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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현, 제국대학의 조센징, 휴머니스트, 2019.

 

지난 10태백산맥, 아리랑등을 쓴 작가 조정래는 등단 50주년 기념간담회에서 토착왜구라고 부르는일본을 유학을 갔다 오면 무조건 다 친일파가 되어버립니다. 민족 반역자가 됩니다.”라는 발언을 해 논란에 휩싸였다. 나는 이 사건을 두고 터져 나오는 많은 의견들을 목격하며 한국 사회에 일본 유학이 곧 반민족적이라는 인식을 지닌 이들이 꽤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그들의 인식은 어디로부터 기원하는가. 비록 나는 그들의 인식이 그릇됐다고 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아무런 근거도 없는 인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 책 제국대학의 조센징에 나와 있듯 일본의 제국대학 출신 중 상당수가 졸업 후 일제의 식민지배에 복무하였기 때문이다. 아마 일본 유학에 대한 적대적인 반응도 이로부터 촉발된 것이라 판단하는 편이 옳겠다.

 

책은 총 14장으로 구성돼있다. 내용을 나름대로 간략히 요약해봤다.

 

1장부터 6장까지는 제국대학이 탄생하고 일본제국이 제국대학을 육성한 이야기로 시작하여 제국대학으로 유학 간 조선 학생들의 일상이나 일본제국이 그들에게 건넌 장학금, 개인적으로 물적·심적으로 지원해준 제국대학의 일본인 교수들에 이르기까지의 내용을 실제 제국대학 유학생들의 수기 등을 통해 생생히 보여준다. 책은 부를 나누지 않았지만 나는 여기까지를 1부라고 본다. 1부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내용은 제국대학의 교수이자 마르크스주의자였던 가와카미 하지메에 관한 내용이었다. 비록 30년대 이후에는 옥에 갇히기도 하지만 그 이전까지는 제국대학에 이런 불순한 작자를 교수로 당당히 앉혀놓을 수 있었다니 꽤 신기했다. 다이쇼 데모크라시에 대한 책을 읽고픈 마음이 들었다.

 

7장부터 11장까지는 제국대학 유학생들이 졸업 후 식민지 조선에서 어떠한 진로를 택했는지, 즉 몇몇은 법관과 관료로 식민지 권력에 일조하고 누구는 비교적 정치와 떨어져 있는 과학기술에 전념하고 소수는 제국대학에서 배운 지식으로 제국에 저항하였는지를 다룬다. 또한 극소수의 제국대학 여성 유학생들과 제국대학 유학생들의 동창회 등도 역시나 마찬가지로 그들의 수기 등을 통해 낱낱이 파헤친다. 나는 여기까지를 2부라고 본다. 2부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내용은 이태규와 리승기라는 남과 북의 두 과학자에 관한 내용이다. 둘 모두 제국대학을 졸업한 과학 엘리트로 사후 이태규는 국립현충원에, 리승기는 애국열사릉에 과학을 통한 애국을 애도하는 차원에서 안장되었다. 저자는 그렇다면 그들이 식민지기 당시 했었던 과학 연구는 누구를 향한 애국이었냐고 날카롭게 묻는다. 그들은 그것이 헐벗는 조선 인민을 위한 것이었다고 회고하지만 일제 하에서의 과학 연구가 일본제국을 위한 것과 조선 인민을 위한 것이 칼로 나누듯이 분리될 수 있었을까. 많은 생각이 든다.

 

12장부터 마지막 14장까지는 제국대학 유학생들의 해방 이후를 다룬다. 유진오와 함께 대한민국 헌법 초안에 참여한 제국대학 유학생들에 관한 내용, 한국에서는 일본 지식에서 미국 지식으로 북조선에서는 일본 지식에서 소련 지식으로 변화하면서 각자 남북의 최고대학인 서울대와 김일성종합대학의 교육을 책임졌던 제국대학 유학생들에 관한 내용 등이 펼쳐진다. 나는 여기까지를 마지막 3부라 본다. 3부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내용은 상당수의 제국대학 출신들이 김일성의 특급 대우(김일성의 봉급이 4천원이었는데 김일성종합대학 교수의 봉급이 3천원)와 한국에서의 국립 서울대학교 설립안을 둘러싸고 벌어진 이른바 국대안 파동 등으로 인해 자의로 북으로 넘어갔다는 내용이다. 아마 나중 가서는 그 결정을 후회하지 않았을까 싶다.

 

책에 내용에도 나와 있듯이 많은 제국대학 유학생들은 제국의 비호 아래 학업을 마치고 그 은혜에 보답이라도 하듯 식민지 정부에 제 한몸을 보탰다. 그러나 모든 제국대학 유학생들이 그러한 행위를 한 것이 아니며 그 활동 자체를 선악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누기 애매한 경우들도 있다. 또한 남북을 통틀어 제국대학 유학생 중 40%는 교수로 자리해 건국 초기 지식사회에 이바지했다. 이런 그들의 역사를 송두리째 부정할 수 있는가? 그들을 향해 토착왜구민족반역자니 악으로 치부하면 그만인가? 광복 직후 임시정부가 조선총독부의 조선인 관료들에게 접근해 임시정부 산하 행정연구위원회를 조직하면서 해방된 조국에 헌신 노력하여 건국의 기초와 공로를 세움으로써 지난날의 약간의 과오는 속죄되는 것이라 얘기한 것은 그들이 배알이 없거나 민족의식이 투철하지 않아서였겠는가?

 

나는 제국대학 유학생이라는 모순적인 존재들이 한국 근현대사의 특수성 상 어쩔 수 없이 있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 여긴다. 그러한 존재들이 한국 사회에 야기한 수많은 문제들이 아직도 남아 있다. 나는 그것을 부정하지 않을뿐더러 외려 하루빨리 청산해야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지금 그들은 죽고 없다. 그렇다면 망자를 향한 의미 없는 비난의 화살을 날리기보다 지금 우리 주변에서 부조리한 문제들부터 신경 써야 하지 않을까. 엊그제는 인천에서 8살 아이가 온몸에 멍이 든 채 집에서 죽었고 어제는 청주에서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군인이 집에서 목숨을 끊었다. 과연 우리에게 더 반민족적인 집단은 누구인가? 과거의 잘못에 억울하게 연좌되는 일본 유학생일까 아니면 살 수 있었던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이들인가. 나는 이러한 생각을 금할 길이 없다.

 

PS. 최근 역사비평사에서 조선·동아일보의 탄생를 발간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장신은 이 책의 제목을 두고 자신의 SNS에서 비판했다. 비판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이 책의 내용이 제국대학에만 한정된 것인가, 수십 개의 일본 관립전문학교나 와세다나 주오 등 사립대학을 대입하면 그 결과는 달라지는가에 대한 것이 첫 번째 비판이고 두 번째로는 제국대학생에서 조센징이라는 단어가 타당한가에 대한 것이었다(책에도 나와 있지만 유학 전에는 멸시로 일관하던 경관들이 졸업 이후 자신에게 굽신거렸다는 한 제국대학 유학생의 내용이 있다) . 나 역시 이러한 비판에 동의하며 이 책을 읽어볼 사람들은 이러한 비판을 유념하며 읽음 더 유익학 독서가 되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