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바로 앙리 바르뷔스의 포화


작가가 1차 세계대전 터지자 최전선으로 지원하고, 거기서 겪은 일들을 소재로 해서 쓴 책인데

이 책이 출간된지 100년이 지났는데 내가 군대에서 보고 느낀 것들과 비슷한 것들이 쓰여있어서 신기했었음



"여기에 사단사령부가 있다. 너희들은 이곳에 있는 동안 자취를 나타내지 말아라. 사단장 각하께서 만약 길에서 너희들을 보시면 당장에 사역에 보낼 것이다. 사병을 보기 싫으시다는 것이다. 하루 종일 숙사 속에 숨어 있어라. 아무것이라도 좋은 대로 하고 있어라, 다만 절대로 보이지 않도록 해라!"



(최전방에서 꿀보직에 관해서 대화하다가)

"뭐라고! 이치에 안 맞는다고! 이 새끼!"

"틀림없습죠, 선생." 곁의 사람이 다시 말했다. "너는 비판은 하지만, 역시 그놈들 대신 노릇을 하고는 싶을걸, 그 바보들의."

"그야, 그럴는지도 모르지. 그렇다고 해서 어쨌단 말이냐. 이 상판대기야? 우선 우리는 위험을 뚫고 왔다. 이번엔 우리 차례가 돼도 좋지 않겠냔 말이야. 그런데 언제나 그 자식들뿐이란 말이다. 거긴 소처럼 힘이 세고 씨름꾼 모양 튼튼한 젊은 놈들이 있더란 말이야. 그리고 그런 것들이 너무 맣아. 자꾸 얘기하지만 '너무 많다는 말이다. 사실이 그러니까 할 수 없지 뭐냐."



"두 개의 나라가 있단 말이야. 두 개의 외국으로 나뉘어져 있어요. 가련한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저 전방과, 행복한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이 후방과 말일세."

"무슨 소리야! 이것도 필요한......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돼...... 이것이 후방이지...... 후에......"

"그야 알고 있어. 그래도 역시, 역시 너무 많단 말이야. 그리고 놈들은 지나치게 행복하단 말이야. 어쨋든 이유 같은 것은 필요 없어......"



양어기 그릇의 자갈과 같은 잔돌을 깐 땅바닥에, 주름이 간 양복을 입고 마분지의 철십자 마크까지 붙인 독일 병이 무릎을 꿇고, 장밋빛을 한 나무손을 불란서 장교 쪽으로 내밀고 있다. 불란서 장교는 고수머리 가발 위에, 어린애와 같은 모자를 올려놓고, 볼을 부풀어 오르게 하고서 천진한 어린애와 같은 눈이 딴데를 보고 있다. 그 두 사람의 인물 곁에는, 장난감 가게의 병정놀이 장난감에서 갖다 놓은 총이 놓여 있다. 표지에 '카마라드!'라고 장식 인형의 제목을 써 붙였다.

"아니! 이게 뭐람!"

이 하늘 밑, 어느 곳에선가 사나움을 부리고 있을 크나큰 전쟁을 여기서는 고작 요렇게 밖에는 생각해 내질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 어린애 장난 같은 장식 앞에 서서 생생한 기억으로 언짢은 기분을 느끼며 가슴을 도려내는 듯, 어깨를 움츠리고 쓴웃음을 지었다.



"얘기해도 소용없어. 아무도 믿질 않으니까. 심술이 고약하다든지, 상대하지 않는다든지 그런게 아냐. 믿어지질 않는단 말이야. 자네가 살아남는다 치고, '밤중에 일을 하고 있었어. 포격을 당했어. 진흙수렁에 빠질 뻔 했어.' 어쩌고 해 봐야 상대는 '그래' 할 뿐이야. '일하는 동안 별로 재미없었겠지.'어쩌고 하는 정도가 고작일거야. 그뿐일세. 아무도 모르네. 자기뿐이야."



"나도 휴가 때, 그때까지의 매일의 일을 대강 잊어버리고 있는 것을 깨달았네, 내가 보낸 편지가 있길래 책을 펴놓은 셈치고 읽어보았네. 그런데, 읽어 봐도 전쟁의 고통까지 완전히 잊고 있단 말이야. 우리들은 잊어버리는 기계야. 인간이란 조금은 생각을 하지만 잊어버리는 편이 주야. 정말이야."



내 주변에 있는 사람 중에는 자유직업은 전연 없었다.초등학교 교원은 중대의 하사관이나 위생병이 되고 있다. 연대에는 위생계 중사를 하고 있는 성마리아회 회원이나, 소령의 자전거병을 하고 있는 테너 가수, 연대장의 서기 노릇을 하고 있는 변호사, 사령부 근무 중대의 용도계 하사를 하고 있는 연금생활인 등등이 있지만, 여기엔 그런 것들은 한 사람도 없다. 우리들은 전쟁을 하는 군인이다. 시찰이 지나갈 때라든가, 장식이 달린 군모를 쓰고 있을 때라도 아니면, 이 전쟁 동안에 총안 구멍에다 얼굴을 들이대고 있을 지식인이나 예술가나 부자는 단 한 사람도 없는 것이다.

정말이지 참 모두 다 서로들 다르게도 생겼다.

그런데 안 닮은 것도 아닌 것 같다.

연령이나, 출신지, 교양, 지위 등 과거의 모든 것은 천차만별이고, 옛날엔 우리를 갈라놓는 깊은 구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이제 모두 대동소이하다. 다 같이 되는 대로 꾸민 외모를 통해서, 같은 풍습, 같은 습관으로, 원시상태도 되돌아간 인간의 단순화한 같은 성격을 안에 감추기도 하고 밖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공장이나 병영의 은어들, 그리고 다소간의 신어들이 가미되어 사투리가 되어서 소스처럼 우리들을 하나로 섞어 놓고, 수개월째, 불란서 전국을 텅 비워 놓고서 이 동북부로 모여 온 사람들의 집단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어찌할 수 없는 운명에 매여서, 커다란 사건으로 말미암아 자기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동렬에 놓인 우리들은 하루하루 서로들 닮은 사람이 되어가는 수 밖에 없다. 공동생활의 무서운 협조성이 우리들을 한 무더기로 하고, 동화 시키고, 서로들을 해소시키는 것이다. 숙명적인 전염병 같은 것이다. 병사들끼리 너무나도 닮았기 때문에, 닮은 것을 확인하려면 우리들의 벌판에 회오리치는 한줌의 먼지로밖에 안 보이는 그런 먼 곳에서 볼 필요는 조금도 없다.



이 책이 진짜 군생활 통틀어서 읽은 책 중에선 제일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으로는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보다 더 감명깊게 읽었던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