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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누가 그랬더라, 읽고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마음 속에 내 책 한 권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산다고. 나는 그 범주에 들어가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런지 책 표지를 보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부제였다. 내게도 편집자가 생겼습니다. 처음엔 제목인 줄 알았다. 편집자, 내 글을 책으로 만들어 주는 사람이라니 책을 가지고 싶어하는 글쟁이로서 부럽기 짝이 없는 일 아닌가.

책 내용 중에 이 책의 가제는 처음엔 이거였습니다~ 하고 나오는데 그 가제 그대로였으면 이 책을 읽어보겠다는 생각을 안 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내가 제목이라고 착각한 부제는 한 눈에 나를 낚아서 장바구니에 넣었다가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놈의 부제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서 약간은 충동적으로, 약간은 언제고 읽을텐데 지금 안 사면 후회할 거라는 생각으로 사버렸다.


독갤

일 하기 지루할 때 뉴스 문화란에 책 탭을 들여다보던 게 이제는 매일 새로 나온 책 없나, 서평 올라온 건 없나 찾아보는 습관이 되어버렸는데, 이 책의 기사는 본 기억이 없다. 그즈음 들락거리기 시작한 독갤에서 우연히 "이상한 편집자 만난 썰 푼다.txt"를 읽지 않았다면 책에 관심 가질 일 없었을 것이다. 그 글의 몰입도랑 그놈의 부제목에 낚여서 책을 사고 인증도 하고 작가도 갤에 놀러 오는데 감상 써주면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잘 쓰지도 않는 감상문을 쓰고 앉아있는데, 어찌됐든 독자는 마음에 드는 책을 읽었고 작가는 독자가 늘었고 출판사는 책이 한 권 더 팔렸으니 잘 된 일 아닐까.


에세이

나는 에세이를 거의 안 읽는다. 마지막으로 읽었던 게 고등학생 때 피천득의 수필인가. 스쳐 지나가듯 글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기 전에도 한참 망설이다가, 책을 받아들고 나서도 프롤로그 읽고 다른 일좀 하다가, 한 꼭지 읽고 덮고 다른 책 좀 보다가, 한 꼭지 읽고 물 가지러 갔다가, 다시 앉아서 그 상태로 책을 거의 다 읽었다.


편집자

글쓰기 책이나 작법서는 몇 권 중간중간 찍먹은 해봤어도 출판 관련 책은 딱 한 권 읽어봤다. 비슷한 책들이 다들 그렇듯 그 책에도 출판사에 투고할 때는 출판사 편집자들은 이러저러하니 메일은 이렇게 저렇게 해보라는 조언이 있긴 했다. 그러고도 별 생각이 없었는데 이 책을 읽다가 갑자기 작가와 출판사 사이에는 편집자가 있다는 걸 느닷없이 깨달았다.

한 꼭지가 끝나면 페이지 하단에 'editor S'란 이름 아래 두세줄 정도 짧은 글이 있다. 처음에는 그냥 책 내용 일부로 읽고 지나갔는데 그게 이 책 편집자의 말이란 걸 깨달은 건 좀 지나서, 작가와 편집자는 동지 관계이며 책과 서로에게 애정을 갖고 대하고 있다는 걸 느끼고 나서였다. 그제서야 출간정보나 보러 가던 판권 페이지에는 무수한 이름이 있다는걸 깨달았고, '편집자 S'의 말이 다정하게 읽히기 시작했다. 신기한 일이다.

책 내용 중에 이런 에피소드가 있다. 이 책 출간 계약 전 미팅 자리에 편집자가 자기 첫 소설을 들고 나와줘서, 그것도 책에 포스트잇이 잔뜩 붙어있어서 감동했다는 얘기다. 편집자 S는 "작가님을 조금 더 알 수 있겠다 싶은 문장"에 체크해뒀다는데, 독자가 작가에 대해 더 알려면 글을 읽는 수 밖에는 없다. 지금 《작가님? 작가님!》은 장바구니에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