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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젊은작가상 작품 목록(총집편에서 링크 추가함)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전하영)

나뭇잎이 마르고(김멜라)

사랑하는 일(김지연)

목화맨션(김혜진)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박서련)

0%를 향하여(서이제)

우리의 소원은 과학 소년(한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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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만드는 것에 딱히 거창한 이유가 필요한 건 아니었다.


놓아야 할 이유가 붙잡아야 될 이유보다 훨씬 더 많더라도,


내가 그리는 미래를 내 손으로 쥐고 싶다고,


그런 소망만으로도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한줄요약

지속적으로 자멸한다는 건, 언제나 태동한다는 것



이 단편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아, 작가가 정말 자신이 아는 걸 썼구나."였다. 작가가 체화된 지식을 소설로 풀어내는 걸 읽는다는 건 '자연스러움'이 배어나온다. 하루키의 재즈나 사소함의 디테일이라든지, 김승옥의 서울 묘사라든지, 정말 그 요소와 묘사들이 참으로 생생하고 자연스럽다고 느끼게 되는 건 읽는 독자로서 즐거움이 있다. 그걸 느낀 순간 묘사에 안심하고 푹 빠져들 수 있게 되니까. 1인칭 화자의 통통 튀는 문체도 가독성은 물론이고 재미도 챙겼다. 솔직히 말해서 젊작상 작품 중에서 서이제가 제일 나은 것 같다. 물론 상대적 선녀 효과라서 좀 머리 식히고 생각하니 평타치는 거라 생각하지만...... 어쨌건 젊작상에선 평타조차 상타 아닌가.


내용은 독립영화를 둘러싼 이야기들이다. 워낙에 파편화돼 있어서 엄청나게 짧은 이야기들을 기워맞춘 느낌이 든다. 개인적으로 조금만 더 길게, 굵직하게 다뤄줬음 좋았겠는데, 너무 파편화된 채 쪼개져 있으니까 읽는데 피로감이 있었다. 그래도 각 이야기마다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고 파편이라 해도 이해 못할 정도로 나뉜 것도 아니다. 독립영화와 독립영화를 만드는 사람들. 이 주제 아래 묶여있고, 서로가 조금씩 연결돼 있다. 모든 것으로부터 독립하려고 했지만, 그래서 자멸해가는 독립영화, 그럼에도 매번 늘 살아남는 독립영화. 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계속해서 나오고, 동시에 영화를 그만두는 사람도 나오고. 그 이유는 근거가 충분할 때도,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중요한 건 독립영화와 독립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언제나 있을 거란 것이다. 그것이 설령 관객 한 명도 없을지라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 '없는 것'이 아니기에. 0%를 향햐여는 바로 그런 제목이다. 첫 시작에 100으로 시작해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이하며 영화를 그만두고 싶어하는 '나'는, 0으로 끝을 마무리하며 독립영화와 함께하는 사람들과 그 어둠, 빛, 어둠, 어둠, 빛을 다시 되짚는다.


거기엔 분명 영화를 만들려고 돈을 버는데 돈을 벌면 영화를 만들지 못하는 모순을 가지고 있고, 예술계가 과외 하느라 사범대가 된다는 웃픈 얘기도 있고, 자신은 그러지 못하는 주제에 그러라고 가르치는 자신을 발견하고, 수많은 사람에게 영화를 봐달라고 권유해 두세 명 끌어모은 모습을 발견하고, 그런 모습을 보며 잘 지내고 있을 거라 믿으며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키우고, 그런 타인을 납득하지 못하면서 정작 자신의 이유조차 그다지 충분하지 않은 것도 있다. 수많은 파편들, 과하다고 느껴지지만, 그 모든 게 결국 하나하나 독립영화와 그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들, 혹은 속한 것들, 혹은 소중한 것...... 그런 것들이다.


괜찮았다. 잘 읽었다. 그것만으로 나는 그간 젊작상에서 받은 상처를 제법 많이 치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