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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차갑고도 차분한 계절이다. 찬 바람의 향기와 소복히 쌓인 새하얀 눈의 색채가 그 어느 색보다도 강렬히 우리의 눈에 비쳐온다. 겨울에 우린 차가움보다 따뜻함을 갈구하고 추운 밖보단 난로가 있는 집을 찾는다. 설국은 그런 겨울을 글로 써내려간 소설이다.
이번에 일본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대표작 <설국>을 읽었다. 일본 특유의 미(美)적 감각과 특유의 유미주의적 색채가 짙게 묻어있는 문장들, 그리고 그 모든 자연을 한 문장에 담아낸 작가의 역량에 입이 떡 벌어지는 소설이었다.
<설국>의 줄거리는 특별하지 않다. 부모님의 유산으로 무위도식하며 산행과 여행을 다니는 시마무라와 온천에서 게이샤로 일하는 고마코의 사랑 이야기다. 사실 뻔하기 그지없다 생각할 수 있는 서사지만 그들의 관계는 단순히 게이샤와 여행객을 떠나 서로에게 일부이자 개인으로 뭐라 정의될 수 없는 관계다. 차가운 겨울이 되고, 시마무라가 설국으로 가면 고마코는 그를 반갑게 맞아주고 따뜻한 봄이 찾아오면 눈이 사르르 녹듯 그들의 관계도 스르르 끊어진다. 그러한 연유로 단순한 로맨스가 아닌 그 애절한 관계의 지속을 풀어내는 문장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설국>을 단 한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아름답다] 라고밖에 할 수 없다. 이 작품은 작중 전반적인 대사 하나하나, 그리고 모든 묘사들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사실 <설국>의 진수는 단순한 스토리가 아닌 한문장, 한문장을 곱씹으며 읽는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완벽하며 겨울과 설국 그 자체를 눈 앞에 그려낸듯한 생생함, 그리고 그 애절한 감정이 녹아든 풍경이 책을 읽으면서도 눈 앞에 펼쳐진다. <설국>을 읽으며 소설의 배경이 된 니가타현의 그 아름답고도 강렬한 풍경을 직접 보고싶은 마음이 샘솟았다. 줄거리는 잔잔하다만 그 소설속의 문장이 뿜어내는 표현력에 가히 노벨문학상 수상작 반열에 오른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서 기차가 멈춰섰다.
- P . 7
전혀 헛수고라고 시마무라가 왠지 한번 더 목소리에 힘을 주려는 순간, 눈이 울릴듯한 고요가 몸에 스며들어 그만 여자에게 매혹당하고 말았다. 그녀에겐 결코 헛수고 일 리가 없다는 것을 그가 알면서도 아예 헛수고라고 못박아 버리자, 뭔가 그녀의 존재가 오히려 순수하게 느껴졌다.
- P . 38
"힘들어요. 당신은 이제 도쿄로 돌아가세요, 힘들어요" 하고 고마코는 고다쓰 위에 얼굴을 묻었다.
힘들다는 건 여행자에게 깊이 빠져버릴 것만 같은 불안감 때문일까? 아니면 이럴 때 꾹참고 견뎌야 하는 안타까움 때문일까? 여자의 마음이 여기 까지 깊어졌나 보다 하고 시마무라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 P . 70
"당신은 절 좋은 여자라고 하셨죠? 떠날 사람이 왜 그런 말을 하신거예요?"
고마코가 머리꽂이를 툭툭 다다미에 내리꽂던 모습을 시마무라는 떠올렸다.
"울었어요. 집에 돌아가서도 울었어요. 헤어지는게 무서워서요. 하지만 어서 가버려요. 그 말 듣고 울었던 걸 잊진 않을테니까"
고마코의 오해로 도리어 여자의 몸 깊숙히까지 파고든 말을 생각하자, 시마무라는 어쩔 수 없는 미련이 사무쳤는데, 불난 곳에서 갑자기 사람들 소리가 들려왔다. 새로 타오르는 불길이 불똥을 튀기고 있었다.
- P . 144
정신없이 울부짖는 고마코에게 다가가려다, 시마무라는 고마코로부터 요코를 받아 안으려는 사내들에 떼밀려 휘청거렸다. 발에 힘을 주며 올라도본 순간, 쏴아하고 은하수가 시마무라 안으로 흘러드는 듯했다.
- P . 152
이번에 일본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대표작 <설국>을 읽었다. 일본 특유의 미(美)적 감각과 특유의 유미주의적 색채가 짙게 묻어있는 문장들, 그리고 그 모든 자연을 한 문장에 담아낸 작가의 역량에 입이 떡 벌어지는 소설이었다.
<설국>의 줄거리는 특별하지 않다. 부모님의 유산으로 무위도식하며 산행과 여행을 다니는 시마무라와 온천에서 게이샤로 일하는 고마코의 사랑 이야기다. 사실 뻔하기 그지없다 생각할 수 있는 서사지만 그들의 관계는 단순히 게이샤와 여행객을 떠나 서로에게 일부이자 개인으로 뭐라 정의될 수 없는 관계다. 차가운 겨울이 되고, 시마무라가 설국으로 가면 고마코는 그를 반갑게 맞아주고 따뜻한 봄이 찾아오면 눈이 사르르 녹듯 그들의 관계도 스르르 끊어진다. 그러한 연유로 단순한 로맨스가 아닌 그 애절한 관계의 지속을 풀어내는 문장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설국>을 단 한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아름답다] 라고밖에 할 수 없다. 이 작품은 작중 전반적인 대사 하나하나, 그리고 모든 묘사들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사실 <설국>의 진수는 단순한 스토리가 아닌 한문장, 한문장을 곱씹으며 읽는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완벽하며 겨울과 설국 그 자체를 눈 앞에 그려낸듯한 생생함, 그리고 그 애절한 감정이 녹아든 풍경이 책을 읽으면서도 눈 앞에 펼쳐진다. <설국>을 읽으며 소설의 배경이 된 니가타현의 그 아름답고도 강렬한 풍경을 직접 보고싶은 마음이 샘솟았다. 줄거리는 잔잔하다만 그 소설속의 문장이 뿜어내는 표현력에 가히 노벨문학상 수상작 반열에 오른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서 기차가 멈춰섰다.
- P . 7
전혀 헛수고라고 시마무라가 왠지 한번 더 목소리에 힘을 주려는 순간, 눈이 울릴듯한 고요가 몸에 스며들어 그만 여자에게 매혹당하고 말았다. 그녀에겐 결코 헛수고 일 리가 없다는 것을 그가 알면서도 아예 헛수고라고 못박아 버리자, 뭔가 그녀의 존재가 오히려 순수하게 느껴졌다.
- P . 38
"힘들어요. 당신은 이제 도쿄로 돌아가세요, 힘들어요" 하고 고마코는 고다쓰 위에 얼굴을 묻었다.
힘들다는 건 여행자에게 깊이 빠져버릴 것만 같은 불안감 때문일까? 아니면 이럴 때 꾹참고 견뎌야 하는 안타까움 때문일까? 여자의 마음이 여기 까지 깊어졌나 보다 하고 시마무라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 P . 70
"당신은 절 좋은 여자라고 하셨죠? 떠날 사람이 왜 그런 말을 하신거예요?"
고마코가 머리꽂이를 툭툭 다다미에 내리꽂던 모습을 시마무라는 떠올렸다.
"울었어요. 집에 돌아가서도 울었어요. 헤어지는게 무서워서요. 하지만 어서 가버려요. 그 말 듣고 울었던 걸 잊진 않을테니까"
고마코의 오해로 도리어 여자의 몸 깊숙히까지 파고든 말을 생각하자, 시마무라는 어쩔 수 없는 미련이 사무쳤는데, 불난 곳에서 갑자기 사람들 소리가 들려왔다. 새로 타오르는 불길이 불똥을 튀기고 있었다.
- P . 144
정신없이 울부짖는 고마코에게 다가가려다, 시마무라는 고마코로부터 요코를 받아 안으려는 사내들에 떼밀려 휘청거렸다. 발에 힘을 주며 올라도본 순간, 쏴아하고 은하수가 시마무라 안으로 흘러드는 듯했다.
- P . 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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