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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의 비문학 세번째
"왕은 죽었다. 왕 만세!" : 왕이 승하하고 새 왕이 등극했을 때 귀족들이 외치던 말. 절대왕정체제의 왕이 '유한한 생물학적 신체'를 지닌 존재인 동시에 왕위 계승을 통해 항구적으로 이어지는 '무한한 정치적인 신체'를 지닌 존재였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다.
프랑스 혁명은 흔히 유혈 혁명의 대표적인 사례로 많이들 거론되지. 이웃 영국에서는 명예혁명이다 뭐다 해서 상대적으로 피를 적게 흘린 것과 곧잘 비교되는 걸 아는 독붕이들도 많을 거야. 물론 영국도 국왕 모가지 날린 건 매한가지지만...
어쨌든 이 시리즈는 대중들의 뇌리에 깊숙이 박혀 있는 '유혈 혁명으로서의 프랑스 혁명'이 사실 다양한 면모를 지니고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어. 사람들이 테니스 코트의 맹세나 바스티유 전투, 루이 16세 부처의 단두대 처형 등 극적인 사건들로 조각조각 기억하고 있는 사건들의 앞뒤 맥락을 풍부하게 소개해 주면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도와주고 있지.
흥미롭게도 이 작가는 대혁명의 타도 대상이었던 소위 '앙시앵 레짐'의 구체적인 면모를 소개하면서 기나긴 시리즈의 서막을 열고 있어. 내가 이 부분을 읽으면서 새삼 다시금 절감했던 것이, 역사를 후대인들이 인위적으로 구획해서 시기별로 특정한 성격이었다고 라벨링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위험한 접근방식이라는 점이야. 흔히 혁명 직전의 부르봉 왕가는 일말의 합리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꼴통들의 집합체였고 이들이 피지배층을 자비없이 쥐어짜는 바람에 혁명이 발발했다고들 알고 있지만 이 책에서는 구체제도 최소한의 합리성은 갖추고 있었다고 서술하고 있어.
이 시리즈의 또 다른 장점은 1789년 혁명 발발 전야에서 급진 과격파인 로베스피에르 일파가 숙청당하는 1794년의 '테르미도르 반동'까지 약 5년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발생한 사건을 10권 분량으로 서술하고 있기 때문에 꽤나 밀도 있는 설명이 가능했다는 점이야.
굳이 단점을 찾자면, 저자와 정치적인 지향점이 맞지 않는 독붕이가 서문을 읽으면 욕이 튀어나올지도 몰라. 명색이 역사학자고, 본문에서는 그리도 냉철하게 설명하던 사람이 서문에서는 촛불시위를 전후로 해서 집권한 각 세력을 평가하면서 고리타분한 일반화와 도식화를 계속 밀고나가고 있거든. 전전법무부장관을 일방적으로 두둔하는 부분에서는 할 말을 잃게 되더라. 그렇지만 각 책들의 서문만 이렇고 본문 내용에는 이런 쓸데없는 정치색이 묻지 않았으니 이 부분은 안심해도 좋아.
사족이지만 이 책에서 부르봉 왕가가 18세기 중엽에 서기 9999년 12월 31일까지 표기되는 시계를 만들어서 왕조가 영원하기를 빌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어. 묘하게 진나라의 영정과 오버랩되더라구. 얘도 6국 평정 후 본인을 시황제로 칭하고 자기 뒤를 이어 제국을 통치할 황제들을 이세황제, 삼세황제로 칭하며 제국이 만세까지 이어지길 기원했었지.
고금동서를 떠나서 이 양반들은 이렇게 해서라도 달이 차면 기운다는 진리로부터 눈을 돌리고 싶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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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끝나면 놀아야지. 아, 독붕이한테는 독서가 노는 건가...
수능 본 지 10년 넘은 출근충은 웁니다ㅠ
ㅋㅋㅋ 전전법무장관 썰에서 최신판이란 건 알겠다 ㅋㅋ 서문이야 지 꼴리는대로 써도 그만이고 학자적 양심만 안 팔아먹었으면 장땡이지. 나중엔 저것도 다 본인 흑역사로 남을 건데 어쩔 ㅋㅋㅋ
셀프 박제ㄱ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