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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젊은작가상 작품 목록(링크 있음)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전하영)

나뭇잎이 마르고(김멜라)

사랑하는 일(김지연)

목화맨션(김혜진)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박서련)

0%를 향하여(서이제)

우리의 소원은 과학 소년(한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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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전하영)


대상작. 한때 남성이 가둬놓은 사회상 아래에 자신을 욱여넣었던 시절이 있었지만, 거기로부터 탈피한 여성의 이야기를 넣고 있다. 겸사겸사 퀴어도 껴넣고. 잔잔하고, 심심하고, 재미없다. 하지만 대상 받을 이유는 충분했다. 최소한 담론으로선 아주 최상위권인 한정현보다 좀 떨어져도, 이건 서사적으로 좀 뭐가 있거든. 그러니까 따지자면 전하영이 대상 받은 이유는 페미퀴어 입맛에 적합하거니와 밸런스도 나름 괜찮아서 준 거임. 나머지 읽어보니까 그렇더라.



나뭇잎이 마르고(김멜라)


레즈비언과 레즈비언장애인이 나오는 잡탕 이야기. 부산스럽고 맥아리가 없어서 이게 뭔 얘기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해설 나으리들께서 친절하고 어렵게 설명해주시니 보면 아 그렇구나 하고 이해는 된다. 초반부 성경 인용은 깡그리 무시해도 좋다. 딱히 작가가 이해하고 인용한 게 아니거든.



사랑하는 일(김지연)


논란의 그 작품. 논란 덕에 조회수도 천청부지로 치솟고 추천수도 많이 박히더라. 고맙다 떡밥아. 여자 박상영. 그걸로 정리된다. 인간성 밥 말아먹은 레즈비언이 한$남 돈은 받고 싶어서 아빠 찾아갔다가 패륜아적 드립 오지게 치고 나오는 이야기다. 내가 보기엔 페미퀴어는 만악의 원흉 남자와 그 남자의 견고한 지위를 완성시켜주는 가부장제를 무조건 타파해야 하며, 거기로부터 비롯된 모든 보수적 가치관, 윤리, 규범, 도덕 등을 깨부수는 게 자기들 나름대로 '유쾌한' 일이고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뭐, 자기들 좋을대로 생각하게 놔두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이 세상에 불타는 장작을 만드는 사람이 있어줘야 가치 있는 사람들도 나타나고 그럴 거 아닌가. 그게 아니라면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목화맨션(김혜진)


임대인과 임차인의 이야기. 그리고 그 사이 비즈니즈 관계 속에서 인간의 기브앤 테이크 뒤에 남는 것도 다룬 작품. 2020년 젊작상에서 인지공간이랑 우리의 환대가 상대적 선녀작이었던 걸 생각하면 목화맨션도 그 비슷한 위치라고 보면 된다. 난 부동산 얘기로만 읽었는데 해설이랑 심사평 보니까 퀴어도 섞여있대? 어디에 섞였는지 난 감도 안 잡힘. 일단 내가 내가 쓴 리뷰 다시 찾아보지 않고도 기억해낸단 점에서 정말 평타 치는 작품이었음. 평타 치는 작품은 젊작상에서 상위권이라는 얘기다.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박서련)


뭐 게임 내 존재라는 여성혐오적 표현과 남성적 세계의 유착을 짚어내고 그걸 마주한 여성 게이머를 표현하면서 문제제기를 한 소설이고, 작가님께서 친히 이 소설에 나오는 게임은 롤이 아니라 했으니 오해 마시길 바람.


0%를 향하여(서이제)


독립영화와 그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 상당히 파편화된 이야기들을 나름의 문체와 필력으로 풀어냈다. 젊작상의 상대적 선녀 작품. 개인적으로 7개의 작품 중에선 이게 가장 재밌었고, 잘 읽혔고, 무엇보다도 작가가 "정말 잘 알고" 썼다는 느낌을 준다. 바로 이전 단편은 나무위키조차 찾아보지 않은 게으름이었는데, 더더욱 비교된다. 독립영화라는 생소한 장르에 대해, 그리고 더 생소한 그 종사자들의 처지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는 건, 그리고 그걸 즐길 수 있다는 건 소설을 읽는 독자로서 큰 기쁨이 아닐 수가 없다.



우리의 소원은 과학 소년(한정현)


지루함 원탑. 외화와 내화를 전시회와 전생으로 묶는데, 그것도 초반에 제시한 것도 아니라 뜬금없이 현재에서 일제강점기로 넘어가는 진행은 센스가 없어도 너무 없다. 마치 뒤늦게 "아 두 이야기는 사실 이렇게 이어져요ㅎㅎ;;"하고 수습하는 느낌. 고증하려고 자료 조사는 많이 했지만 정작 흥미와 재미에 대한 연구와 고민은 하지 않은 모양. 서사나 갈등이 하나도 없이 자기 하려던 얘기만 하려고 소설을 써놔서 이게 담론장인지 프로파간다인지, 아님 수필인지 모르겠다. 일단 소설은 아닌듯? 박서련이 작가로서 게으른 소설을 썼다면, 이건 소설가의 의무를 배신한 소설이었다. 기본적으로 글이 너무 지루한데 해설은 "와 이토록 할 말 많은 소설이라니! 언능 다 말해야지!"라는 태도만 보이고 앉아있다.



심사평


어김없이 대상 올려치기는 여전했다. 물론 전반적으로 페미퀴어가 없는 김혜진과 서이제를 제외하면 모든 소설이 다루는 주제에 대해 칭찬과 호평을 아끼지 않고 있다. 어찌나 열심히 떠들고 분석해주는지 한 페이지를 5초만 훑고 가는데도 뭔 얘긴지 알아먹는 기적이 일어났다. 무야호! 개인적으로 이승우의 평론이 그나마 읽혔는데, 읽힌 이유가 잘 썼다기 보다는 제일 분량 적게 써서 그런 듯. 주접이 제일 적어서 읽기 편했다. 그래봤자 박서련 보고 극사실주의라고 한 건...... 뭐 그 나이에 롤을 해보셨겠나 싶겠다만. 박서련 평이 제일 웃음벨이었다. 다 롤 안 해본 티를 너무 내더라.


근데 아무리 읽어봐도 결국 "재밌어서" 뽑았다는 얘기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재밌다는 평가조차도. 그러니까 '잘 썼다' '흥미롭다' '기대 된다' 이런 건 참 많은데 '재밌다'가 유독 적다. 거의 없다. 물론 평론가들이고 심사위원들이니까 순수하게 재미로 읽지는 않겠고, 특히 해설 맡은 사람들이야 역할이 그러니 이해는 하다만...... 독자 입장에선 젊작상이 재밌는 소설보다 정치적인 소설을 더 선호한다는 생각을 피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그 재미도 사람마다 각기 다르게 기준이 짜이고 느껴지겠다만, 최소한 심사평이든 뭐든 다 볼 때 '재미'가 여기에 상당히 제외된 요소라는 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순문학이 왜 재미를 추구하면 안 될까? 드라마 창작론 배울 때 서사는 흥미와 감동을 챙겨야 하고, 기본적으로 흥미를 챙겨야 감동을 챙기든지 말든지 할 수 있다고 했다. 문학도 서사를 다루는 장르로서 흥미와 감동을 재미와 주제로 치환하면, 일단 재미가 있어야 주제가 와 닿든 생각해보든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다. 내가 김혜진과 서이제의 소설을 나름 재밌게 읽었으니 그들이 다룬 소재와 주제에 대해서 생각해 볼 여유가 생겼듯, 아무리 개쩌는 담론을 내포한 소설이라 할지라도 노잼이면 결국 논설문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점을 발견하지 못하게 된다. 소설이 다른 장르와 차별되는 점이 바로 이 재미라고 생각하는데, 문학의 오락적 기능을 순문에서 배제시키면 순문은 도대체 뭐가 되려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뭐, 자기들 딴에선 재밌다고 느낄 수 있다. 김지연 보니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기들 딴에선 그런 보수적 가치관들을 부수고 사이다패스처럼 까는 게 '유쾌한' 것이고 그게 곧 '재미'로 이어지는 것이니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재미는 너무 정치적이어서 웃을 수 없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런 인간말종이 인간말종짓 하면서 그걸 유쾌하다고 포장하고 좋다고 얼씨구나 해주는 꼴은 골때리게 잘 쓰지 않는 한 웃어줄 일이 없을 것 같다.


젊작상 신문은 그냥 약간...... 작가 덕질하라고 만든 tmi 정보 모음집 같은 거였다. 박서련이 오버워치 많이 했고 단편 쓰는 동안에도 했다는데, 아니 그럼 오버워치를 소재로 삼지 도대체 왜......



개인감상


2021년 젊작상을 산 건 순전 관성에 의한 똥믈리에 짓거리였고, 그렇게까지 후회하지 않는다. 떡밥 참여한 의의도 있고, 선발대로서 단편 하나하나 리뷰하고 총집편까지 쓰는 갤러가 한 명쯤은 있어주는 게 좋다 싶고. 물론 내 리뷰가 양질의 리뷰였냐고 하면 차마 긍정하진 못하겠지만......


다만 이 이후로 최신 젊작상을 살 일은 없어진 것 같다. 2018년 2020년 그리고 2021년 읽으니까 느낀 건데, 임성순이 마지막 '재밌어서 뽑은' 젊작상이 아닐까 싶다. 2019도 읽어야 확실한 답을 내리겠지만, 감상문 대충 훑어보니...ㅎ 그리고 심사경위 보면 자기들이 이렇게 뽑은 걸 엄청 자랑스레 여기는 걸로 봐선 2022년에 대단한 반전이 있을 것 같지 않고, 요새 사회적으로도 소재거리가 빵빵 터져준 덕에 내년도 비슷하거나 더 질 낮거나 하면 했지, 좋아질 것 같지 않다.


그냥 어느 갤러 추천해준 대로 문지의 보다 함 볼까 싶음. 어차피 최신판 겉절이 소설은 계속해서 읽어야 된다는 나름의 의무감 같은 건 있어서...... 이건 내가 작가지망생이라는 어쩔 수 없는 굴레임(...) 물론 자주 읽는 건 내 정신건강에 해로우니 검증된 고전과 꿀잼책들로 힐링해야지.


마지막으로, 젊작상의 잘못을 논할 때 책임을 뽑은 심사위원들에게 돌리는데, 개인적으로 박서련이나 한정현, 김지연 같은 작가들은 작품 자체로도 문제가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그걸 뽑아줬단 점에서 문제가 더 큰 건 맞지만...... 소설가가 자기 할 말'만' 하려고 쓰는 존재는 아닌데 말이다. 독자에게 할 말만 늘여놓고 박수 받는 건 어디까지나 그들과 공유하는 정체성이라는 점에서...... 나는 재밌는 소설가가 한국에서 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그래야 정말로 재밌는 소설가들이 문학판과 대중 사이의 괴리를 깨고 나와주지. 재미와 유머만큼 사람들의 편견과 진입장벽을 허물어주는 좋은 것도 없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