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괴뢰군전사가 쓰러져 있다
의성에서 안동으로 죽령으로
바람처럼 몰아가는 추격전의 한때를
내 추럭에서 뛰어내려 목을 축이고
조찰이 피어난 들국화를 만지노라니
길가 푸섶에서 백묵으로 써서 꽂은
나무 조박이 하나
"여기 괴뢰군전사가 쓰러져 있다"
그 옆에 아직
실날 같은 목숨이 붙어 있는 소년의 시체
검붉은 피에 절인 그의 사지는 썩었고
반만 뜬 눈망울은 이미 풀어져 말을 잊었다
아프고 목마름에 너 녀기를 기어와
물고에 머리를 박고 물을 마셨음이려니
같은 조국의 산하
네 고장의 흙냄새가 바로 이러하리라.
아 이는 원수이거니
한 핏줄 겨레가 아니거나 다만 그대로
살아 있는 인간의 존엄한 애정!
누가 다시 이 영혼에
총칼을 더할 것이냐.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가듯이
어쩔 수 없는 안타까움이
아직도 남아 있음이여!
저 맑고 푸른 가을 하늘 아래
가열한 싸움의 한 때를
서럽고 따뜻한 마음으로 새긴
나무 조박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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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악의 '원쑤의 가슴팍에 땅크를 굴려라'처럼 북한의 전쟁시는 제목이 살벌해서 그런지 유명한데 남한의 전쟁시는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소개해봄
6.25전쟁 때 글 쓰는 작가들은 뭐했냐~?
조지훈은 종군 문인단 부단장으로서 전투하는 국군 대열에 참가하여 평양까지 다녀왔다고 함
대부분의 전쟁시는 북한의 전쟁시처럼 사기 고취나 프로파간다 성향이 짙은데
조지훈의 이 시는 보다시피 전쟁 현장을 증언하고 전쟁의 참혹함을 표현하고 있음
그 시대에 적의 시체를 보면서 전쟁의 슬픔이나 인간에 대한 연민을 표현한 것이 신기하지 않니
다들 한국시도 읽자구 츄라이 츄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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