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자 독후감.
최은미 외, 2021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현대문학, 2020.
2021년 수상소설집인데 왜 발간은 2020년에 된 것일까라는 궁금증은 패스하고..
수상작인 최은미의 《여기 우리 마주》는 10대 자녀를 키우는 40대 여성 두 명이 팬데믹의 시대에서 겪는 일상에 대해 덤덤하고도 섬짓하게 읊조린다. “수미는 자신의 재난지원금을 나에게 와서 썼다.”라는 소설 초반부의 문장이 “수미는 기정시 67번째 확진자가 되었다”의 마지막 문장으로 끝마치기까지의 이야기는 독자에게 팬데믹 시대가 밝힌 일상의 문제들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김병운의 《한밤에 두고 온 것》은 이 수상소설집에서 가장 아쉬운 소설이다. 성소수자이자 배우인 화자가 성소수자에 대한 타자적인 연민의 시선으로 점철된 영화에 출연하면서 내적갈등을 겪는다. 그러다가 화자는 강사 일을 하면서 알게 된 장년 여성의 부탁을 받는다. 수십 년 만에 우연히 만난 친구와 약속을 잡았는데 얼떨결에 아들이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그러니 아들 연기를 좀 해달라는 부탁에 화자는 동의하고 그 과정에서 소설은 두 장년 여성의 사이가 단순한 친구 사이가 아니었음을 암시한다. 결국 감독에게 당사자로서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기로 마음먹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성소수자의 주체성을 주제로 삼은 것치고 너무 평범하고 뻔한 이야기 플롯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다 읽고 나서 엥 이게 다임? 싶었는데 거창한 주제를 너무 단순하게 얘기한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박형서의 《실뜨기 놀이》는 한국의 가난한 집 아들이 16대 달라이 라마로 채택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에 관한 소설이다. 정말 너무너무 재밌게 읽었다. 전체적으로는 익살스러우면서도 동시에 자식을 팔아 넘겼다는 모부의 자책을 묘사한 장면은 슬픔이 가득했으며 마지막에 아내의 죽음을 맞고 두 부자가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은 먹먹하기가 그지없었다. 재미로는 수상작보다 더 낫다고 여긴다.
송지현의 《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은 마치 만화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한 대목을 소설로 만들어낸 것만 같다. 잔잔한 여름 한 복판에서 간들거리는 로맨스를 좋아하지 않을 사람을 드물 것이다.
오한기의 《팽 사부와 거북이 진진》은 이 수상소설집에서는 가장 환상적인 면모를 보인 소설이다. 유령으로 존재하는 팽 사부와 전세금을 떼어먹은 건물주가 죽은 아들의 환생이라 여기는 거북이 진진. 두 남자의 유치한 복수극. 스릴러스럽지만 동시에 코믹하다.
윤성희의 《네모난 기억》 역시 《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처럼 로맨스를 다루지만 이 소설은 송지현의 소설보다 훨씬 심각하고 운명적이다. 한번만 더 장례식에서 만나면 사귀기로 약속한 두 사람의 결실이 마지막에 맺어지는 장면은 흐뭇하다.
임솔아의 《단상》은 절이라는 고즈넉하고 성스러운 공간에서 벌어지는 세속의 부조리들이 어떻게 왁자지껄 등장인물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지에 대해 얘기한다. 마지막에 주지가 밤마다 꽃을 짓밟고 다녔다는 대목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무서웠다. 이 책에서 가장 무서운 소설이다.
마지막 천희란의 《카밀라 수녀원의 유산》은 영국의 여성 보호원을 다루는데 그 구성이 추리소설과 매우 흡사하다. 후반의 반전은 모녀라는 관계가 지니는 지독한 모순을 참혹하고 냉철하게 표현한 것이라 생각한다.
오랜만에 읽은 문학상 소설집이었는데 대체로 재미있었다. 슬슬 다른 2021년 문학상 소설집들도 읽어야 겠다.
선발대추
선발대추 근데 모부는 사람 이름이야? - རང་བཙན།
母父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