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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충격의 역사


어제 <지방의 역설>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아주 충격적이었습니다.

부제는 <비만과 콜레스테롤의 주범 포화지방, 억울한 누명을 벗다>입니다.


이 책은 지난 60년간, 지방과 포화지방을 둘러싼 과학적 상식의 형성과 붕괴에 대해 다룬 책으로서,

배울 점도 많고 생각할 점도 아주 많습니다. 

비만, 다이어트, 건강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이 책에 의하면, 현재 지방에 관한 의학적, 영양학적 패러다임은 10여년 전부터 거대한 전환을 맞고 있는 중이며

학자들 사이에 저지방주의자와 고지방주의자의 치열한 전쟁이 현재 진행중이라고 합니다.


원래 지방과 포화지방이 몸에 해롭다는 주장은 일종의 가설에 불과하였는데, 

1950년대 갑자기 늘어난 심장 질환을 예방하려는 열정에 불타는 몇몇 학자들이 논문 조작에 가까운 왜곡을 통하여

그 주장을 정설처럼 만들어갔고, 그것이 언론과 정치권을 통하여 사회에 상식처럼 받아들여졌다가,

보다 엄격한 임상실험과 영양학-의학의 발견, 과거 논문에 대한 메타분석 및 통계학적 검증을 거친 후,

그 가설이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합니다.

이 책은 1950년부터 2010년까지, 그 과정을 꼼꼼하고 자세히 기술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영양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실험은 다수의 사람들이 먹는 것을 오랫동안 통제해야 하므로,

매우 힘이 들고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설문조사를 통한 역학조사에 의존하여 영양 이론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즉, 지방이 해롭다는 이론은 역학조사를 통하여 만들어졌고, 최근의 정밀한 과학적 임상실험에 의하여 반박되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 책은 단순한 건강서적이 아니며, 일종의 과학사이자 문화사에 가깝습니다. 

과학 이론에 있어,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좋은 예이기도 하구요.

역사가 단순하게 과거의 일을 기술하거나 생각하는 것을 넘어, 현재의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에 대하여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건강에 관심이 없더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2. 책을 읽고 새롭게 알게 된 사실


식물성기름으로부터 경화유를 만들 때, 트랜스지방 뿐 아니라 자연에 없는 시스이성질체 지방산들이 수십가지 생기는데,

이 물질들의 위험성은 알려지지 않았다.


식물성기름을 튀김 온도 이상으로 가열하면, 매우 독성이 강한 알데히드 물질들이 생기는데, 강력한 발암물질이다.

기름 연기를 호흡기로 들이마시는 것만 위험한 것이 아니라, 그 때 조리된 음식을 먹는 것도 마찬가지로 위험하다.


트랜스지방 퇴출 운동의 결과 식품업계와 식당들은 결과적으로 더 위험할지도 모르는 기름을 사용하게 되었다. 

수소화를 하지 않는 새로운 경화유는 미지의 물질들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 역시 안전이 보장되지 않았다.


- 한마디로, 빵 과자 튀김에 들어가는 기름 성분이 안전하다고 확신하기 힘들다는 말입니다.


고기와 우유를 변호하는 식품업계와 이익단체들은 잘 알려져 있으나, 반대로 식물성 기름, 특히 대두유를 변호하려는

식품업계와 이익단체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런데 후자가 더욱 힘이 세며, 더 강력한 로비활동을 해왔다.


동물성지방-포화지방이 건강, 특히 심장에 해롭다는 과학적 근거는 아직까지 없다.


심장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중요한 요소는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HDL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것이다.

그런데, HDL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약물은 없으며, 포화지방만이 유일하게 HDL 콜레스테롤을 높인다.


비만, 당뇨, 기타 대사증후군의 원인은 과식으로 인한 칼로리 과잉이나 식이 지방 때문이 아니라, 

정제 탄수화물과 설탕으로 인한 인슐린 과다 분비로 대표되는 호르몬 이상일 가능성이 높다.


당뇨는 탄수화물 섭취를 완전히 끊으면 치료되며, 1950년대 이전까지는 그렇게 치료하였다.


단백질이 몸에 넘칠 때 생겨나는 체내 질소는, 간에서 대사되고 신장에서 배설되는데, 이 과정에서 식이지방을 필요로 하며, 

단백질만 많이 먹고 지방 섭취가 부족하면 (지방 없는 살코기만 많이 먹으면) 몸이 질소를 처리하지 못하여

체내 질소가 독성 수준까지 올라간다.


황제 다이어트 혹은 구석기 다이어트로 우리나라에 유행한, 앳킨스 다이어트의 핵심은,

단백질이 아니라 지방이다. 이 다이어트를 하려면 탄수화물을 극도로 줄이고 포화지방을 충분히 먹어야 한다.


개인적인 생각 - GI(혈당지수)가 낮은 음식을 먹는 것이 체중감량의 가장 좋은 방법이다. (혈당이 천천히 오르고 내린다)

이를 위해 흔히 통곡물을 추천하지만, 포화지방이 많은 고기 역시 GI가 낮은 식품으로서, 체중감량에 도움이 된다.

통곡물과 고기의 공통점은 포만감 때문에 살이 찌도록 먹기 힘들며, 포만감이 오래 유지된다.


   

3. 책을 읽다 눈에 띄는 부분들


또한 영양 전문가들은 HDL 콜레스테롤을 가장 효과적으로 높이는 것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적포도주나 운동이 아니라 포화지방임을 밝힌 연구를 무시해버렸다. 동물성 지방의 섭취는 HDL 콜레스테롤을 높이며, 동물성 지방만이 유일하게 그러한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4년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의 역학자 메이어 스탬퍼는 "이것은 매우 중요한 주제이다. 포화지방이 HDL 콜레스테롤을 상승시킨다는 사실을 무시하면 포화지방은 실제보다 더 해롭게 보인다"고 했다. 현재는 점점 더 많은 연구자들이 이런 관점에 동의하고 있지만, 놉 등이 매우 불편한 사실을 발견하기 시작한 1990년대에는 누군가가 HDL 콜레스테롤과 저지방 고탄수화물 식단의 관계를 주제로 삼으면 다들 점잖게 기침을 하고 시선을 돌리기 일쑤였다. (p.224)


WHI [Women's Health Initiative, 여성건강증진 실험. 저지방 식단에 관한 역대 최대 규모의 무작위 임상실험] 가 시작된 1993년 당시 저지방 식단은 이미 미국심장협회가 30년 넘게, 농무부가 15년 가까이 공식 권장해온 식단이었다. 그런데 WHI는 저지방 식단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최초의 대규모 실험이었다. 수십 년간 지방을 적게 먹어야 건강에 좋다고 여겨왔으므로 처음부터 결론은 정해져 있었다. 실험 참가자들은 단지 자신들이 이미 유익하다고 알고 있던 것들이 옳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저지방 식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미국의사협회지>에 발표된 일련의 논문은 모두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중략] 

미국암학회의 역학 연구 책임자 로버트 선은 <뉴욕타임즈>에 암과 심장질환에 대한 결과는 "완전히 제로"라고 말했다.

드디어 저지방 식단이 과학의 심판대에 올라섰다. 선의 말에 의하면 WHI는 "연구 중의 롤스로이스"였고, 그러므로 "최종판결"이어야만 했다. 다윈이 그의 저서 <종의 기원>을 가톨릭 단체 오푸스데이 모임에 가져왔다 한들 <미국의사협회지>에 발표된 WHI논문보다는 따뜻한 환영을 받았을 것이다. 놉은 내게 "귀가 먹은 듯 논평이 없었다"고 말했다. 불신이 유일한 선택이었다. (p.230-231)


지중해 식단의 어떤 점이 건강에 이로운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과학적 이유에서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현실적인 이유에서도 중요하다. [중략] 페로루치는 대답했다.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연구 결과가 너무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과일과 채소를 더 많이 먹도록 권장한다 해도 큰 의미는 없습니다. 알아내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p.276) 

[페로루치 - 지중해 식단의 개념을 처음 제시하고 발전시킨 대표적 학자]


외로운 트랜스지방 연구

그 후 20년 동안 트랜스지방 연구 분야에는 단 한 명의 연구자만 남았다. 일리노이 대학 어바나-샴페인 캠퍼스의 생화학 교수인 프레드 쿰머로우는 트랜스지방에 관해 7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는데, 이는 전 세계 어떤 과학자보다 많은 양이다. 그중에는 트랜스지방과 건강에 관한 중대하고도 매우 심란한 결과들이 포함되어 있어 한동안 식품업계를 몸사리게 만들었다. 식품업계는 자신들이 가장 선호해온 성분을 계속해서 사용하기 위해 쿰머로우와 그가 쓴 논문의 신빙성을 떨어뜨려야 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일을 저질렀다. (p.322-323) 


[트랜스지방의 문제는 1957년에 처음 드러났으나, 식품업계에 의해 30년 이상 은폐되었고, 쿰머로우는 식품업계가 지원하는 학자들에 의해 오랫동안 왕따와 괴롭힘을 당했습니다.그가 학계의 거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결과들은 중요했고 걱정스러웠다. 어떤 질병과의 연관성도 입증하지 못했지만, 트랜스지방이 기본적인 세포 기능의 변화와 그에 따른 정상 생리 기능의 변화를 유발함을 입증했다. 포화지방은 훨씬 부족한 생물학적 증거만으로도 과학의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쿰머로우의 연구가 경종을 울려 더 많은 연구를 촉발하는 결과로 이어져야 마땅했음에도 쿰머로우와 우드를 맞이한 것은 침묵의 벽이었다. 195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40년동안 대다수 동료 연구자들은 그들과 서신왕래조차 하지 않으려 했다. 두 사람은 논문을 발표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쿰머로우는 트랜스지방을 논의하기 위한 과학 회의를 개최하고자 후원자를 찾아다녔지만, 회의에 자금을 대줄 관계자들이 주로 식품업계의 일원이었기 때문에 불가능했다. (p.327)


게리 타웁스와 "지방에 관한 거짓말"

이러한 연구자들이 주류 의학계 및 영양학계로부터 무시당한 지난 10년 동안 과학 저널리스트 게리 타웁스는 비만 및 기타 만성 질환의 원인이 지방이 아니라 탄수화물이라는 쪽으로 영양학 담론을 환기시켰다. 타웁스는 2001년 식단-심장 가설에 대한 비판을 <사이언스>지에 기고했는데, 저지방 도그마의 과학적 취약성을 철저하게 분석한 글이 유명 학술지에 게재된 것은 처음이었다. 타웁스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비만 연구자들로부터 페닝턴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학 자료를 검토한 끝에 비만은 식탐과 게으름의 산물이 아니라 호르몬 결함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이언스>지에 기고한 글에서 타웁스는 비만을 유발하는 호르몬은 인슐린이며, 이는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결론 중 하나는 지방 그 자체는 우리를 비만으로 만들 가능성이 가장 적은 영양소로,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지 않는 유일한 다량영양소라는 내용이었다. 

[중략] 

2007년에 출간된 그의 저서 <좋은 칼로리, 나쁜 칼로리>는 꼼꼼한 연구를 거친 주석이 빼곡한 대작으로 비만과 만성 질환에 대한 포괄적이고 독창적인 "대안"가설을 제시하였다. 비만, 당뇨, 기타 관련 질환의 원인은 정제 탄수화물과 설탕이며, 과식에서 비롯된다고 알고 있는 "칼로리 과잉"이나 식이 지방 탓이 아님을 주장했다. (p.416-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