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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의 문학 다섯번째


궁극적으로 선이 승리한다거나 성실하게 살면 언젠가 보답받을거라는 소시민들의 소박한 윤리의식이 순진한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는 걸 거침없이 폭로하고 있는 작품이야.


말년을 의탁할 가족이 없어 적지 않은 나이에도 극장에서 음악가로 활동하며 직접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퐁스는 부유한 친척 집안 영애의 결혼을 중매해 조금이라도 여유 있는 노후를 보내고 싶어하지만 이게 산통이 깨지면서 큰 곤궁에 처하게 돼. 충격으로 몸져누운 그의 곁에는 충실한 독일인 친구 한 명만 남아 있을 뿐이지.    


퐁스는 탁월한 감식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상당한 값어치가 나가는 예술품을 잔뜩 수집하고 있었어. 물론 이 예술품들은 그의 심미적인 만족감을 위한 것이었기에 아무리 형편이 나빠져도 퐁스에게 이걸 팔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 그렇지만 다 죽어가는 영감의 쪽방에 막대한 보물이 잠자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퐁스는 편히 눈을 감을수조차 없는 처지에 놓이게 돼.


무려 170년 전에 결국 실재하는 건 고매한 슬로건이 아니라 상이한 이해관계를 가진 개인과 집단 간의 아귀다툼일 뿐이라는 사실을 날카롭게 포착해 낸 대가의 관찰력과 필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야. 러시아 문학의 리얼리즘과 다소 궤를 달리 하는 프랑스 자연주의 문학 특유의 냉랭하고 건조한 분위기가 궁금하다면 한번쯤 읽어봐도 좋을 듯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