 출판, p244, 여백에 쓰는 이야기
여러모로 여행에 대해 영감을 주는 책이었습니다. 다양한 삶을 사는 사람들을 만나 시야를 넓히는 것이 내 삶의 방향을 바꿀수도 있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방의 국경이 막혀 있어 쉽게 떠나기 어려운 우리나라의 현실이 아쉽기도 했습니다.
최근에 쓰여진 여행기는 아니지만 추천하고 싶습니다.
묘사와 비유가 상당히 탁월하고, 문장도 잘 쓰여있어 읽기 쉽습니다.
이렇게 생동감 있는 책은 오랜만이라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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