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 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 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워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질투는 나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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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빈 집]이라는 시를 읽고 무섭게 끌려 서점에서 처음 내 돈 주고 산 시집이 <입 속의 검은 잎>이었다.

그전에도 시를 싫어하진 않았지만, 그다지 마음에 끌리는 시는 없었는데

특히 [질투는 나의 힘]은 아직까지도 이보다 더 울컥하는 시는 없는 것 같다.


기형도 시가 호불호갈리는 거는 이해하는 부분이긴 하다.

아마 지금 기형도처럼 시를 쓰면 현학적이고 겉멋들어 보인다고 까이겠지

근데 그러니까 더 대단해보인다. 자칫 현학적이고 진지병처럼 보일 수도 있는 표현방법을 가지고

어둡고 축축한 감정을 묵직하게 끌어낸다는게.

시간이 좀 나면 전집 다시 한 번 찬찬히 읽어보고 싶다.

좋아하는 작가의 전집이 1권뿐이라는 건 좋은 건지..


p.s. [대학시절]이라는 시에서 기형도가 읽고 있었다는 플라톤은 뭘까? 정말 궁금했는데, 지금까지 내 생각으로는 파이돈이라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