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viewimage.php?id=3fb8d122ecdc3f&no=24b0d769e1d32ca73dec80fa11d028316f56ba15eaa5e1d2899cdab8d8a03bab68faf5bd79d95e4b153f1e4295cc04de221630b6b803f98f1345cfbc07aac416fcc044590a08844a1f64e8449596dfe9


귀찮으면 총평만 보셈 ㅇㅇ


1) 전하영 -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페미니즘 소설이라 하면, 여성들 간의 연대를 강조하는 부류가 있고 적나라하게 특권층 남성을 비판하는 소설이 있던데, 이 단편은 후자임. ㅇㅇ 간단히 요약하자면, 예술가 행세하면서 스무살은 더 어린 여대생들에게 추근대는 중년 남성들을 까는 내용임.

매력적인 남성의 이면에 숨겨진 폭력성을 고발한다는 점에서, 강화길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음. <오물자의 출현>이나 <호수> 읽어보면 딱 느낌이 올거임. 다만 이번 젊작 대상이 유독 아쉬운 이유는 구조의 단조로움에 있음. 과거를 상징하는 장 피에르와 현재를 상징하는 유부남 연구원을 설정해두고, ‘그런 남자’들은 아직도 존재한다는 걸 말하고 있는데, 정말 이 내용 이상의 어떤 것도 담고 있지 않음. 과연 상을 받을만큼 정교하고 절묘하게 쓰였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임.

한 여자를 둘러싼 각기 다른 해석을 비교하고 이내 냉소해버리는 <오물자의 출현> 정도의 짜임새만 보여줬어도 좋았을텐데, 이 단편은 지나치게 미투라는 소재만을 무기로 삼은 것 같아 아쉬웠음.


2. 김멜라 - 나뭇잎이 마르고

이 작품은 관념적인가? 나는 관념적인 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함. ‘체’라는 인물이 등장하지만, 그녀는 ‘체게바라’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고, <소돔의 120일>을 읽는 등장인물이 있지만, 그 역시 아무런 의미가 없음. 더 나아가 보면, ‘퀴어’와 ‘장애’라는 소재마저도 소재만 가져왔을 뿐이지 어떤 실질적인 함의가 있는 것은 아님. (물론 성소수자와 장애인이 아무런 맥락 없이 등장할 수도 있는 거지만, 그 경우엔 보다 리얼한 인물 묘사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결국 이 작품은 기표만 있고 기의는 없는, 문장은 있으나 의미는 없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뒤의 해설은 관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던데, 딱히 와닿진 않았음.

근데 다시 생각해보니 양귀비 씨 뿌리는 행위를 일련의 혁명과 연결시킨다면, 아예 말이 안 되는 건 아닌데... 일단 유보해두겠음.


3. 김지연 - 사랑하는 일

이번 젊작 최대의 문제작.

보자마자 ‘이건 김봉곤과 박상영의 자리를 대체하려는 거다!’라고 느꼈음. 다른 갤러가 말했듯이, 딱 여자 박상영임. 동성애자인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가족들과 진정으로 사랑하는건지 의심스러운 애인, 이 두가지 테마가 집을 물려받기 위해 아버지와 대면하는 장면으로 구체화되고 있음.

‘한1남’ 발언이나 아버지에게 버릇없이 구는 장면 등을 보아, 결코 윤리적이라곤 말할 수 없음. 그런데 온갖 난교와 강간을 일삼는 사드의 <규방철학>도 읽는데, 굳이 이 작품이 윤리적이지 못하다 해서 깔 이유가 있을까? 작품속에서의 윤리는 현실에서의 윤리와 같을 수 없음.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작품의 ‘유치함’임. 이 작품은 연령과 재력 상으로 우위에 있는 아버지를 웃음거리로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투영되었다고 봄.


viewimage.php?id=3fb8d122ecdc3f&no=24b0d769e1d32ca73dec80fa11d028316f56ba15eaa5e1d2899cdab8d8a03bab68faf5bd79d95e4b153f1e4295cc04de221630b6b803fb8c1b419be953acc416638b9d84f44b8d204d21545f257bf81b

viewimage.php?id=3fb8d122ecdc3f&no=24b0d769e1d32ca73dec80fa11d028316f56ba15eaa5e1d2899cdab8d8a03bab68faf5bd79d95e4b153f1e4295cc04de221630b6b803fb8d4013cbbf05ffc4160d7806e7a894434a23e1753e64c3ed1c

그것이 다음 장면에서 뚜렷해짐. 이 작품은 문학적 깊이를 보여주거나 사회의 단면을 제시해주는 것이 아니라, 단지 아버지를 경멸하기 위한 포르노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이미 앞선 선발대 갤러가 말해주었던 ‘젊작의 이중성’은 사실 필연적이었다고 생각함. 우리는 pc문학으로 묶어 보지만, 젠더문학과 퀴어문학은 방향성이 같지만은 않은 것 같음. 젠더문학의 경우 윤리와 무해함, 비폭력 등을 내세우고, 퀴어문학은 외려 윤리에서 벗어난 본인들만의 자유분방함을 추구하고 있음. 예전에 게이들의 무책임함을 꼬집으며 김봉곤과 박상영의 문학을 비판하던 페미니스트를 본 적이 있는데, 그 어긋남이 김봉곤 오토픽션 사태를 더 불태운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4. 김혜진 - 목화맨션

페미니즘, 퀴어 얘기 아님. 임대인과 임차인 얘기임. 재개발을 기다리는 집주인 만옥과 그 집에 세들어 살기 시작한 순미-찬호 부부. 그들의 따뜻한 우정 이야기인 동시에, 결국은 이해관계에 얽힌 비즈니스 관계일 뿐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음.

원래부터 김혜진이 이런 소설을 써왔다고 듣긴 했지만, 어쨌든 시대적 현실을 다루려는 시도가 좋았다고 생각함. 갠적으로 현대사회를 제대로 관통하기 위해선 부동산을 소재로 한 장편소설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데, 머 찾아보면 이미 있을지도 모르겄네.


5. 박서련 -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

재밌음. 엄마가 게임을 배운다는 참신한 소재를 가져와서, 그것을 재치 있게 잘 표현해냈음. ‘젊은 작가상’이라는 타이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었음.

다만 “혜지는 블라인드 처리가 안 되고, 엄마는 블라인드 처리가 된다.”라는 점을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적인 구조로 확장시것은 다소 핀트가 어긋나지 않았나...


6. 서이제 - 0%를 향하여
김혜진의 <목화맨션>과 마찬가지로, 페미, 퀴어 내용 아님. 독립영화 종사자를 소재로 한 단편인데,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없는 한 그저 그런 평범한 이야기일 뿐이라는 점이 아쉬움. 독립 영화 쪽 관심 있으면 재밌게 볼 수도...?


7. 한정현 - 우리의 소원은 과학 소년

퀴어를 중심 소재로 다루고 있어, 독붕이들은 그닥 반기지 않을 것 같은데... 이 작품 나쁘지 않았음. 일제 강점기 경성 시내를 배회하던 성소수자들의 내용을 다루면서, 퀴어가 단지 현대의 논쟁거리만이 아님을 말하고 있음.

단지 ‘지금, 여기, ’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을 넘어, 숨겨진 역사에 대한 촘촘한 자료조사가 더해져 제법 탄탄한 작품이 되었다고 생각함.

머 주제는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에 독붕이들 취향은 아닐 것 같은데, 그것을 표현해내는 방식에 있어서는 그동안의 퀴어 문학과는 좀 결이 다르다고 느껴졌음.



*총평

주제의 다양성은 오히려 작년보다 나아졌다고 생각함. 김혜진과 서이제처럼 페미니즘, 퀴어에 얽매이지 않은 작가들도 있었음. 수상자가 모두 여성이라 해서 낙담하지 않아도 될 듯.

대상을 받은 전하영의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구조의 측면에서 다소 아쉬운 작품이었으며, 한편으론 한정현의 <우리의 소원은 과학 소년>처럼 독특한 소재를 다룬 퀴어 문학도 있었음.

한1남 발언으로 화제가 된 김지연의 <사랑하는 일>은 서사의 유치함을 극복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느낌.

하지만 이 작품 하나를 보고, 2021 젊은 작가상 전체를 매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함. 머 가끔 ‘일부 핑계 대지마라, 전체가 다 그렇지 않느냐!’라고 말하기도 하던데, 그건 당연히 커뮤니티에선 문제되는 애들만 크게 화제가 되니까 그렇지...

결국 직접 읽어보고, 직접 판단해보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그래도 전부 쓰레기라 느낀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안 읽어본 상태에서 쓰레기 취급하는 것과는 말의 무게가 다를 것이라 생각함.

- dc official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