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일 2020/10/23


- 127일차 2021/02/26


- 오늘 읽은 책


1. 수용소 군도 5권 - 알렉산더 솔제니친 - 열린책들, 김학수역

194p ~ 296p - 103p




- 127일차, 수용소 군도에도 돈키호테는 있었는가


날 때부터 자유로운 영혼이자 어떠한 억압도 거부했던 수용소 군도의 돈키호테, 쩬노는 탈옥을 꿈꾸고 있었다.


아무 죄도 없는 나를 25년형으로 이곳에 가둬두다니? 몽둥이로 때려가면서 일을 시키다니? 나가지 못하게 하다니?

모든 일거수 일투족을 검열 받고 감시받는다니?


쩬노는 그런 것을 견딜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탈옥을 꿈꾸고 계획했다. 

수용소에서 남은 것이 형기와 죽음 뿐이라면 희망은 탈옥 뿐이었다.그는 자유를 꿈꿨고, 탈옥을 꿈꿨다.

그러나 이미 자유가 멸종된 나라에서 왜 그는 자유를 꿈꾸는 것일까? 


어찌됬든, 그는 심문에 불려갈때마다 건물의 구조와 간부의 습관들을 관찰했고, 구부러진 쇠창살을 조심스레 떼어내어 탈옥 계획의 시발점으로 사용될 흉기로 만들었으며,

그것을 위해 빵으로 단추를 만든다는 핑계로 실과 바늘을 구해 쇠창살을 숨길 주머니를 옷 속에 만들어냈고, 이런저런 이유로 희미해져가는 탈옥의지를 매번 다잡았다.


그리하여 그는 흉기를 등에 감추고 심문에 불려갔다. 


그런데 운명은 그에게 탈옥을 허락하지 않았다. 담당 심문관이 바뀌어 심문 날짜도 바뀌었다. 모든 계획이 틀어지자, 

긴장에 휩싸여있던 그의 꿈도 다시 희석되어 희미한 향내만 흘리게 되었다.


하지만 그가 수용소 군도의 유일한 돈키호테일지언정 유일한 탈옥수는 아니었다.

운명이 그를 탈옥에서 멀어지게 했지만, 탈옥수에게 가까워지게 했다. 이것은 기나긴 우회였을까?


다른 수용소로 호송되버리는 바람에 놓쳤던 탈옥의 기회가, 그 호송의 과정과 그 수용소 내부의 탈옥수들을 만나며 다시금 농축되기 시작했다.

탈옥의 꿈이 다시 긴장이 감도는 농후한 냄새를 풍기기 시작했다. 그곳의 탈옥수와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다시 탈옥 계획을 세웠다.

다른 죄수들에게 섣부른 탈옥의 기회가 수없이 나타나고, 그들의 용감한 도전이 바보같은 방식으로 나타나고, 탈옥은 자유가 아닌 징벌임을 확고히해가면서도,

쩬노는 포기하지 않고 탈옥의 틈을 엿보며, 즐거운 꿈을 꾸었다. 탈옥의 준비과정이 그에게 즐거움과 삶의 의미를 주고 있었다.


그리하여 탈옥의 날이 다가왔다.


이 후의 이야기는 집착과 포기와 배신으로 점철된 한편의 멋진 스릴러이자 돈키호테가 꾼 탈옥의 꿈이 햄릿의 결말처럼 끝나는 비극이었다.

그는 자유를 위해 탈옥했으나, 탈옥수의 자유란 자유가 아니었고, 동정은 배신을 불러왔으며, 이내 현실이라는 억압에 굴복하여 순응할 수 밖에 없었다.


사회가 만들어낸 돈키호테는 사회가 죽여버린 햄릿이 되고 말았다.


영웅과도 같았던 탈옥수의 비극적인 추락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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