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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주의)



일단 두 작품 다 세카이계임


세카이계의 뜻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주인공 '나'와 주변 사람들이 알고 보니 세계의 존속 여부와 관련되는 비일상으로 말려드는 류의 모든 작품군을 총칭함



이리야의 하늘의 주인공 이리야 카나는 외계인과 싸우기 위해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전투병기고, 주인공 아사바를 만나며 인간의 감정을 알며 점점 목숨 걸고 싸우는 걸 거부하게 됨


마지막 싸움을 위해 관리자 에노모토가 군인을 동원해 이리야를 끌고 가려 하자 아사바는 미니건을 쏴 대며 '세계 따윈 상관없다, 나에겐 이리야가 웃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고


이리야는 아사바와 지구를 지키기 위해 결국 전장에 나가 돌아오지 못함


날씨의 아이도 비슷한 전개인데, 맑은 날씨로 바꾸는 대신 자신의 몸을 상실하고 이윽고 완전히 소멸한 소녀를 위해


주인공은 전세계가 침수하는 걸 각오하고 다시 소녀를 살려내고자 분투함




에바도 그렇고 이리야도 그렇고 날씨의아이도 그렇고


전통적인 세카이계의 구도는 개인 VS 세계, 아이 VS 어른 식으로 극단적임


세계를 구할 힘은 아이에게 있고 어른들은 아이를 내몰며 '이래야 모두가 산다'는 공리주의적 입장을 취함


이카리 신지의 마지막 바램이나 아사바의 마지막 외침이나 날씨의아이 주인공 소년의 심리는 늘 한결같음


"우리들(아이, 사회적 약자)을 거름 삼아 유지되는 세계 따윈 존속 가치가 없다"




따라서 세카이계는 극적인 연출에는 그만큼 쉽게 짜낼 수 있는 갈등 구조도 없음


문제는 이런 유아론적 사색에는 늘 개인과 세계 사이의 완충지대가 처음부터 무시 당하는 거임


아이를 희생 시키지 않으면서도 세계의 위기에 대처하고자 고민하는 것 역시 어른의 역할이고 나아가 사회의 역할인데


세카이계에서 주인공 진영을 옹호하는 어른, 사회 진영의 대변자는 대부분 끝까지 옆에 있어주지 못함




현대 정치철학과 사회학의 대두 이래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은 과제는


개인주의 시대에 사회 집단의 역할과 거기서 이루어지는 공공선을 어떻게 규정하는가임


세카이계의 전형적인 개인 VS 세계 구도는 이미 백 년 전 동아시아 근대문학의 태동 때부터 가장 초기 단계의 회의주의였고,


잘 봐 줘야 사르트르류 실존주의의 아류에 불과함




이젠 서브컬처계에도 세계관의 초극이 필요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