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갤에서 만화책 이야기하는 거 좀 그렇긴 한데...???

일단은 책이니까????




암튼 뭐 나도 최종병기 그녀가 대체 뭐 하는 만화냐고 물으면 도저히 할 말이 없긴 한데,


아무튼 이게 어른과 아이가 대립하는 물건이 아니라고는 생각함.

좋은 어른들도 그럭저럭 등장했던 걸로 기억하고. 사실 날씨의 아이만 해도, '좋은 어른'은 꽤 등장하고.



그래서 개인적으로 세카이계를 설명하려고 하면, 이걸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이랑 같은 궤에서 보면 핀트가 엇나간다고 생각함.

최종병기 그녀에서 치세가 병기가 된 건 뭔 공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무런 맥락도 없는 전쟁 때문일 뿐임.

그렇다고 그 전쟁을 벌인 주체가 제대로 조망이 되냐면, 그것도 아니잖음. 심지어 결말에서는 아무래도 좋을 게 되어버리고.

오멜라스에 비유해 보자면, 내용 대부분을 차지하는 오멜라스가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를 묘사하는 부분이 뚝 하고 떨어져서 없어지고

걍 어떤 사람들이 오멜라스를 떠난다는 내용만 남아 있는 셈임.




개인적으로 세카이계를 뭔 어른 아이 대립 같은 걸로 보기보다는

'사소한 것 vs. 거창한 것'으로 설명하는 게 좋지 않나 하고 생각함.



말하자면, 날씨의 아이에서 '히나가 희생해서 맑은 날씨를 되찾을 것인가?' 의 윤리적인 문제는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님.

(적어도 씹덕적으로는)


세상에 날씨를 돌려줄 수 있는 아이가, 소녀가장으로 감자칩으로 볶음밥을 만든다던지, 당장 내일의 생계를 걱정한다던지.

코스프레 행사를 위해 잠시나마 햇살을 사람들에게 돌려주고. 언제 사라질 지 모르는데 노래방 기계로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그렇게 사소한, 당연히 그치지 않는 비에 비하면 사소해야만 하는 문제들을 차분히 보여주는 게,

거창한 세상에도 개개인에게는 사소한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그 개인은 그걸 소중히 여길 수 있다는 게

세카이계의 본질 아닐까 싶음.

물론 그 사소함을 극단적으로 대비시키려면 문제의 스케일이 엄청나게 커져야 하고,

그래서 세계멸망이네 뭐네 하는 식으로 흔히 빠진다뿐이지,

본질은 개개인이 자신의 사소함을 얼마나 소중히 여길 수 있는가, 그걸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해.



이게 적당한 표현일지는 모르겠는데,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에게 방점을 찍는 게 아니라

오멜라스에 갇혀 있는 소녀는 정말 고통 외에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을까, 에 방점을 찍는 느낌.

본질적으로는 윤리 담론이 아니라 일본 만화, 혹은 음악(이상할 정도로 그런 가사가 많더라)에서 자주 쓰는

'하루하루의 소중함' 같은 걸 보여주는 일상물의 일부라고 생각하거든, 나는.



이걸 유아론적이다, 유치하다고 지적하는 건 타당하지만, 세카이계 작가라면 여기에 이렇게 되물을 거란 말이지.

'맞다. 유아론적이고 유치하다. 하지만 그런 유아론적이고 유치한 우리의 자그마한 삶은 소중하지 않은가?

나사 빠진 만화책을 읽고 친구와 감상을 나눴던 순간은, 전쟁과 생존의 문제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거여야 마땅한가?'




그니까 뭐라고 해야 할까... 세카이계 유치하다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이런 다툼이 계속 일어나는 게,

본질적으로 이 부분에 대한 공감이 힘들어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느낌.



그 유치함이 얼마나 소중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르가 세카이계다,

라는 게 세카이계 긍정하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스탠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