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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스 캐롤 오츠는 한 인간이 외부적인 충격에 의해 평온에서 쫓겨나는 시점에서의 심리 묘사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난데없는 사건으로 인해 한 인간이 불안해하고, 자기학대와 자기연민을 동시에 끊임없이 되풀이하면서 

결국 피폐해지다 못한 새까맣게 타 들어가는 인간의 내면을 보여 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작가다.


그런 능력을 가진 작가가 1990년대 후반 쯤에 <좀비>, <대디러브>, 그리고 <옥수수 소녀>라는 범죄물을 연달아 썼었다.

그걸 내 마음대로 범죄 3부작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세 작품 다 연쇄살인, 유아납치 및 감금과 같은 이제는 우리에게 질릴만큼 익숙한 소재를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이런 범죄물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등장인물의 심리가 얼마나 생생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그려졌는냐다

대부분의 범작들은 스테레오 타입에 기대곤 한다.

하지만 오츠의 범죄3부작에서는 범죄에 마주한 사람들의 끔찍하고 진절나는 마음의 심연까지 들어가 볼 수 있다. 


<이하 스포있다.> 


브램스토커상을 받은 <좀비>는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덜떠러진 연쇄살인마의 범죄 행각에 동참할 수 있다. 

셋 중에 가장 끔찍하다. 일본 애들이 많이 쓰는 이야마스는 이에 비하면 단지 묘사만 선정적으로 할 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리고 어쩌면 가장 끔찍한 건 결말이다. 세상에 범죄자가 잡히지 않는 범죄물이라니....


<대디러브>는 어린 소년들을 납치해 아들을 가장해서 성노예로 키우다 반항이나 탈출할 시점이 되면 죽여버리는 연쇄살인마

그리고 그 연쇄살인마한테 잡혀 양육되는 어린 소년, 그리고 그 소년의 부모들에 대한 이야기다. 

<좀비>와 달리 지지하고 정 붙일 수 있는 인물이 존재해서 훨씬 쉽고 빠르게 읽히는 편이다. 그러니까 셋 중에선 가장 대중적인 픽이다.  

범죄자의 마음 속 뿐만 아니라, 기존 범죄소설에서는 심도 깊게 다루지 못한 

피해자와 피해자의 부모들의 고통스러운 그렇지만 어찌되었든지간에 계속 살아야만 하는 그런 끔찍함을 느낄 수 있다.


<옥수수 소녀>는 단편집 <악몽>에 실린 중편인데,

이번에는 <범죄자>, <피해자의 엄마>, 그리고 <가해자로 오인 받은 자>들의 심리상태를 그려낸다. 


사실 범죄물이라고 했지만 심리드라마라고 하는 편이 정확하다. 

앞선 설명처럼 범죄자를 쫓는 사건을 해결하는 경찰이나 탐정이나 수사기관은 거의 비중이 없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오츠의 큰 단점인데 이야기 구성이 좀 별로다. 이건 인간의 심리상태와 변화에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 진행이 불친절한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야기의 얼개를 그렇게 대중적으로 짜는 편도 아닌데, 글타고 그 생경한 얼개가 엄청난 효과를 주는 것도 아니다. 


아무튼 인간의 어둠을, 그 불안과 혼돈 끝의 피폐를 마주해보고 싶다면 한번 쯤 읽어보자

(난 이제 졸업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