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홀로 유마 나룻터에 돌아왔고 함께 떠났던 남자들은 금광에 나가 있었다. 뼈가 흩뿌린 황무지에서 글랜턴은 소리치는 여행객들과 쓰러진 자리에서 죽어있거나 죽을 남자들, 최후의 수레나 마차에 들러붙어 그 조약한 탈것과 그들 사이에 맺어진 언약이 있었기라도 한 듯이, 쉰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며 노새와 소를 마구 패대는 일행을 지나쳤으며 죽을 가축들과 같이할 이 일행이 홀로 말에 탄 남자에게 나룻터의 위험성을 경고하기 위해 고함쳤음에도 말에 탄 남자는 전쟁이나 역병이나 기아의 짐승, 그 놈의 끔찍한 아가리에 물린 무언가에게 향하는 민담 속의 영웅처럼 피난민들의 파도를 완전히 거슬러 올라갔다. 유마 나룻터에 도착했을때 그는 취해 있었다. 작은 깃발과 끈이 위스키와 건빵으로 등밑에 고정되어 있었다. 글랜턴은 말을 멈춘 뒤 그쪽 세상에서 모든 갈림길의 주인이 되는 강을 내려다 보았으며 그의 개가 다가와 등자에 걸린 발에 코를 비볐다.


어린 멕시코 소녀가 벽그늘에 발가벗겨진 채 웅크리고 있었다. 소녀는 손으로 가슴을 가리며 그가 지나가는것을 바라보았다. 목에 생가죽으로 만든 고리를 차고 있었고 그 목줄은 기둥에 묶여있었고 옆의 질그릇에는 검게 마른 고기조각이 담겨 있었다. 그는 기둥에 깃발을 묶은 뒤 말을 탄 채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없었다. 강변으로 이어지는 내리막을 타고 갔다. 글랜턴이 강을 바라보는 동안 박사가 강까지 기어와 글랜턴의 발을 붙잡고 헛소리를 지껄이며 애걸하기 시작했다. 박사는 제 고용인 앞에 몇주간 나타나지도 않았으며 더러웠고 부스스했고 이제 그의 바짓가랑이를 잡아당기며 언덕의 요새를 가르키고 있었다. 저 놈, 박사가 말했다. 저 놈이야.


글랜턴은 등자에서 발을 빼 박사를 밀어 차고나서 말을 돌려 도로 언덕을 올랐다. 등성이 위에서 판사가, 지는 해 앞에서 검은 윤곽으로 무슨 거대하고 대머리인 사제장처럼 서있었다. 흐느적거리는 망토가 그의 알몸을 감싸고 있었다. 흑인 잭슨이 석고에서 나와 비슷한 의장을 걸친 모습으로 판사 옆에 섰다. 글랜턴은 그의 소유물들을 향해 언덕의 자락을 타고 올라갔다.


밤새 산발적인 총성들이 강을 건넜고 광소와 술김의 맹세들 또한 그러하였다. 해가 떴을때는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부두에 여객선이 정박하고 있었으며 강 반대편에서 누가 모랫가로 내려와 나팔을 불고선 기다리다 다시 올라갔다. 그날 종일 여객선은 운행하지 않았다. 저녁이 되자 술판과 환락이 새로이 시작되어 강을 건너 불가에 모여있던 여행객들에게까지 어린 여자아이의 비명이 들려왔다. 누군가가 백치에게 위스키와 사르사피릴라을 섞은 것을 줬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이 녀석은 춤을 추기 시작해, 영장류의 겅충거림으로, 무겁게 움직이며 젖은 입술을 서로 부딪혀댔다.



여명의 강변에서 흑인 잭슨이 물 속으로 소변을 보고 있었다. 물살을 따라 놓인 평저선이 강변에 붙어있었고 저판은 모래섞인 물에 몇인치 정도 잠겨있었다. 그는 몸을 망토로 싸매며 배의 가로장에 올라타 균형을 잡았다. 갑판 위로 물이 발까지 밀려왔다. 잭슨은 서서 내다 보았다. 해는 아직 뜨지 않았고 물 위로 낮게 안개가 엉켜있었다. 하류쪽의 버드나무 밑에서 오리 몇마리가 나왔다. 새들은 와류를 따라 돌더니 물살을 타고 날아올라 원을 그리며 상류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나룻배의 바닥에 작은 동전이 있었다. 혹 어떤 승객이 혀 밑에 물고 있었던 금화이리라. 몸을 일으켜 붙은 모래알들을 닦아낸 뒤 동전을 눈 앞으로 가져오는즉 길쭉한 대나무살이 잭슨의 상복부를 뚫고 지나쳐 날아가더니 강 멀리에 떨어졌고 잠겼고 다시 수면까지 떠올라 회전하기 시작하며 떠내려갔다.


잭슨이 뒤돌자 망토가 몸을 두르며 크게 펄력였다. 그는 한 손으론 상처를 부어잡고 다른 한 손으론 옷속을 휘저었으나 무기는 안에 없었고 더 안에도 없었다. 두번째 화살이 그의 왼편을 관통하고 잇다라 두개가 더 날아와 가슴팍과 사타구니에 박혔다. 몸이 움직임에 따라 사피트에 달하는 화살들이 조금 들썩거리는 와중 잭슨은 허벅지에서 화살촉을 따라 검은 동맥혈이 분출되는 데를 누르며 땅쪽으로 발을 내딛더니 물속에 옆으로 쓰러졌다. 강은 얕았고 잭슨이 몸을 일으키기 위해 힘없이 움직이고 있을 때, 가장 먼저 도착한 유마족이 평저선 위로 뛰어내렸다. 전라에, 주황색으로 머리카락이 물들여져 있었으며, 진홍색 선이 검게 칠한 얼굴을 이마에서 턱까지 가르고 있었다. 그는 널판 위로 발을 두번 구르고선 고대의 희극에 나오는 사도들처럼 팔을 번쩍 치켜들더니 흑인의 옷을 휘어잡아 붉게 물드는 물길에서 끌어올렸고 곤봉을 휘둘러 머리를 깼다.


이들은 미국인들이 잠들어 있는 언덕 위 요새를 향해 몰려들으니 몇은 발을 몇은 말굽을 굴렸으며 모두가 활이나 몽둥이로 무장해 얼굴의 분장은 검거나 허옜고 머리칼은 진흙으로 눌려 있었다. 인디언들이 가장 먼저 찾아갔던 곳은 링컨 박사의 오두막이였다. 그들이 몇분 뒤에 나타났을 때는 피를 떨구는 박사의 머리를 머리채로 잡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박사의 개를 끌고 나왔음으로 놈은 주둥아리에 줄이 묶인 채 마당의 황토 위에서 몸을 뒤틀며 펄떡거렸다. 유마족들은 버들과 캔버스천으로 지은 움막들에 들어가 차례로 건과 윌슨과 헨더슨과 스미스를 살해했고 이제 고지대에 들기 시작하며 가벽 사이로 비춰오는 햇살의 띠를 지나갔으니 염료와 기름기와 피가 조용히 반짝였다. 글랜턴의 방에 들어가자 그는 벌떡 일어나 주변을 광적으로 두리번거렸다. 방은 이사하던 가족에게서 약탈해온 황동 침대로 꽉 차 있었으며 글랜턴이 방탕한 중세 귀족처럼 앉아있는 침대 위의 뾰족한 철침 장식들에는 여러 종류의 무기들이 걸려 있었다. 카바요 엔 펠로는 글랜턴이 앉은 그 침대 속에 발을 박았고 그 자리에 서 있는 동안 참관인들 중 한명이 오른편에서 외날도끼를, 맹금류들의 깃털로 만든 술이 달렸고 이교도적 상징들이 새겨진 호두나무 연장을 건너줬다. 글랜턴은 침을 뱉었다.


그는 야비하고 빨간 흑인은 꺼지라고 말했고, 노인은 도끼를 들어 존 조엘 글랜턴의 머리를 목젖까지 갈랐다.


판사의 방에 들어갔을 때 그들은 백치와 열두살 정도로 보이는 소녀가 바닥에 알몸으로 움츠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뒤에 서 있던 판사또한 알몸이였다. 그는 산포의 청동 화구를 수평으로 겨누고 있었다. 바닥에 나무수레가 있었고 끈이 당겨져 베어링 부분에서 뒤틀려 끊겨 있었다. 판사는 한 팔 아래에 대포를 끼고 있었으며 불붙은 시가를 점화공 위에 대고 있었다. 유마족은 뒷걸음치다 서로 겹쳐 쓰러졌으며 판사는 입에 다시 시가를 물리고선 여행가방을 들고 문 밖으로 나서 놈들을 지나처 둑길을 따라 내려갔다. 백치는, 판사의 허리께까지 왔고, 그의 옆에 가까이 붙어 함께 언덕의 아래에 있는 숲에 들어섰고 둘은 시야에서 사라졌다.


야만인들은 언덕위에 화톳불을 피워 백인들의 방에서 끌고온 가구들을 먹였고 글랜턴의 시신은 패배한 검투사 챔피언마냥 봉에 높이 메달려 화염 속으로 내던져졌다. 그의 개도 시신에 같이 묶인즉 울부짖는 사티, 용솟음치는 파란 생목의 연기 위에서 타닥거리며 살라졌다. 박사의 토르소는 장저골이 묶인채 끌려갔고 화장불 속으로 엎혔으며 박사의 마스티프도 같은 방식으로 화형당했다. 개를 묶고 있던 가죽끈은 분명 반으로 끊어졌을 터였는데 이는 놈이 불 반대편에서 미끄려져 나와 실명되고 탄화되어 연기를 내뿜으며 기어나왔기 때문으로 놈은 삽에 맞아 다시 불속으로 내팽겨졌다. 다른 팔구의 시체들도 쌓여 곧 치직대며 악취를 뿜었고 강 너머로 굵은 연기를 드리웠다. 누군가가 박사의 머리가 박힌 말뚝을 들고 돌아다녔으나 마지막에는 그 또한 화광에 던져졌다. 그들은 점토 바닥 위에서 총과 옷가지와 끌고온 상자를 쪼개고 조각낸 뒤 흩은 금은을 나누었다. 그러고 남은 것들은 모두 화톳불 속에 던져젔으니 떠오르는 해가 허연 얼굴을 비출때 이들이 새로 얻은 장물들을 걸치고선 불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는 모양이 마임 극단의 단원들과 같아 마을 바깥의 길가에 둘러앉아 연기를 내는 등잔 건너에서 군중들이 아유하는 와중 거쳐갈 마을들과 트럼펫과 드럼의 조한 팡파레와 거친 판자 위에 적힐 그들의 운명을 고찰하고 앉았음으로 이 자들또한 속박이나 계약에서 자유로운 것이 아니였기에, 그들은 자기 자신의 죽음을 미리 헤아리기라도 하는 양 적들의 탄화된 두개골이 숯 사이에서 피만큼이나 붉게 작열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핏빛 자오선의 서사와 등장인물들은 역사적 기록에 기반을 두고 있음. 1850년 4월 23일, 아리조나 주의 콜로라도 강의 나룻터에서 존 조엘 글랜턴과 그의 부하들이 퀘찬 인디언들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함. 글랜턴은 멕시코-미국 전쟁에 참전했던 전직 군인이였으며 2년여간 인디언들의 머릿가죽에 걸린 현상금을 위해 사람을 사냥하고 다녔음. 그들은 유마에서 에이블 링컨 박사 소유의 나룻터를 발견하자 무력으로 배와 요새를 점령한뒤 금광을 향해 몰려드는 이주민들을 약탈하고 살해했음. 글랜턴이 하류에서 퀘찬족들이 운영하던 배를 불태우자 인디언들은 복수를 위해 백인들을 습격했고 글랜턴과 대부분의 단원들을 사살했음. 데이비드 브라운 등 학살에서 살아남은 몇몇에 의해 글랜턴 패거리의 모험담이 전해지게 되었고 19세기부터 21세기까지 서부를 다루는 여러 창작물의 모티브를 제공함. 유마 학살은 53년까지 이어진 캘리포니아 주 정부와 퀘찬족의 전쟁의 시발점이 되지만 소설의 역사적인 근거는 여기서 끊김. 동시에 기억과 무용담이 역사와 만나는 순간이고 유일하게 글랜턴의 풀네임이 나오는 장면이기도 함




핏빛 자오선 번역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