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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로시마 원폭 투하라는 사건은 한국인 입장에서 최소한 복잡한 태도를 야기하는 이중적 의미를 가진 사건일 테고, 사실 다수에게는 그냥 통쾌한 사건으로 치부되는 일일 거다. 덕분에 원폭 투하를 맞는 일본을 다루는 많은 '휴머니즘적인' 소설이든 영화든 한국에서 비난 섞인 불편한 반응을 이끌어 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 '1945 히로시마' 라는 책은 이런 논란으로부터 어느 정도 피해 나갈 수 있는 유형의 작품이기에 한국인 입장에서 이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건을 들여다 보기 적절한 경우일 듯 하다.

  일단 존 허시라는 미국인의 시점에서 서술되는 책이라는 점, 그리고 이 사람이 언론인이라는 점 때문에 이 논픽션은 민감한 소재에 비해 꽤 중립적이고 건조한 시선을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원폭 투하에서 살아남은 일반적인 사람들의 경험담과 그 이후의 인생을 담담하고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거시적이고 정치적인 담론들은 꽤나 배제되고 있기에 독자로서는 원폭이라는 사건을 맞는 개인들이라는 미시적인 관점에서 전쟁이나 원자력, 원자폭탄이라는 현재에도 중요한 이슈들을 또다른 시선에서 바라볼 기회를 얻게 된다.

  물론 아무리 서술이 건조하다 한들 이 거대하고 파멸적인 사건을 담담하게 읽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 재난의 객관적인 서술은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몰입도로 인간성이 붕괴되는 현장을 들여다보게 할 수밖에 없으며, 이 책이 묘사하는 참상은 그 자체로 반핵이라는 주제를 자연스럽게 가리킬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동시에 작가는 순진한 논조로 평화를 외치는 것이 얼마나 무기력한 일인지 인식하고 있는 듯 하고, 자신이 언론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원폭이라는 거대한 사건을 맞는 작은 개개인의 사투를 응시하는 것 정도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듯 묵묵한 자세로 글을 이어나간다. 그것이 주는 감동과 힘이 대단한 책이다.

  핵이라는 소재 이외에도 거대한 재난을 맞는 일본인이라는 관점에서도 꽤 흥미로운 지점이 있는 작품이다. 군국주의 체제 하에서 그들이 보여주는 어떤 복종심이랄까, 예를 들어 원폭을 얻어맞은 후에도 천황에 대한 충성을 버리지 않는 일반인들에 대한 묘사도 나오는데, 이게 지극히 불편하면서도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이 외에도 인간의 극단적인 상황에서의 행동들을 서술하는 부분이 많은데 서술자가 이에 적극적 해석을 덧붙이지 않기에 독자로서는 주체적인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