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6일자 독후감.
박상영, 대도시의 사랑법, 창비, 2019.
최근의 한국 소설들이 페미니즘적 여성서사 아니면 퀴어 로맨스에 경도되어 있다는 비판은 귀가 아프도록 들었다. 그런 비판이 아예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내가 드는 생각은 한 10년 정도는 이 양반들이 해먹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지난 세월의 반발작용인데 이걸 뭐 어떡해 하나. 물론 걸출한 솜씨를 지닌 작품을 단지 그러한 주제가 아니라고 해서 경시하거나 수상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그것은 당연히 잘못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내 예상이지만 지금 이시기에 대한 반발작용도 조만간 문학계에 등장할 것 같다. 예를 들어 윤이형의 《붕대감기》나 구병모의 《어느 피씨주의자의 종생기》 같은 작품들은 지금도 나오지 않았는가.
뭐 주제에 대한 불타기 쉬운 내용은 그만하도록 하고 소설 자체만 논해보자. 연작소설이라는 구성을 한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 얘기다. 남자들 간의, 적어도 한국에서는 국가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그런 사랑 얘기다. 네 개의 작품 중에서 최고를 뽑자면 나는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을 뽑겠는데 그 이유는 이 작품에서 주인공의 연애 상대로 등장하는 인물이 너무 내 스타일의 캐릭터성을 가지고 있어서다. 그 옛날 학생운동의 영광을 잊지 못하는 NL출신의 룸펜으로 동성애자지만 동성애는 미제의 악독한 산물이라는 모순에 괴로워하는 멍청하고 순수하지만 남들에게는 민폐덩어리인 인간. 크으 진짜 실제로 내 눈 앞에 있으면 자근자근 씹어주고 싶어 미치는 줄 알았다. 적어도 이 작품은 너무 재밌게 읽었다.
문제는 내가 로맨스적인 상황에 대해 그닥 공감이 안 가는 성정의 소유자인지라 후반의 두 작품, 규호와 나 사이의 너 없이는 죽고 못 사는 사랑 이야기로 듬뿍 칠해진, 그런 이야기는 참 메타적으로 재미는 있는데 작품 자체에서는 재미를 못 느꼈다. 예전에 김봉곤도 그렇고 내가 여태 읽은 퀴어 소설들은 다 사랑에 천착하는 것 같아서 다른 주제들로도 이야기를 써줬으면 싶다. 물론 퀴어에게 사랑이라는 주제만큼 억압되고 숨겨진 주제도 없을 테니 내가 뭐라 왈가왈부할 성격의 것도 아니라고 생각은 하지만. 어찌됐든 문장 자체는 술술 읽혀서 좋았다. 이야기의 흐름도 그리 어색하다고 여긴 적도 없고. 나로서는 이만하면 나쁜 평을 받을 만한 특출난 이유는 딱히 없어 보인다. 아, 서로 대화할 때 좀 오글거리더라. 그거야 내 성정때문일 수도 있으니..
해당 댓글은 삭제되었습니다.
오오 추천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