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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주저리 써서 난잡함

'인간실격'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은커녕 독서경력 자체도 길지 않으니 이게 웬 헛소린가 싶은 내용이 보여도 양해 부탁해요




1.
'인간실격'에 대해 가볍게 이야기하는 댓글을 언젠가 인터넷(아마 디씨, 어쩌면 독갤?)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다이나믹하게 산 앰창인생들이나 공감하면서 재밌게 읽을 법한 책'이라고 까는 내용이었음

그 말이 어째선지 뇌리에 남아서,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도 조마조마했음. 이해해버리면 어떡하지? 공감해버리면 어떡하지? 보통은 그렇게까지 신경쓰진 않겠지만 필자는 유달리 귀가 얇은 사람이라 자꾸 그 댓글이 머리에 맴돌았음

생활력이 부족한 요조 씨. 사람을 익살로 대하면서도 늘 속내를 들킬까 불안하기만 한 요조 씨. 성적은 좋지만 배움은 없는 요조 씨. 어딘가 현실성 없는 꿈을 간직한 요조 씨.

아닌게 아니라 필자랑 닮은 점이 많아도 너무 많았음. 유흥에 빠진다거나 자살시도 경험은 없지만 동질감을 느끼기엔 충분했음.

딱히 부정할 생각도 안 들 정도로 아, 나도 개찐따 앰창인생 맞구나... 하고 설득당한 느낌?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재미있게 읽었다는 뜻이지만 조금 씁쓸했음



2.
요조라는 인물이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길 담고 있다는 건 굳이 표지 상세나 해설을 읽어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음

하지만 그만큼 적나라하게 작가의 자기주장이 담겨있으면서, 잔인할만큼 자기 자신을 객관화시켰다는 점 또한 생생하게 느껴져서 소름끼쳤음

사람이 자기 자신을 이렇게 냉정하게 다룰 수가 있나. 작가에겐 자기 자신마저 이미 타인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마저 들어서 안쓰럽기까지 했고

과장 좀 보태서 마치 자기 가죽을 벗겨서 박제로 만들어 전시해놓은, 그런 흉흉함이 느껴지는 글이었음.



3.
자살이라는 소재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널리 쓰이지만 극중 요조의 자살 시도는 어쩐지 결이 달랐음.

난 자살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하나는 죽음으로서 주목받고 싶어하는 심리 (영웅적 자살, 혹은 비애에 빠진 자신을 알아봐주길 바라는 자살), 다른 하나는 죽음으로서 다른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고자하는 심리임 (피해를 주든 득을 주든).

그런데 요조의 자살 시도는 생을 끝내는 것 자체에만 초점을 맞춘, 정말 아무것도 바라지 않은, 죽기 위한 죽음처럼 느껴졌음.

이미 자기 자신과 세상에게 너무 크게 실망과 좌절을 반복해서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낫다고 확신해버린 느낌.

어느 누가 요조한테 "사는 게 죽는 것보다 낫다"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4.
글 소재가 소재다보니 자살로 생을 마감한 주변 사람 생각이 참 많이 났음

유서 한 장 없이 간 그 사람이 대체 어떤 마음으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얼마나 고독하고 절망스러웠길래 그랬는지 나는 아직도 알 수가 없음

어쩌면 그 사람도 요조처럼, 죽기 위해 죽은 게 아닐까 싶기도 함



5.
앞서 적었다시피 필자는 굉장히 귀가 얇은 사람이라, '인간 실격' 씩이나 되는 작품을 두고 어떤 게 별로였다, 어떤 게 아쉬웠다 평가할 배짱이 없는 사람임

대단한 작품이니까 지금까지 사랑받겠지, 이 정도 감상이 최선이라 부끄러울 따름임

하지만 그만큼 이 작품이 가진 의의나 위대함보다는 극중 인물의 상처, 그리고 독자인 나 자신의 상처에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음.

이상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