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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팩은 해방 이후 부터 한국전쟁기까지의 각 세력의 이념 투쟁을 다룬 책이다. 해방 이후 남한의 정치인들에게는 새로운 국가 건설이란ㄴ 과제가 부여되었다. 따라서 좌, 우익을 막론하고 국가 건설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투쟁했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념상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각 정파는 당시 세계적 주류 사상이었던 민주주의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한국인의 주요 이념 중 하나가 된 민족주의를 자신들의 사상에 결합하려고 했다.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민족주의와 민주주의가 얼마나 해당 정파의 이념에 부합하는지보다 얼마나 대중한테 잘 먹히는지가 중요했다는 것이다. 당시 대중들은 물론 지식인들까지도 좌, 우익의 대표 이념인 자유주의와 공산주의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따라서 고리타분한 사상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대중들이 원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정권 획득에 더 쉬웠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단독정부가 수립되면서 변한다. 완전히 우익 일변도의 사상지형이 형성되었고, 여순사건을 계기로 정권 유지에 위협을 느낀 이승만 정권은 국가보안법 등의 법을 이용해 이념 의제를 독점하는 한편 언론통제를 이용해 반공주의를 절대선의 영역으로 끌어올리고자 하는 시도를 했다. 


한국전쟁 발발 이후에는 반공주의는 당연한 것이 되어 있었고, 이승만은 반공과 더불어 일민주의라는 사상을 내세워 적국에 대한 이념적 우이를 확보하려 했다. 동시에 잡지와 신문을 이용해 애국 담론과 반공담론을 강화시키며, 국민들에게 적국에 대한 투쟁 의지를 심어주고자 했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에서도 조금씩 사상의 균열은 일어나기 시작했고, 특히 상이군인에 대한 국가의 형편없는 대우는 그 간극을 벌리기에 충분했다.


혼란기에서 그리고 일반적 정치상황에서도 이념 의제 선점은 정권 획득과 유지에 필수적 요소이다. 다만 이승만 정권은 지나치게 반공주의에만 힘을 쏟았고, 그 외의 이념 담론에는 신경쓰지 않았다. 물론 반공주의 일변도의 사상 지형은 민주화 이전까지 계속 이어져왔지만, 이후에도 반공담론만으로는 제대로 정치가 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정치 권력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이념 의제 선점이 중요하지만, 정권 유지를 위해서는 이념과 더불어 실재의 성과와 이념지형의 다양화 역시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