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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를 일으키는 유언장,

증오로 가득한 가족들,

증오로 일어난 듯한 살인,

그 안에 사랑은 존재하는가?

한줄요약
그래요, 그건 분명 사랑과 우연이 꾸며낸 교활한 범죄였죠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다. 팔묘촌, 옥문도랑 함께 명작이라고 치켜세워지는 작품이다. 실제로 그럴 만했다. 물론 묘하게 명작이란 코스케가 가장 무능해보이는 작품들이 아닌가 싶지만(...) 어쨌건 세이시의 훌륭한 작품이라는 건 나 또한 이견의 여지가 없다.

이누가미, 곧 견신 가문에서 살인극이 벌어지는 일인데, 이 일가가 참...... 여러모로 골 때리는 가문이다. 정말 솔직히 말해서 섹스로 할 수 있는 안 좋은 일이란 다 한 곳이랄까.(여기서 도전정신 느끼지 말자. 말이 그렇다는 거다) 그걸 가족 구성원이 다 했다면 "골 때리는 가문"으로 남았을지 몰라도, 그 안 좋은 걸 "한 사람"이 다했다는 점에서 이 소설의 기괴함은 한층 올라간다. 아아, 사헤 옹....... 당신은 도대체!

옥문도를 이전에 읽어본 나는 이 소설을 읽고 확신한 게 있는데, 세이시는 추리소설의 트릭보다도 그 살인이 일어나게 되는 배경과 동기, 그리고 분위기 조성에 상당히 많이 투자한다. 옥문도에선 전쟁 직후라는 시대 배경과 함께 섬의 음울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표현했다면, 여기선 견신 일가답게 개족보에서 발생한 가족 간의 분위기를 상당히 잘 표현했다.

개족보도 억지 같고, 사헤 옹의 유언장도 엿 먹으라는 것 같지만...... 후반부엔 나름 그럴듯하게 다 설명한다. 나는 나름 납득했다. 그렇다고 해서 사헤 옹이 은근 미화되고 범인도 은근 미화되고 은근히 훈훈한 척 엔딩내는 게 좀 어이가 없었지만(...) 옥문도에서도 한차례 느꼈던지라 어쩔 수 없이 넘어갔다. 사실 미화를 세게 하는 것도 아니라 불편할 건 개족보랑 사헤 옹의 행실뿐이다. 아아, 그는 도대체......

옥문도에서는 잘 몰랐는데, 이후에 팔묘촌도 읽으면서 깨달은 게 있다면......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에선 화자가 누가 됐든 초반부에서 "아 ~했다면 ~했을 텐데." 따위로 자꾸 앞날을 스포한다는 것이다. 근데 그 스포도 다 하는 게 아니라 정말 분위기 조성만 할 수준으로 한다. 나쁜 건 아니고, 솔직히 그덕에 깔린 음울하고 불안한 분위기야말로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의 강점이라면 강점이지만...... 좀 짜증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누가미 일족에서 강점은 인물의 개성과 분위기, 동기, 얽힌 이야기 따위 등이 있지만, 트릭이라고 해서 나쁜 건 아니다. 적어도 중요한 반전 정도는 유추할 수 있다. 다만 범죄 자체에 대해서는 정말 기가 막혔지만...... 그마저 세이시는 화려한 가족 이력(...)과 반전을 잘 엮어서 잘 설명했다.

그리고 장안의 탐정, 긴다이치 코스케는....... 옥문도도 그렇고, 이누가미 일족도 그렇고, 이후에 읽은 팔묘촌도 그렇지만...... 사람이 너무 볼품없다. 키도 작고, 잘생긴 것도 아니고, 히카마와 벙거지 모자(대충 비유하자면 촌사람 같은 인상이다), 말더듬이, 흥분할 때 머리 벅벅 긁음(비듬도 떨어짐)...... 그나마 내세울 게 명석한 두뇌뿐인데, 그마저도 사건이 거의 막바지에 이르거나 다 끝나갈 즈음에 진상 밝히는 게 고작이다.

이정도면 일본 최고의 명탐정이 아니라 일본 최고의 스도쿠 풀이자라고 해도 위화감은 없을 것 같다. 김전일은 대체 코스케에서 무슨 명예를 팔아먹었던 걸까. 하지만 이런 볼품없는 게 코스케만의 매력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나는 말도 덜 더듬고 머리도 덜 긁적이던 옥문도의 코스케가 좋다(...)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는 왠지 모르게 시골에 대한 편견과 세이시의 취향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가지게 만드는 듯하지만, 그럼에도 세이시가 만드는 그 분위기, 그 막장 저리갈 수준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들은...... 괜히 사랑받는 추리소설로 거듭난 게 아님을 증명해준다.

근데 그래도 그렇지, 일본 최고의 명탐정이 찐따인 건 너무하지 않은가.


이누가미 일족 등급표
필력: A
독서 과정에서 느끼는 총체적인 평가, 곧 작품 자체에 대한 인상. 나머지 6개의 기준을 모두 합친 또 하나의 전체적인 기준.
가독성: B+
문장을 읽을 때 글이 얼마나 잘 읽히고 술술 넘어가느냐를 기준으로 삼음. 본인 어휘력도 적지 않은 영향이 있으니 주의.
인물: A
주인공을 비롯한 각 등장인물들이 가지는 개성, 매력, 혹은 대사 센스, 유머까지, 곧 작중 인물을 얼마나 잘 살려내고 잘 써내고 잘 활용하느냐에 대한 기준.
설정: B
장르별로 기준의 정의가 다르게 작용하겠지만, 공통적으로는 배경되는 시공간과 전후상황 등의 설정들이 가지는 매력과 활용도가 기준.
분위기: A+++
말 그대로 작품에 깔리는 분위기. 전체적인 분위기, 각 파트별 분위기, 분위기 전환 등의 '장면 인상' 위주의 기준.
구성: A
책 자체의 구성(목차), 문단 구성, 사건 구성, 사건의 흐름, 배치, 플롯으로 퉁칠 수 있는 부분까지. 소설의 골격에 대한 기준.
문장: A
필력이 소설이라는 군집적이고 총체적인 문장의 인상이라면, 문장은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부분을 가리키며, 흔히 부르는 묘사도 여기에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