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한 3년 전의 일이었습니다.


별다른 꿈 없이 살던 제가 책, 책, 독갤 여러분들이 그토록 애정을 품고, 가끔은 뭐 애증도 품고, 뭐 또 가끔은 히스테리적 증세도 보이는 그 빌어먹을 책이라는 것을 내보고 싶다는 꿈이 생겨, 원고를 쓰고 출판사에 투고를 하게 되었다지요.


요즘 유행하는 독립 출판은 능력이 없어서 포기하고, 돈만 있으면야 낼 수 있다는 자비 출판은 자비가 없어서 때려치우고, 오로지 저는 출판사, 바로 그 출판사 편집자를 만나 책을 내어야겠다는 소망 만이 가득했던 것입니다.


수십, 수백 번의 투고를 하면서 저에게도 이런 저런 기회가 생기긴 했습니다.


한 편집자는 글쎄, "이보게 작가 양반, 내 자네 글이 맘에 들긴 하는데, 보내준 원고는 내가 내고 싶은 책은 아니라네. 내가 책 만드는 일 말고 관상을 보는 일도 즐겨하는데, 어째 자네 얼굴을 좀 보여줄 수 있겠는가?" 라는 말을 하여, 저는 그만, 그가 제 원고를 검토한다는 편집자라는 이유 만으로, 평소 얼굴이 못생겨 찍을 일 없는 셀카를 연사로다가 다다다다닥 찍은 후 보내주었던 것입니다.


생각하면 몹시도 등신 같은 일이었습니다. 분명 저같은 멍청한 인간이 보이스 피싱이나 사기 같은 걸 당하는 게 틀림 없겠지요.

여하튼 제 사진을 본 그는 제 얼굴이 그리 나빠 보이지 않는다며, 다음날 통화를 하자고 하였으며, 저에게는 출간이라는 희망이 샘솟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아뿔싸, 제기랄, 시부랄.

그는 소위 말하는 출판업계의 사짜 같은 인물이었으니, "이보게 작가 양반, 내가 제목도 정해주고, 목차도 정해주고 할 테니까 자네는 글만 좀 써줄 수 있겠나? 대신 초판 1쇄에 대한 인세는 없다네. 책이 망해도 작가에겐 책이 남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출판사 입장에서 책을 내고 망하면 나는 거지가 될 수도 있으니 그 정도는 자네도 이해하겠지?" 하는, 그러니까 지금 생각해도 개소리나 다름 없는 쌉소리를 내뱉길래, 저는 목구녕까지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저는 초중고 바른생활, 도덕, 윤리 과정을 무사히 잘 이수해온 학생이었습니다.

제가 만나본 가장 이상, 요상, 괴상, 몰상식한 편집자였으나, 저는 그에게 욕을 하는 대신에, "에에, 제가 쓸 자신이 없네영." 이라는 말로 그와의 관계를 정리했습니다.


.....하는 에피소드가 담긴 책을 제가 냈는데요.

여기다가 저자가 에에, 독갤 여러분 제가 책을 냈습니다~~~ 하면 광고로 추정하여 글 삭제 당하고 저는 차단을 당할 수도 있는 겁니까?

창작글 금지라는 공지를 보고 몹시 쫄아서 여기까지만 쓰겠습니다.

혹시 서점에서 책 구경 하시다가, 오, 이거 혹시 독갤의 무명글쟁이가 쓴 책인가? 싶은 책이 보이면 관심 좀 부탁드립니다.



책이야기를 좀 하자면, 요즘 편집자 분들이 책을 많이 내는 거 같아요.

얼마전 문학동네 이연실 편집자가 유유 출판사에서 <에세이 만드는 법>이란 책을 냈는데, 저는 뭐 그럭저럭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제가 지금껏 본 가장 재미난 편집자의 책은 글항아리 출판사 이은혜 편집장의 <읽는 직업>이란 책인데요.


책 많이 보시는 독갤 여러분들도 <읽는 직업> 보시면, 아 출판 편집자는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저자를 만나서, 이렇게 책을 내는구나...하고 재밌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읽는 직업> 추천합니다. 독갤 여러분이 소망하는 뭐 그런 직업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