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몇 년 전이었다. 밤에 시간 때우러 카페에 갔다. 대학 시험기간이라 사람이 북적댔다.
그 틈바구니에서 <대성당>을 폈다. 어디선가 추천받은 책이었다.
카페는 온갖 소음으로 소란스러웠다. 적당히 단편 몇 개 골라 읽고, 커피 마시고 집에 돌아갈 생각이었다.
한 부부의 집에 맹인이 찾아온다. 맹인은 아내의 오랜 친구다. 그 맹인이 방문해서 같이 밥도 먹고 하룻밤 묵고 갈 예정이다.
주인공인 남편은 이 방문이 썩 반갑지는 않다. 그는 맹인을 형식적으로 대한다.
저녁 식사 후 아내는 피곤해서 먼저 잠든다. 밤은 깊어가고, 주인공과 맹인은 거실에 함께다. 뻘쭘한 시간.
그 즈음 TV에선 '대성당'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나오고 있다. 둘은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그는 맹인에게 '대성당'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대성당>의 마지막 문장을 읽었을 때, 나는 카페의 소음을 느낄 수 없었다. 책을 덮었을 때 마치 환상에서 깨어난 기분이었다.
'이거 뭐지???'
앉은 자리에서 책을 다시 읽었다. 살면서 책을 연속으로 읽은 건 처음이었다.
2회독을 마쳤을 때 <대성당>은 이미 내 인생의 책이 되어 있었다.
레이먼드 카버의 솜씨는 놀랍다. 몇 마디 문장으로 인물의 성격이 그려지고, 스르륵, 그들의 과거사가 설명되어 있다.
이야기가 서로 엉킨다 싶은데 과거와 현재가 이어진다. 스토리는 계속 진행된다. 마치 완성된 조각퍼즐같은 짜임새를 뽐내며.
카버의 문장은 견고한 벽돌처럼 쌓여간다. 글이 아니라 완성을 향해가는 건물을 보는 느낌이다.
홀린듯이 이를 좇다가 문득 주위를 둘러본다.
그러면 우리는 어느새 '대성당'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해당 댓글은 삭제되었습니다.
이런 디시콘이 있었네 ㅋㅋ
아 이거 대성당이었구나 ㅋㅋㅋ
해당 댓글은 삭제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