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범죄를 \'어떤 사회체\'가 구성하는지 의문을 던지는 소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범죄의 구성에 있어서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 개인들만이 책임을 갖는지 말이죠. 트루먼 커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는 단순히 가해자들의 행위만이 아니라, 가해자를 둘러싼 사회체계 전반을 범죄의 구성체로 확장합니다.

소설에서 일가족살인사건은 과연 ‘범죄자’가 절대악이기 때문에 벌어졌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이자 살인범 \'페리\'는 아버지 밑에서 가정폭력을 경험하고, 수녀원에서 학대를 당하고, 군대에서 고참들에게 강간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감옥을 드나들수록 재사회화되기 보다, 범죄자로 거듭 진화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가부장제, 아동학대, 군부조리, 형벌체계의 약점 등 수많은 사회 문제를 피해갈 수 없다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했습니다.

소설에서 끊임없이 페리의 인생사를 이야기하는 것도, 범죄가 페리가 그동안 당해왔던 폭력의 연쇄와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하고요. 심지어 페리에게는 일가족살해라는 결말까지 다다르기 전, 그 비극을 피해갈 수 있었던 수많은 곡선이 존재했습니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페리가 교도소에 살던 시절 목사가 그를 거의 범죄자의 길에서 구원해 줄 수 있었지요. 페리는 범죄를 공모하기 직전 그를 찾아가 올바르게 살려고 마음먹는 장면이 있습니다. 목사와 길이 엇갈리는 바람에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지만요. 때문에 목사 말고도 누구 한 명이라도 그를 강력히 샛길로 이끌어줬다면, 비극도 없었으리라 생각했어요.

그러나 페리에게 범죄의 책임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비극이 비극이 아닌 것도 아니고요. 소설에서는 피해자의 친인척들과 주변인들이 반인륜적 범죄와 마주했을 때 겪게 되는 극단의 실존적 불안감이 세밀하게 표현됩니다. 왜 그들이었어야만 하나, 그들이 꼭 죽었어야만 했나, 라는 카오스적 세계에 대한 의문을 품는 인간의 절망도 자세히 서술됩니다. 다만. 페리의 인생사 전반은 페리가 살인을 하게 만드는 사회체계의 맹점을 드러낸다고 생각합니다.

살인자의 인생사, 살인자 주변인물들의 인생, 피해자와 피해자 주변인들의 인생사를 복합적인 서사로 그려내, 이 소설은 사회체계-실존 양쪽의 문제를 동시에 관통합니다. 그리하여 개인적으로 『인 콜드 블러드』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훌쩍 뛰어넘는 명작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