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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직관이 우선이고 이성은 그를 보조할 뿐이라는 통찰 자체는 흥미롭고 실제로 많이 보이는 광경이라 공감도 얻기 쉽지만


심리학적 실험의 경우에 보편적으로 드는 의심이긴 하지만


실험자 앞에서 도덕적 명제를 순간적으로 판단하고 답변해야 하는 실험실적 상황 자체가 우리가 일상에서 도덕적 판단을 하는 조건과 정말 비슷한지?


라는 의문이 강하게 듦. 순간적인 판단이 먼저고 그 후에 이성적 설명을 찾는 건 그런 실험실적 상황 자체 때문 아닌지 하는 의심이 든단 말임.


간단한 면접이라도 치뤄본 사람이면 알겠지만, 사람 앞에서 질문에 대한 대답을 즉각 해야 하는 상황일수록 일단 빠르게 대답을 하고 그 후에 그걸 부연할 방법을 찾게 되는 경향이 강한데 말이지.


조너선 하이츠의 경우엔 저런 경우가 일상적인 도덕적 판단의 상황이고, 여유를 두고 도덕적 판단을 해야 하는 경우가 특수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란 생각이 들던데.


게다가 조너선 하이츠 내면의 코끼리가 '도덕적 상대주의' 의 방향으로 너무 몸을 강하게 튼 나머지 본인도 억지 논리를 부리는 경우도 많더라.


예컨대 정치인이 세금을 횡령하는 걸 거스름돈을 잘못 거슬러 받았을 때 사실대로 말하지 않는 것과 연결지으면서 비슷한 걸로 퉁치려 하는데,


솔직히 저 두 사례는 돈의 액수든, 그게 적극적 행위냐 소극적 행위냐의 차이로 보든 정말 상이한 사례로 보이거든.


저런 식으로 거의 모든 도덕을 같은 선상에 놓고 그저 서로의 직관의 차이로 퉁쳐버리는 게 옳은 태도인가 하는 의문도 들고.


후반부에서도 이런 비판을 걱정했는지 도덕적 상대주의와 거리를 두려 하지만, 대체 본인의 주장이 어떻게 상대주의와 다르다는 것인지는 본인도 전혀 언급을 안 하잖아?


뭐 후반부 진화심리학을 이용한 논증들은 그냥 봐도 비약이 꽤 많은 것 같고..


나름 재밌는 사례가 많이 들어있는 책이라곤 생각하지만, 나한텐 그리 지적인 충격을 준다거나 완전히 설득당하는 부류의 책은 아니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