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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민, 타인을 위해 흐르는 갸륵한 눈물,
신의, 언제나 맡은 바와 자리를 지킨 구두,
사랑, 미움보다 강하고 증오마저 꺾는 힘,
그 모두가 있기에 우리는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
한줄요약
선의, 작지만 거룩한 의지여, 영원토록 찬양받을지어다!
1분기 마지막 독서로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를 읽었고,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이전 독서가 프라하의 묘지였단 점에서 더더욱 극명하게 대비된 느낌은...... 이루 말하기 힘든 독서경험일 것이다. 아직도 그 결말에 대한 여운이, 책 전체를 둘러싼 감동이, 여전히 회고할수록 새롭게 살아나 날 전율케한다.
두 도시 이야기가 무슨 이야기기에 그렇냐고 한다면, 나는 "파리 혁명 속에 빛나는 개개인의 선의가 이끌어낸 결말"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두 도시 이야기는 결말 하나만을 위해 달려온 이야기가 아니며, 오히려 그 모든 과정이 소중했기에, 그 결말마저 찬란하게 빛이 날 수 있었으리라. 인간의 선의, 선함, 곧 우리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걸 믿고 싶다면 반드시 이 책을 읽기를 바란다. 디킨스는 그런 믿음에 목마른 자들을 위해 다 준비해놨으니.
전체적인 서사는 사실 미묘하다. 군상극으로 진행되는데, 초반부는 떡밥과 인물소개로 소비하고(재미가 없다는 건 아니다), 중반부는 시간이 훌쩍훌쩍 건너뛰더니, 후반부에 가서 모든 떡밥이 해소되고 인물들의 활약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때문에 이 작품에서 서사라 한다면 파리 혁명에 휘말린 선한 사람들의 이야기, 곧 찰스 다네이, 루시 마네트, 시드니 카턴, 자비스 로리, 마네트 박사 등의 이야기이다.
이 주인공들의 특징이라 한다면 모두 선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평소 언행에서도 착한 사람들이라는 게 아주 어필을 못해 죽는 것마냥 나오며, 덕에 뭐 이리 이상적인 사람들이 다 있냐 싶을 정도로 착하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각자 특화된(?) 부분이 있으니, 바로 그 특화된 부분이 작품 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우선 작품 초반에 나오는 자비스 로리부터 말하자면, 그는 충의롭고 신실한 사람이다. 자신이 다니는 직장인 텔슨 은행에 충직하게 근무하고 일하면서도, 자신의 고객과 친구, 그리고 친구의 딸과 그의 남편, 자식, 자신의 부하직원까지 전부 신의로 대한다. 툭하면 사무적이라는 말을 꺼내긴 해도, 그의 본질은 사무보다는 신의에 있음이라. 그런 그의 신의는 작품 내내 빛을 발하며, 그 빛은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아주 당연하는 듯 타오르고 있다.
그런 충의와 신실의 모습은 프로스 양과 제리 크런처에게도 드러나는데, 특히 프로스 양은 매력적인 조연이고, 제리도 만만치 않은 복선과 반전, 그리고 나름의 성장(?)도 이뤄내는 조연인 만큼 놓칠 거 없는 풍성한 군상극이기도 하다.
찰스 다네이와 마네트 박사는 정의로운 사람들이다. 마네트 박사의 이야기는 스포일러이니 말을 아끼더라도, 그가 찰스 다네이를 위해 몸소 나서는 것은 그것이 지극히 당연하고 옳기 때문이었다. 찰스 다네이 또한 다르지 않았다. 삼촌의 악행과 만행을 견딜 수 없어 도망쳤고, 이후에 자신이 어설프게 도망쳐 피해자가 나온 것을 외면하지 못해 그를 구하러 파리에 가기까지 한다. 사실상 찰스 다네이가 두 도시 이야기의 서사의 큰 축을 이끄는 역할이기도 하다.
루시 마네트는 연민을 가진 사람이다. 그녀의 연민은 18년 동안 죽은 것이나 다름없게 된 아버지를 구해냈고, 찰스 다네이 또한 구해냈으며, 시드니 카턴의 영혼 또한 구원했다. 그녀의 연민은 각 인물들의 마음이 꺾이지 않도록 만든 강력한 원동력이었으며, 그녀의 연민이 아니었다면 이 이야기는 시작조차 되지 않았을 것이다.
시드니 카턴은 앞선 인물들과 대조적으로 자존감도 낮고 스스로를 망치고 파괴하는 사람이다. 이미 처음 나올 때부터 그는 피폐한 인물로 나왔고, 폐인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는 루시의 연민으로부터 구원을 받았고, 구원받은 영혼이 이뤄낸 일에 대해선 부디 책을 온전히 다 읽고 전율하길 바란다. 그의 선의는 결코 그 혼자서 이뤄낸 것이 아니며, 동시에 그렇기에 그의 선의가 더더욱 빛이 나는 것이니.......
두 도시 이야기는 '선의'가 매우 중요한 의지로서 나온다. 여기서 말하는 선의란 단순히 선한 일을 하고자 하는 의지를 말하는 게 아니다. 그걸 포함해서, 그걸 넘어서서, 타인을 동정하며, 사랑하며, 옳은 길을 추구하고, 잘못을 바로잡으려 하며, 신실하고, 정직하며, 회개하고, 감사하며, 기뻐하고, 함께하며, 축복하고, 희생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모든 선한 의지가 모이고 모여, 하나둘씩 터져나오며 3부에, 그 격렬한 증오로 뭉친 혁명 속에서 빛을 발하는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미 그 선의는 빛을 내고 있었지만, 이미 선한 영향력으로 가득한 런던에서 쉽게 의식하기 쉽지 않았던 그 빛들이 증오의 현장 가운데에서 비로소 눈에 띈 것이라.
만약 이렇게 단순히 선한 자들의 선한 이야기뿐이었다면 그 내용에 지루함이 있을 법도 하지만, 디킨스를 얕보지 마시라. 디킨스는 단순한 악인인 후작 말고도 증오에 빠진 드파르주 부부, 방장스 부인, 자크 삼도 내세웠고, 그들은 후작과 달리 단순히 악인이 아닌, 타인의 악의가 낳은 악인임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사랑은 언제나 증오보다 강했기에, 혁명 속에 넘쳐나는 증오 속에서도 이들 주인공들의 선의는 빛을 발하는 것이다. 때로 그들의 선의가 희망도, 답도 잃어버린 듯하고, 그 어찌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은 손길에 낙망할지라도, 그들이 오래 전에 내밀었던 그 손길이, 연민이, 그 선의가, 곧 장엄하고도 엄숙한 화답으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그러니 결말을 보고 어찌 전율하지 않을 수 있겠는지!
증오가 삶의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며, 가장 영원한 감정이라고 악인이었던 시모니니가 주장한 프라하의 묘지를 읽고 두 도시 이야기를 읽으니...... 그야말로 선의의 통쾌한 반박처럼 느껴진다. 물론 순서를 반대로 읽었다면 오히려 증오의 감정이 선의보다 더 강력한 건 아닐련지 씁쓸함이 남았을지 모를 일이지만(...)
어찌됐건 1분기 독서를 매우 훌륭하고 아름다운 작품으로 마치게 된 건 기분이 좋은 일이다. 아주 신사다운 만연체로, 마치 낭독하듯 말하는 재치 넘치는 문체로 즐겁게, 흠뻑 빠져들며 읽을 수 있었다. 결말부를 디킨스의 낭독회에서 들었다면 나는 분명 눈물콧물범벅으로 질질 짜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리고 그렇게 믿으면서 실천하고 있다면, 우리는 정말로 더 나아질 것이다. 그렇게 더 나아져서, 후대에 더 나은 세계를, 사회를 물려줄 수 있기를. 시드니 카턴을 기억하며.
두 도시 이야기 등급표
필력: S
독서 과정에서 느끼는 총체적인 평가, 곧 작품 자체에 대한 인상. 나머지 6개의 기준을 모두 합친 또 하나의 전체적인 기준.
가독성: A
문장을 읽을 때 글이 얼마나 잘 읽히고 술술 넘어가느냐를 기준으로 삼음. 본인 어휘력도 적지 않은 영향이 있으니 주의.
인물: A++
주인공을 비롯한 각 등장인물들이 가지는 개성, 매력, 혹은 대사 센스, 유머까지, 곧 작중 인물을 얼마나 잘 살려내고 잘 써내고 잘 활용하느냐에 대한 기준.
설정: A
장르별로 기준의 정의가 다르게 작용하겠지만, 공통적으로는 배경되는 시공간과 전후상황 등의 설정들이 가지는 매력과 활용도가 기준.
분위기: A++
말 그대로 작품에 깔리는 분위기. 전체적인 분위기, 각 파트별 분위기, 분위기 전환 등의 '장면 인상' 위주의 기준.
구성: A
책 자체의 구성(목차), 문단 구성, 사건 구성, 사건의 흐름, 배치, 플롯으로 퉁칠 수 있는 부분까지. 소설의 골격에 대한 기준.
문장: A+
필력이 소설이라는 군집적이고 총체적인 문장의 인상이라면, 문장은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부분을 가리키며, 흔히 부르는 묘사도 여기에 포함.
연재소설이란 형식을 굉장히 적절히 이용한.
그런 듯ㅋㅋ
펭권판 모셔두고만 있는데 볼 만 한가보네
난 시공사 양장본으로 읽었었는데 첫문장 쫘르륵 이어진 게 진짜 좋더라
고품질리뷰잘읽었소~
땡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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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ㅅㄱ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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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갈수록 재밌어짐ㅋㅋ
뒤로 갈수록 디킨스가 허투루 쓴 게 없다는 걸 알게 되면서 소름만 쫙 돋음ㅋㅋㅋ
이거보니까 재독마렵네 나는 위대한유산, 두도시이야기,크리스마스캐럴 다 별로였는데 대충읽어서 그런것같기도하고
고전 중의 고전이고, 어쩌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음. 그런 건 취향 차이니까. 디킨스가 지루하면 그 정반대라고 할 수 있는 쥐스킨트 어떰?
와 나 쥐스킨트 진짜 재밌게 읽었는데 진짜 나 고전을 너무 억지로 읽는건가 회의감드네. 의무적으로 읽곤 있지만ㅜ
의무감으로 읽으면 더 힘들지ㅋㅋ 순수하게 재미로만 읽고 재미없으면 관두셈. 나중에 가서라도 재미를 깨달으면 그만이니까.
고백컨데 재미로만 따지면 라문예, 장르문학, 기욤뮈소 등등이긴 해 근데 그건 너무가볍잖아. 그래서 그나마 무게감있는 츠바이크, 뒤마, 쥐스킨트, 위화가 딱이긴해
나중에 기회되면 위고도 읽어봐ㅋㅋ 장광설이 정신 나갔지만 그것만 빼면 불타는 필력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600페이지 짜리 소설에서 모든 등장인물의 모든 행위가 그러니까 모든 단어가 전부 쓰임새가 있고 그것들이 모여서 드라마틱한 종국을 향해 달려나간다는 점에서 어마어마한 소설이지
디킨스는 레전드다... 필력 수준 실화냐...? 2억부 판매는 괜한 업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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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가장 좋아하는 소설 탑3에 들어가서 항상 찬양하고 다님 ㅋㅋ 마음에 와닿는 리뷰였엉
진짜 채고의 소설이었다 땡쓰땡쓰
재밌지 난 창비로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