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일 2020/10/23

- 164일차 2021/04/04


- 오늘 읽은 책


1. 수용소 군도 6권 - 알렉산더 솔제니찐 - 열린책들, 김학수 역

303p ~348p - 46p



-164일차, 장장 5개월간의 길고 길었던 수용소 군도의 이야기가 드디어 끝이 났다.



피로 물들인 붉은 깃발을 세우고 모든 가치를 군홧발로 짓밟은 뒤 남은 것은 오직 권력 뿐. 권력에 의해 하루아침에 하늘과 땅이 뒤집힌 교인들은 이렇게 말한다.


"저들은 죄인이지만, 나만은 아니야"


이제 죄인들은 수용소라는 차가운 인큐베이터에서 새로 태어나고, 군홧발에 평등하게 짓밟힌 가치는 기형아로 자라 권력의 서자가 되었다.


솔제니친이 목격한 것은 권력자의 눈빛도 아니고, 그의 어깨에 달린 푸른 견장도 아니고, 비만에 밀려나 툭 튀어나온 단추도 아니고 곱게 다려진 바지도 아니었다.

그가 목격한 것은 진흙 묻은 군홧발이었으며, 진흙에 빠져 짓이겨지는 사람들이었고, 같이 나고 자란 기형아의 얼굴에서 언뜻 보이는 친부모의 얼굴 뿐이었다.

자본주의적 가치들은 사회주의적 이윤 원리같은 이상한 이름으로 개명당해 부모를 잊고 스탈린의 개가 되어있었다.


나는 수십년간 권력에 의해 일상이 짓밟힌 수많은 이의 비극들을 읽었고, 이 서사시는 스탈린의 죽음으로 막을 내렸다.


현실에 도래할 유토피아를 약속한 교리가 무고한 죄인을 낳고, 죄인의 존재가 다시 교리를 다지며 현실에 지옥을 이끌어온 이데올로기의 악순환은 누구의 탓인가?

마르크스의 탓인가? 레닌의 탓인가? 스탈린의 탓인가? 공산주의자들의 탓인가? 죄수동료들을 고발하고 처형했던 형사범들의 탓인가?

그들에게 힘을 부여한 인민의 탓인가? 아니면 그것에 동조하며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굽혔던 과거의 나의 탓인가?


표리부동한 현실 속에 나타나는 모순과 괴리를 꼬집는 솔제니친의 끊임없는 조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유토피아를 약속하는 것은 나 자신이 아닌지 되묻게 된다.

현재를 휘어잡은 권력자들의 엄숙한 표정 앞에 과거의 망령인 솔제니친의 말은 힘이 없었다. 이제는 아무도 이런 이야기를 해주지 않는다. 모두 죽었으니까.

그러나 나에게 이야기를 건내는 이 책은 내 마음 속의 쓰레기를 이기지 않는 한, 민주주의건 전체주의건 어떤 제도도 공정한 것이 못된다고 한다.

선과 악을 가르는 선은 우리 각자의 마음 속에 있다는 솔제니친의 말이 '교인'들의 귀에 들리지 않는다면, 무슨 무슨주의가 다시 군홧발을 신고 나타나지는 않을까?


과거를 짓밟는 자들을 조심하라, 부디 그들이 군홧발을 신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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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한 책 - 25]

1. 융 기본 저작집, 정신 요법의 기본 문제

2. 죄와 벌 (2)

3. 체호프 단편선

4. 목소리를 보았네

5. 반지의 제왕 (7)

6. 괴테와의 대화 1

7. 에덴의 용

8. 수용소 군도 (총 6권)

9. 현명한 투자자

10. 일리아스

11.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

12. 원칙

13. 곰돌이 푸 이야기 전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