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우 얼마만에 제 날에 올리냐 ㅋㅋㅋㅋ



요시자와 세이치로, 애국주의의 형성, 논형, 2006.

 

청일전쟁, 국민의 탄생에서 청일전쟁을 통해 메이지시대의 일본이 국민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조성해나갔는지에 대한 책이었다면 애국주의의 형성은 청나라 말기에 중국’, ‘중국인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한 책이다.

 

저자는 내셔널리즘의 번역어로 애국주의를 사용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내셔널리즘에 대해서 누구나 납득 가능한 정의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하며 그에 대해 아무리 논의한다고 해도 역사적 사상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예컨대 애국주의는 nationalism이 아니라 patriotism의 번역어인 편이 더 적절하지 않냐는 의문에 저자는 사료 중에 애국이라는 용어에 착안하여 민족’, ‘국수’, ‘국가’, ‘국민’(또는 그것과 유사한 것)의 보전과 진흥을 주장하는 움직임을 애국주의로 일괄한다고 답한다. 이외 애국주의에 대한 저자의 정의는 중국이라고 하는 나라(또는 그에 상당하는 것)에 강한 귀속의식을 느끼며, 장래를 염려하고 위기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라는 논의 및 운동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애국주의는 청나라 말기 이전에는 없었는가? 과거에도 나라를 위해 희생한 이들은 많지 않았는가. 하지만 과거의 나라란 그 왕조에 한정된 것이다. 왕조를 초월한 절대적인 국가라는 개념은 근대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렇다면 근대에 들어서 왜 국가라는 개념, 그리고 국민이라는 개념이 필요하게 되었는가?

 

먼저 국가라는 개념이 필요하게 된 까닭은 다름 아닌 열강 등 외세의 침략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거의 주인공 급으로 량치차오를 소환하는데 그는 중국이 터키나 인도, 아프리카와 같이 분할되어 통치에 놓이지 않으려면 국명으로서 중국이라는 용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새로운 의미는 이전과 달리 한(), () 등 개별 왕조를 초월한 전체 역사를 포괄하는 것이었다.

 

이와 같이 국가라는 개념이 등장하면 자연스레 국민이라는 개념도 필요하게 된다. 저자는 이를 두고 국가 정치질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전근대 왕조 국가에서의 정당성은 하늘의 뜻, 천명에서 비롯했다. 그렇기에 민중봉기가 일어나도 그것은 황제의 이 의문시되는 것이 아니라 황제의 뜻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한 그 밑의 악독한 신하들의 잘못이었다. 저자에 따르면 이와 같은 민중과 황제 간의 신뢰관계가 무너진 사건이 있었으니 바로 의화단 운동이다. 청나라는 처음에는 의화단이 천명을 반영하는 행위라며 환영했다가 서구 열강의 군사력에 태도를 180도 바꾸어 반란이라 규정하였다. 이러한 변절은 국가의 정당성이 천명이 아니라 구체적인 민의 지지에 있다는 인식을 고양시켰다. 캉유웨이, 량치차오 등은 그러한 인식에 기초해 광서제의 신임 하에 변법자강운동을 통한 일련의 개혁을 시도했으나 서태후 등 수구세력에 의해 수포로 돌아간다.

 

저자는 이러한 전체적인 흐름을 얘기하며 동시에 다양하고 자세한 사례들을 제시한다.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먼저 광동인이나, 호남인 같은 출신지를 초월한 중국인으로서의 관념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1905년의 반미운동(미국의 화교들이 받는 차별 대우 및 이민금지법 등으로 인해 발생)을 통해 얘기한다. 다음으로는 지도와 역사서술, 특히 기년의 방법(고대의 황제로부터 할 것인가? 공자의 생년으로부터 할 것인가? )에 대한 논의 등이 어떻게 중국의 일체성을 추구했는지에 대해 얘기한다. 세 번째는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는 파트였는데 청나라 때의 헤어스타일인 변발을 자르는 운동, 전변론이 청나라 말기부터 신해혁명 시기까지 어떤 식으로 논의되었는지를 통해 내셔널리즘이 진행되었는지를 얘기한다. 마지막으로는 담사동, 진천화, 반자인 등 죽음이 어떻게 정치화되었고 추도는 어떻게 정치화되어 내셔널리즘에 동원되었는지에 대해 얘기한다.

 

현재 중국은 중화주의를 내세우며 자신들의 내셔널리즘을 과시하고 있다. 그 흐름을 근원부터 훑어보는 차원에서 근대 중국의 내셔널리즘을 다룬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듯 하다. 다음에 이와 관련해 읽을 책은 유럽 국민국가의 계보가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