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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방심할 수가 없는 전개,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 같은 장면,
골 때리게 웃기는 유머와
코 끝 찡해지는 감동까지!
한줄요약
디씨급 드립 + 할리우드 SF 영화 = 아르테미스
앤디 위어의 두 번째 장편소설, 아르테미스다. 마션 때 숨 막히게 웃겼던 위어의 유머 센스만을 믿고 산 책이었고, 또 달에서 벌어지는 수학 천재의 범죄 프로젝트라기에 홀린 듯이 사버렸다. 결과적으로...... 이걸 사놓고 적당한 때에 쉬어가는 타임으로 읽으려 했단 게 너무 어리석은 결정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렇게나 재밌는데!
스포일러는 최소한도로 하겠지만, 사실 그거 말고도 이 책의 매력을 설명 못하는 건 아니다. 이 책의 매력은 스포일러에 달려있지 않다. 위어의 유머 센스를 얕보지 마시라.
마션에선 첫 문장에서부터 강렬함을 뽐내며 위어의 유머 감각을 뽐냈고, 이후 내용에서도 다큐멘터리에 불과한 서사를 유머 하나로 끌고 가는데 성공했다. 더불어 마지막에 감동까지! 아르테미스라고 해서 다를 건 없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화자가 달라지면서 유머의 수위도 달라졌다는 점이다.
마션의 화자인 마크 와트니, 이하 와트니는 현실 초인에 가까운 우주비행사였고, 유쾌하고 건강한 인격의 소유자였기에 그의 유머는 일반인들도 하하호호 깔깔 웃기에 적당하다. 물론 젖탱이 드립처럼 섹드립도 치긴 하지만, 그정도야 성인용 유머에 가까우니(...) 어쨌든 마션의 유머 수위는 정말 걱정없이 즐기기에 딱 좋다.
하지만 아르테미스의 화자인 재즈 바사랴는 소위 '발랑까진' '발칙한' 주인공이다. 그래서인지 재즈가 치는 드립의 수위가 기함을 하게 되는데, 그게 거의 디씨급 드립력이다. 그 예문을 몇 개만 가져와보자.
루디 뒤부아는 심각할 정도로 잘생긴 남자다. 키가 2미터에 금발머리를 가진 그는 히틀러의 몽정에나 등장할 법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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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호화롭고 편안한 침대에서 벌거벗은 채 일어났다.
아니, 누구와 함께는 아니었다. 그놈의 음란한 생각 좀 버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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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햇빛 속에서 여러 개의 금속 젖가슴처럼 빛났다. 뭐? 난 시인이 아니라고. 도시는 젖가슴처럼 보인다.
이것도 다 초반부에서 인용한 거다. 마션에서도 툭하면 툭하고 튀어나오는 유머가 여기선 정말 미친듯이 나오고, 그 수위도 마션보다 높다. 골 때리는 게 너무 많아서 위어가 자기 유머 감각을 주체하지 못하고 썼나 싶기도 했다. 적어도 디씨 드립이나 디씨 유머에 익숙하고 거기에 웃을 수 있는 사람이면 정말 미친듯이 웃기겠지만, 그게 불편하거나 섹드립 따위에 잘 못 웃는 사람이라면...... 유감스럽지만 이 책이 그다지 유쾌하진 못할 것이다.
이 책의 유일한 진입장벽은 상당한 수준의 고증도, pc함도, 내용의 복잡함이나 긴 분량, 끝없는 긴장감도 아니라, 책 전반에 깔려있는 고수위 유머(...)다. 위어가 여성 화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정말 많은 여자들에게서 조언을 구했다는데, 적어도 그 유머만큼은 본인의 독자적인 것이 아니었는지(...) 그게 아니라면 더 놀랄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만약 이 소설의 특징이 유머 하나뿐이라면 리뷰는 여기로 끝이다. 정말 미친듯이 웃기지만 불편할 수 있음! 주의요망. 끝. 마션 때처럼 지루할 뻔한 이야기를 역시 유머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로 위어를 "재밌는 작가" 정도로 자리매김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위어는 SF 작가 중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등극했다!(나머지는 클라크, 아시모프, 웰스다.)
아르테미스는 기본적으로 범죄자 주인공이 나오고, 범죄 계획에 휘말리며, 거기에 그 이상의 음모에 휘말리게 되고, 그 끝을 기가 막히게 마무리 짓는 소설이다. 즉, 마션 때처럼 다큐멘터리를 찍었다면 내가 유머 하나로 고평가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마션이 유머 원맨쇼였다면, 아르테미스는 서사를 탄탄하게 받쳐주는 요소로 유머가 존재한다.
마션 때에는 와트니의 1인칭 일기가 대부분의 내용이었고, 아주 잠깐 지구의 사정이 소개되는 것이 전부였다. 때문에 그 문체나 필력에 대해서 딱히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아르테미스는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서술되면서 좀 더 위어의 문체를 드러냈는데, 그걸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할리우드 글쓰기'이다. 아르테미스는 읽는 내내 '3시간짜리 SF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 느낌을 준다.
영화 같은 글쓰기가 있다면 위어의 문장을 가리켜 말하는 것이다. 특히 위어의 유머는 딱 할리우드에서나 볼 법했기에 더더욱 그렇다. 더군다나 장면 묘사에 있어서 초반의 소방구조 장면이나, 범죄 실행 장면, 용접 장면 등을 보면 할리우드 영화에서 클라이막스나 그에 준하는 몰입감을 준다. 특히 '달'이라는 장소가 주는 정적까지 합쳐진 장면은 할리우드에서 오디오 없이 진행되는 정적전개를 보는 느낌까지 준다.
아르테미스의 기본적인 분위기는 유쾌함이지만 마냥 가볍기만 한 유쾌함이 아니다. 작품의 끝을 달릴수록 유쾌함은 팽팽한 긴장감으로 인한 피로를 풀어주는 완충제에 가까워지고, 유쾌함을 쏙 뺀 진지한 장면도 여럿 나온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 전환에 있어서 어색함이 없다. 후반에 재즈가 누군가를 위로해주는 장면은 정말 찡하기 그지없고, 결말부에 가서는 정말 짠하도록 감동적이다.
위어는 달 도시 아르테미스를 묘사하거나, 재즈 바사랴의 과거 이력, 설정, 주위 인물들에 대한 배경을 말할 때 결코 나열하지 않는다. 마션에서도 이미 증명된 바 있지만, 위어는 뭔가 설명할 때 지루하게 말하는 법이 없다. 높은 수준의 고증도 결코 두려워 할 필요 없다. 한국어문학과 출신의 내가 읽어도 부담없이 상상하고 이해할 수 있을 정도니까! 물론 우주 탐사 관련한 배경지식이 있으면 편하긴 하다.(마션을 봤다면 로버가 대충 어떻게 생겼는지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전개에 대해서도...... 내가 3시간짜리 SF 블록버스터 영화라고 말한 이유가 있다. 분량도 분량이지만, 전개가 계속해서 독자를 방심시키지 않게 붙들기 때문이다. 제발 놔달라고 비명 지르면서 읽은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만큼 독자에게 다음 전개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데에 있어서 위어는 탁월하다.
구성과 관련해서도 위어는 고증만큼이나 복선 회수를 치밀하게 해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복선 회수를 '해냈다'고 말할 순 없다. 구성을 매우 치밀하게 한 것에 가깝다. 설정과 설정이 맞물리고, 과거의 설정이 현재 상황의 아이러니함을 만들어내고, 마침내 감동적인 결말까지 낸다. 유쾌함으로 시작해, 긴박함으로 이끌더니, 훈훈하고 감동적으로(그리고 여전히 유쾌하게) 맺는 것이다.
기막힌 반전이라고 할 것은 없다. 하지만 서사가 딱히 없던 마션을 생각하면 아르테미스의 서사, 전개, 복선, 반전은 위어가 힘을 숨기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생각해보게 된다. 필력도 마션에서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던 것이 제법 발전했다는 게 보였다. 이번에 집필 중이라는 "Zhek"도 얼른 나와서 번역돼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더불어 아르테미스도 마션처럼 영화화가 이미 결정났다고 하니...... 비록 아르테미스도 마션처럼 많은 편집과 유머 순화를 거치겠지만, 분명 훌륭한 수작으로 나올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요즘 영화시대에 있어서 아르테미스는 훌륭한 pc함을 갖추고 있기에 반응도 좋을 것이다. 아랍인 여주인공에 제 3국 출신 인물들에 게이까지 나오는데 안 좋을 리 없잖아?
바꿔말하면 pc함이 이 소설의 단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런 pc함도 아르테미스는 훌륭하게 설명한다. 그러니 걱정할 것 없다. 걱정할 건 재즈의 정신나간 드립력뿐이다.
더불어 위어가 전업작가로 전환해 1년 동안 집필한 소설임을 밝히는데, 그 1년 동안 단순한 과학적 고증에만 신경 쓰지 않았다는 걸, 그리고 SF 오마쥬가 엿보이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아르테미스가 정말 있을 법한 달 도시인 건 물론이고,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에 대한 오마쥬도 제법 있었다.(아르테미스 자체가 하인라인의 소설에서 나오는 달 세계 모습과 비슷하다고 묘사한다.)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을 읽고 곧바로 아르테미스를 읽은 시점에서 독서 순서가 정말 탁월했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하인라인보단 위어가 훨씬 좋다.
다들 위어의 매력에 흠뻑 빠졌으면 좋겠다. 특히 독서 갤러리의 경우 이미 디씨(...)인 관계로 진입장벽이 사실상 없는 셈이지 않은가? 나만 알기 아까우니 다들 읽고 깔깔 웃으면 좋겠다.
아르테미스 등급
필력: A+
독서 과정에서 느끼는 총체적인 평가, 곧 작품 자체에 대한 인상. 나머지 6개의 기준을 모두 합친 또 하나의 전체적인 기준.
가독성: A++
문장을 읽을 때 글이 얼마나 잘 읽히고 술술 넘어가느냐를 기준으로 삼음. 본인 어휘력도 적지 않은 영향이 있으니 주의.
인물: A
주인공을 비롯한 각 등장인물들이 가지는 개성, 매력, 혹은 대사 센스, 유머까지, 곧 작중 인물을 얼마나 잘 살려내고 잘 써내고 잘 활용하느냐에 대한 기준.
설정: A
장르별로 기준의 정의가 다르게 작용하겠지만, 공통적으로는 배경되는 시공간과 전후상황 등의 설정들이 가지는 매력과 활용도가 기준.
분위기: A+
말 그대로 작품에 깔리는 분위기. 전체적인 분위기, 각 파트별 분위기, 분위기 전환 등의 '장면 인상' 위주의 기준.
구성: A
책 자체의 구성(목차), 문단 구성, 사건 구성, 사건의 흐름, 배치, 플롯으로 퉁칠 수 있는 부분까지. 소설의 골격에 대한 기준.
문장: A
필력이 소설이라는 군집적이고 총체적인 문장의 인상이라면, 문장은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부분을 가리키며, 흔히 부르는 묘사도 여기에 포함.
유머: SSS
위어의 유머 감각에 비견할 만한 작가는 개인적으로 꼽을 때 오 헨리 밖에 없다. 하지만 그마저도 오 헨리의 유머는 점잖은 것에 가깝다. 위어의 미쳐 날뛰는 유머 감각은 거진 디씨에서 필력 좋은 갤러가 썰 풀 때 한 문장 한 문장 때려박는 유쾌함에 가깝다!
세련된 섹드립 감각 너무 좋아 섹드립은 시전자의 역량에 따라서 더럽냐 개꿀잼이냐가 결정되는듯
진짜 읽어보면 이래도 괜찮나 싶을 정도로 섹드립은 물론이고 드립이 미쳐 날뛴다ㅋㅋ 남에게 쉽게 추천 못할 정도야
마션 읽고 같은 작가 신작나왔대서 산게 아르테미스였는데 괜찮았던 기억
이 사람 유머감각은 마션 첫페이지에서부터 나오지 ㅋㅋ 나는 좆됐다
마션도 솔직히 첫문장의 강렬함 때문이지, 그 첫문장은 아무것도 아니었음ㅋㅋㅋ 아르테미스는 첫문장이 강렬한 건 아니지만 그 대신 진짜 유머 수위가 남다르더라ㄹㅇ
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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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어떤 점에서?
그래? 아쉽네... 개인적으로 마션은 너무 정적이었다고 생각했었거든
캐릭터 매력이 전혀 안느껴짐. 드립력도 쉰내나는 아재가 남초사이트에서 넷카마짓 하는거 같았다.
그렇게 생각했다니 유감이지만 난 꽤 그럴듯하다고 느꼈도 개성도 충만했다고 생각해ㅎ
내가 아는 아르테미스는 화살잘쏘는 냉정한 쿨톤 언냐인데
하지만 현실은 26살 제법 미모의 아랍계 여성이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