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존 헤가티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1944년생이고 영국태생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크리에이티브상을 수상한 영국의 광고회사 BBH(Bartle Bogle Hegarty)의 창업자이기도 하다. 광고로 기사작위도 받았단다. 그러나 그의 얼굴을 보면 사기 좀 잘 칠 것처럼 생겼다. 가상화폐 투자하라면서 사람 모으는 바람잡이 같다. 사기꾼이 창의성을 얘기한다니 요상한 신뢰가 간다. 창의력이 있어야 사기도 치는 법이니까. 어쩌면 창의력이 가장 필요한 일이 사기일 수도 있다.
이 책의 원제는 Hegarty On Creativity : There are No Rules.다 . 출판사에서는 왜 지그할 때, 재그 하라!라는 제목으로 출판했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그냥 영어 발음 그대로 온 크레이티비티가 났겠네. 출판사가 제목짓기에 지나친 창의력을 발휘한듯 싶다.
책의 부제 - 헤가티의 49가지 창의적 생각법-와 같이 49개의 방법으로 구성됐다. 그 방법들은 나름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책의 초반부는 창의적이 되기 위해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으로 시작한다. 중간에는 창의적인 일을 할때 부딪히는 상황을 두고 어떻게 해야될지를, 후반부에는 어느정도 성공한 뒤 가져야될 마인드에 대해 얘기한다.
대개 창의성 어쩌고 하는 책들은 사기다. 창의력은 유전자 빨이다. 창의력은 유머감각이나 마찬가지다. 유머감각은 노력한다고 생기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아니 그럼 이 책을 왜 읽었냐고? 당연히 창의성이 없으니까 읽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행복한 인생을 사는 법’ 류의 책을 읽는 법이다.
하지만 이 책은 최소한 ‘행복한 인생을 사는 법’류의 책보다는 덜 따분하다. ‘행복법’ 책들은 대개 세상 사람들과 교감하면서 살라고 한다. 인생의 행복은 거기 있다며. 반면, 헤가티는 사람들과의 협업이 결코 창의적이진 않다고 한다. 브레인스토밍으로 내놓은 어떤 방법이나 작품들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위대하거나 탁월하진 않다. 브레인스토밍은 그저 합의점일 뿐이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그런 식으로 발견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점이 ‘행복법’ 류의 책들보다는 덜 따분한 이유다.
‘존경하되 숭배하지 말라.’란 조언은 새겨들을만 하다. 레이먼드 카버도 소설을 쓰기 시작할때에는 존 치버의 단편을 따라했다. 하지만 결국 카버는 자신만의 것을 창출해 냈다. 그저 숭배했다면 그처럼 성공하지 못했을 거다. 독자성을 가지란 얘기다.
‘예측, 빛과 그림자’편 에서는 시장조사의 맹점에 대해 이야기 한다. 시장조사는 적당한 제품을 만들지만, 그 이상을 만들지는 못한다고. 시장조사를 통해 작품을 만들었다면 <심슨가족>은 나오지도 못했을거다. ‘내가 사람들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물었다면 그들은 더 빠른 말이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그리고 헨리 포드는 자동차를 만들어냈다.
그럼 과연 어떻게 하면 창의적이 될수 있는지 정리해 보자. 그의 조언은 대략 이렇다. 세상을 관찰하라. 예술작품을 감상해라. 존경하되 숭배하지 마라. 예술작품만 감상하지 말고 이코노미스트를 읽어라. 하나에 집중하라. 단순해져라. 작품이 구린지 안 구린지 스스로에게 물어라. 자만하지 마라.
이야기는 한 줄로 요약할 수 있을 듯하다. ‘세상과 소통하되 하고 싶은 거 계속해라.’ 써놓고 보니 별거 없네. 이걸로 분명해진 것은 창의성이란 건 글로 표현해내기 굉장히 어렵다는 사실이다.
광고계에서 나이든 사람을 찾아보기란 힘들다. 그만큼 신선하고 독특한 아이디어를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헤가티는 40년 이상을 일해왔다. 그는 오랫동안 일할 수 있었던 비법을 알려준다. ‘냉소적인 사람이 되지 마세요.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세상과 교감하세요. 마지막으로, 돈은 철학이 아니고 도구라는 것을 기억하세요.’ 앞서 한줄로 정리한 이야기보다 훨씬 와닿는다. 이건 방법이 아니고 인생관이다. 나이 75세가 다가는 크레에이티브 디렉터의 조언은 곱씹을 만하다. 헤가티는 결국 이 말을 하기 위해 수많은 떡밥을 뿌려온 듯 싶다.
물론 그의 조언에도 전혀 공감되지 않는 것도 있다. 나쁜 날씨가 창의력에 좋다면서 런던이 언제나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창의성의 도시 하나로 꼽힌단다. 헤가티는 LA에서 평생 산 찰스 부코스키를 읽지 않은 게 틀림없다.
시장조사 맹점애 공감
존경하되 숭배하지 마라. 독자성을 가져라. 멋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