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5일자 독후감.
오타니 다다시, 청일전쟁, 국민의 탄생, 오월의봄, 2018.
중고등학생 시절 역사 시간에 배운 청일전쟁에 대한 기억은 다음과 같다.
배경-
동학농민운동을 진압하기 위해 조선 조정이 청군을 불렀다가 톈진 조약으로 일본군도 함께 조선에 진입.
전개-
조선의 지배권을 둘러싸고 한반도에서 청과 일본과의 전쟁 발발했고 일본이 승리.
결과-
시모노세키 조약을 통해 청은 조선에서의 영향력이 사라졌고 일본은 랴오둥 반도와 타이완을 얻었으나 삼국간섭으로 인해 랴오둥 반도는 반환, 이는 훗날 러일전쟁의 계기가 됨.
이 배경, 전개, 결과로 구성된 짜임 다들 익숙할 것이다. 역사 교과서의 주요 사건들이 죄다 저런 식이다. 이러니 교과서에 나와 있지 않는 내용들은 편견에 빠진 ‘뇌피셜’로 채워지게 된다. 가령 나만 해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당연히 청군의 무기가 더 구식일 것이라 여겼는데 알고보니 일본군의 무기가 더 구식이었다고 하더라. 물론 한정된 지면과 시간 상 어쩔 수 없는 환경임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몇 가지 의미 있을 사실 중 한 두개는 더 추가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예를 들자면 청과의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에 일본군의 경복궁 침입 과정에서 일본군 한 명이 사망했고 이를 계기로 일본이 조선 역시 전쟁의 상대국으로 해야 할지 논의가 있었다던가, 메이지 천황이나 이토 히로부미가 청나라와의 전쟁을 여의치 않게 여겼음에도 전쟁을 결정하게끔 만든 당시의 일본 내부의 상황이라던가, 일본군이 국제법을 준수하는 ‘문명전쟁’이라고 홍보한 것과 달리 뤼순에서 학살을 자행했다던가, 청일전쟁의 경험을 통해 일본 민중이 근대적 의미의 ‘국민’으로 거듭나게 되었다던가, 시모노세키 조약 이후 대만에서 대만민주국이 건국했지만 일본군에 의해 실패로 돌아갔다던가 하는 내용들 말이다. 모두 이 책에 나오는 내용들이다.
역자가 역자 후기에서 언급한대로 이 책은 저자가 미디어사 전공인 만큼 청일전쟁에서 언론의 역할 등을 통한 ‘국민 만들기’에 대해 한 장을 할애하고 있다. 중앙일간지나 지역지 등 각 신문에서 종군기자를 보내고 지역지는 그 지역 출신의 군인에게서 온 편지를 지면에 실음으로써 자신이 일본이라는 국가의 국민이라는 자의식을 고양하기 시작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언론뿐 아니라 군인들을 돕기 위한 민간에서의 군부 모집이나 군인 송별회, 전후 개선식과 전몰장병 추도식을 통해 일본 민중이 점차 근대 국민 국가의 일원이 되어갔다고 말한다. 그중 흥미로웠던 부분은 저자가 메이지 시기의 지방 제도 연구자인 마쓰자와 유사쿠를 인용하며 청일전쟁이 일어나기 불과 5년 전에 생긴 근대적 지방제로서의 정·촌제가 전시 병사 사무를 수행하면서 국민국가의 바탕을 이루었다는 이야기였는데 매우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방의 정과 촌의 장들에게 전쟁이라는 국가적 임무를 수행하게 함으로써 누가 명령할 것도 없이 그들 스스로 이 나라의 국민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으리라.
청일전쟁이 곧 일본 내셔널리즘 발흥의 첫걸음이었다는 사실을 명시하였다는 점이나 기본적으로 탄탄하고 세밀하게 사실관계들을 서술해나갔다는 점, 여타 기존의 설에 비판적인 학설을 소개하고 광의의 청일전쟁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주장한 점이 이 책의 큰 장점들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설사 책에 몇 가지 오류가 있더라도 역자가 매우 성실히 그러한 오류를 수정했을 뿐 아니라 여러 역사적 용어나 인물들에게 각주를 달아 설명하여 독서하는 데 큰 지장이 없게 하였다. 저자도 저자지만 역자가 참 고생을 많이 했다는 걸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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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그런 듯
좋은 리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