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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다. 이름은 아직 없다." 일문학, 특히 근대 일본 순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접해봤을만한 이 문장은 나쓰메 소세키의 대표작 나는 고양이로소다의 첫 문장이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 중에 꽤나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꽤나 서정적인 문체인 도련님과 마음에 비해 나는 고양이로소다는 유쾌한 문체를 자랑한다. 두꺼운 두께임에도 불구하고 나쓰메 소세키 입문작으로 이 책을 뽑는 가장 큰 이유이다. 또한 이 소설은 나쓰메 소세키 소설중 유일무이하게 고양이가 주인공인 소설이다. 또한 다른 작품들과 달리 분위기가 가볍다고 할 수 있겠다. 고양이가 주인공인 소설이고 분위기 또한 가볍다고 하면 귀엽고 깜찍한 이야기가 주를 이룰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매우 다르다. 이 영화는 고양이의 눈을 빌려 인간의, 특히 근대 지식인들의 무능함과 선민의식등을 풍자하는 작품이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주인공은 이름없는 고양이이다. 이 고양이는 원래 떠돌이 고양이었지만 우연히 선생일을 하고 있는 쿠샤미의 집에 얹혀살게 된다. 여기서 왜 살게 되었다나 키워지게 되었다가 아닌 언쳐살게 되었다라는 말을 사용하는지는 이 책을 읽어본 독자라면 다들 이해할 것이다. 쿠샤미는 고양이를 키우려고 했다기 보다는 그저 집안에 들어온 고양이를 하인이 내쫓지 못하게 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때 쿠샤미는 하인에게 "그냥 안에 들여다놓아라"라고만 말하는데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이 말이 쿠샤미가 고양이가 불쌍해서 한 말이 아닌 집에 들어온 고양이 한 마리 정도는 집에 두어도 딱히 신경쓰지 않는 쿨함에 자기만족을 하기 위해서 한 말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쿠샤미의 집에서 살게 된 고양이는 쿠샤미를 비롯해 쿠샤미의 가족과 쿠샤미의 집을 오가는 사람들 대표적으로 허풍을 쳐 여러 사람들을 속이는 재미로 사는 메이테이와 겉보기에는 정상적인 과학자지만 허무맹랑한 연구만을 계속하는 간게츠 등 여러사람들을 관찰한다. 이렇게 고양이가 인간 사회를 관찰하는데 고양이의 눈으로 보는 인간사회가 웃기기도 하고 가끔씩은 내 이야기 같기도 해 씁쓸하기도 한게 이 소설의 묘미라고 할 수 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서 인간측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쿠샤미는 당대 지식인, 특히 작가 본인을 모티브로 해서 만든 인물이다. 실제로 작가는 당시 도쿄대를 나온 인재이지만 관직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소설가로 유우자적하게 살아간 인물이다. 이는 쿠샤미 또한 마찬가지로 그 또한 대학을 나왔지만 관직등에 나가지 않고 영어 선생님으로 살아가며 속세를 등진 채 살아간다. 언뜻 들어서는 멋진 삶의 태도 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쿠샤미는 속세에 큰 관심이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속세에 대한 관심을 끊어내지 못한 것 처럼 나오고 관직을 하지 않은 이유도 고양이의 눈을 빌려 무능해서임을 작가는 보여준다. 이는 어떻게 보면 작가 자신이 생각한 자기 자신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실제로 무능하다고 할 수 있는 쿠샤미와 달리 나쓰메 소세키는 작가로서 큰 성공을 거두었고 당대 최고의 지식인 중 한 명으로 대접을 받은 것을 보면 보는 시선에 따라 기만자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또한 쿠샤미도 소설에선 무능하게 묘사되지만 나름 선생으로 일하고 여러 제자나 친구들이 그를 찾아오는 것을 보면 그렇게 한심한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나쓰메 소세키같은 천재쯤 되면 무능하고 한심한 사람의 기준이 일반사람과는 꽤 차이가 나나 보다.) 어쨌든 쿠샤미는 소설에서 주위 마을 사람들에게 한심한 사람이란 취급을 받고 딱히 성공하지도 못한 채 세상을 등지고 살아간다. 그리고 이러한 쿠샤미란 인물을 작가는 고양이의 눈을 빌려 비판한다.
쿠샤미는 틈만 나면 취미 생활을 즐기나 어느 취미에도 몰두하지 못하고 금새 때려치우고 만다. 하루는 하이쿠에 몰두하다가도 금새 때려치우고 그림에 몰두한 적도 있었으나 이 또한 금새 그만둔다. 작가는 이런 묘사를 통해 쿠샤미란 인간이 겉보기엔 예술을 사랑하고 재능이 있는 척 하나 사실은 딱히 대단한 재능도 없으면서 그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해서 커다란 노력도 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 부분을 읽으며 이러한 작가의 쿠샤미란 인물에 대한 묘사는 당대 사람들 뿐만 아니라 현대인들에게도 유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당대 인물 뿐만 아니라 현재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예술에 쉽게 도전하고 자신이 재능이 있다고 믿으며 계속해서 도전하면서 자신이 예술을 즐기는 소위 멋진 인간이라는 선민의식에 빠지고 얼마 안가 자신이 재능이 없음을 느끼면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거나 다시 다른 예술에 쉽게 도전하여 이를 계속해서 반복한다. 나또한 그렇다. 나 또한 책을 읽으며 이런 내용은 다른 사람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하겠지라거나 독서를 하지 않는 사람들을 알게 모르게 무시하는 등의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이는 독서 뿐만 아니라 영화, 음악 등에서도 나타나고 우리 주위, 특히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다. 쿠샤미란 인물상은 결국 당대 지식인 뿐만 아니라 현대인들에게도 마음에 와닿을 만한 면을 가진 캐릭터인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쿠샤미는 당시에도 촉망받고 존경을 받는 사업가를 싫어하며 선생님인 자신이 우월하다고 느
낀다거나, 독서가처럼 주위사람들에게 보여주면서도 책을 읽으며 몇 분 지나지 않아 조는 등 여러 한심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서 묘사하는 인물은 쿠샤미 한 명 뿐만이 아니다. 쿠샤미의 친구 메이테이는 화려한 언변을 통해 주위사람들을 속이고 다닌다. 예를 들어 세상에 있는 모든 책을 읽어봤다고까지 말하는 교수에 앞에서 읽지도 않은 책 이름을 대며 내용을 지어내 말하고 그 교수가 내용에 맞장구를 치게 만들어 그 교수가 그 책을 읽지 않았음을 확신하거나 양식 요리점에서 있지도 않는 음식에 이름을 대 요리사를 당황하게 만드는 등 사람들이 체면 때문에 모른다고 할 수 없는 주제의 이야기를 지어내 그 사람에게 망신을 주는 것이다. 언뜻 보기엔 메이테이는 유쾌하고 인간관계에서 재미있는 사람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가 느끼기론 메이테이는 다른 사람을 골탕먹이는데에만 관심을 가질 뿐 그 어떤 학문도 예술도 갈고 닦지 않고 사람들을 놀리는데에만 관심을 가지는 한심한 사람일 뿐이라고 느껴졌다. 메이테이는 어떻게 보면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언변은 훌륭하나 사실은 지식도 교양도 변변찮은 있긴 하지만 하나의 몰두해서 갈고 닦지 않은 사람을 모티브로 해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다른 사람의 부족한 부분을 보고 그것을 비웃는 다는 면에서도 우리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인물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쿠샤미가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너는 병신, 나는 지식인" 느낌의 캐릭이라면 메이테이는 "나는 병신, 너는 더 병신"이란 느낌의 캐릭터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쿠샤미랑 어울리는 인물은 메이테이 뿐만이 아니다. 간게츠란 겉보기엔 멀쩡해 보이는 과학자도 있다. 이 과학자 또한 사회의 지식인이지만 사실은 허무맹랑한 연구를 하는 이상한 인물이다. 이 인물 또한 가네다 집안의 아가씨에게 반하고 혼사가 오갈 뻔 하나 쿠샤미 일행과 어울린다는 이유나 과학자인데 허무맹랑한 연구만 한다는 이유로 사실상 혼사가 취소되고 난 후 쿠샤미 일행과 함께 사회를 한심하게 보는 선민의식에 빠지는 인물이다.
이렇게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선민의식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서 나오는 주연인물들은 선민의식에 빠져 있고 작가는 고양이의 눈을 빌려 당대 지식인, 그리고 그것을 넘어 현대인 또한 작가 자신까지도 풍자하고 비판하고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선민의식을 나타내는 인물은 이 뿐만이 아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고양이 본인 또한 선민의식을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고양이 또한 쿠샤미와 같이 생활하면서 그와 그의 주변 인물들을 비웃고 비난하며 인간들을 무시한다. 또한 그러면서도 자신이 여러 예술등을 이해하는 몇안되는 고양이라면서 선민의식을 가진다. 이를 통해 작가가 전달하고 싶었던 건 무엇일까. 개인적으론 작가는 다른 사람의 선민의식이나 생활상을 비난할 땐 결국 자신도 선민의식에 빠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이 고양이의 다른 사람들을 비웃지만 자신 또한 결국 선민의식에 빠지는 듯한 모습을 통해 다른 사람을 비웃을 자격이 과연 사람들에게 있는가를 보여주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을 읽는 독자들 또한 쿠샤미나 메이테이, 간게츠를 비웃으면서 결국은 자신은 최소한 그들처럼 행동하지는 않는다는 선민의식을 가지게 된다. 이를 통해 작가는 다른 사람을 비웃다 보면 자신 또한 선민의식에 빠지게 됨을 보여주려고 한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나쓰메 소세키가 얼마나 대단한 작가인지 느끼게 해준 책이다. 특히 목욕탕 장면에서 모든 인간이 옷을 벗은 광경을 보고 고양이가 니체의 초인 사상을 떠올리는 장면은 대단했다고 생각한다. 이제 다음으로 도련님과 마음을 다시 한 번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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