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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빗을 처음 읽은 건 13살 때였던 것 같다. 어쩌면 12살 때였을 수도 있다. 대충 <모모>를 처음 읽었을 때 쯤이니까 12살 때가 맞겠다. 호빗은 말 그대로 환상적인 모험담이었다. 모모는 어느 정도 현실에 기반을 둔 판타지 소설이었지만, 호빗 속 세계는 그야말로 판타지 그 자체였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빌보가 세 트롤 사이에서 분주히 오가며 이간질을 하고 도둑질을 하는 장면과 그 삽화가 눈에 선하다. 거대한 스마우그의 위용과 웅장한 동시에 삭막한 외딴 산의 풍경, 세 종족이 힘을 합쳐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다섯 군대의 전투. 이 모든 것들이 내 상상을 더 즐겁고 생생하게 만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많은 종류의 책을 읽는 게 좋다고 하고, 또 다른 이들은 하나의 책을 여러번 읽더라도 제대로 읽는 게 더 좋다고도 한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 난 모르지만, 내가 좋아하는 책은 몇 번을 읽어도 새롭고 즐거운 책이다. <아홉 살 내 인생>, <죄와 벌>, <그리스인 조르바> 등등. 내가 좋아하기 때문에 몇 번을 읽어도 새롭고 즐겁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뭐가 됐든 간에, 호빗은 내 어린 시절을 즐거운 상상으로 가득 채워준 고마운 책이다.

  사실 톨킨의 소설이 으레 그렇듯이,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얻는 소위 교훈과 메시지는 전래동화에서 얻는 그 것과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특별하다. 내용도 뻔하고 줄거리도 뻔하고 결말마저 뻔하지만 그게 이 소설을 더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라는 것이다.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소설을 읽는다면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이 글을 읽은 여러분 중에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한 번쯤은 읽어보길 권한다. 판타지가 취향이 아니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내게 호빗은 최고의 판타지 소설 중 하나이고 톨킨은 정말 대단한 작가다. 언제나 쓰는 문장이지만 이건 내 개인적인 감상문이고 반박이나 비난은 받지 않는다. 다음 글은 반지의 제왕 감상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