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붕이 여러분들. 저는 무명글쟁이입니다. 두어시간 전에 심심해서 올린 글 하나가 있는데 비추가 많네요. 크흑. 반성합니다.
책 내고서 북튜버 방송 두 군데 나갔는데 두 군데에서 공통적으로 얘기해준 꼭지가 있어영. '신발과 출판사'라는 글인데... 글이 나쁘지 않게 보였나 봅니다. 책의 세 번째 꼭지인데.. 인터넷 서점에서는 앞 두 꼭지까지 미리보기 서비스 되드라구요? 두 꼭지 미리보기 하나, 세 꼭지 미리보기 하나, 뭐 별 차이 있겠는가 싶어서 전문 올려봅니당. 출판사에 얘기 안했는데...뭐 괜찮겠지요.. 후우. 시간되실 때 읽어주쎄영.
제가 SNS나 디시에 글 쓸 때는 다소 주접을 떨며 쓰기는 하는데... 출간용 원고를 쓸 때는 나름 진지하게 써서, 무명글쟁이는 어떤 스타일로다가 글을 쓰는가 하고 봐주셔도 좋지 않겠는가...싶고요. 출판사에 투고하고 처음으로 계약 미팅을 위해서 출판사에 가던 에피소드를 적은 글입니다. 독갤에 어울리는 책과 관련된 글 아닐까 싶어영. 2019년도 여름의 일인데 지금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독갤에 출판사 편집자 분들도 계시던데... 저는 출판사 가던 시간이 좀 많이 떨렸어요. 독붕이들도 누가 출판사 구경시켜줄게~ 가보자~ 하면 막 두근두근 하지 않겠습니까아아아... 그래도 누가 맛있는 거 사준다고 따라가자 그럴 때 함부로 막 따라가고 그러면 안되겠습니다만. 네네.
며칠 전 회사 건물 천장에 텍스 공사한다고 하더니, 인터넷선을 다 잘라 먹었습니다.
인터넷 선을 새로 깔았더니 IP가 바뀌었군요. IP가 바뀌어도 여전히 무명글쟁이입니다.
책 이야기 - 글 올리기 전에 알라딘 접속했더니, 장류진 작가 장편이 나왔네요. 재미있을런지... 저는 일단 장바구니에 살짝 담아봅니다.
<신발과 출판사>
규칙은 이러하다. 주말에 아웃렛 등을 돌아다니다가 예쁘고, 싼 신발이 보이면 일단 사놓는다. 당장에 신지는 않더라도 카드를 긁고 보는 것이다. 신발에도 출시 기간이라는 것이 있어서 눈에 띄게 예쁜 신발이 언제 단종이 될지 모르고, 할인 폭이 클 때 사놓는 게 여러모로 득이 되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새 신발이 좋았다. 발은 불편하더라도 때 묻지 않은 깨끗함과 발목을 감싸주는 그 짱짱함이 좋았다. 나이가 들어서는 헌 신발이 좋다. 아무렇게나 발을 욱여넣어도 착 달라붙는 편안함이 좋은 것이다. 나는 패션 피플과는 거리가 먼 사람. 단 한 켤레의 신발만을 신고 다닌다.
단 한 켤레의 신발을 신다 보니 오래 쓰지는 못한다. 길면 1년. 단화의 생명력은 짧으면 석 달이다. 군대 훈련소 시절 야간 행군 때 장교의 “너 이 새끼, 발 끌지 마” 하는 소리가 없었다면, 나는 내 걸음걸이의 문제를 눈치채지 못하고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몹쓸 걸음걸이로 밑창이 망가지고 빗물이 새어 들어올 정도면 그제야 신고 다니던 신발을 버리고, 미리 사다 놓은 새 신발을 신는 것이다.
원고를 투고하고 어느 출판사와 미팅할 기회가 있었다. 출간 계약을 제안 받은 것이다. 신고 다니던 신발의 밑창은 닳았고, 가끔은 빗물이 들어오기도 했다. 아내는 출판사와 미팅하려면 신발이라도 깨끗하게 신고 나가라고 했다. 그렇게 어느 해 여름날엔 아내와 아웃렛을 돌아다니다가 새 신발을 사곤 했다. 출판사와 미팅을 할 때 꺼내 신으려고.
새로 산 신발은 오로지 신발 본연의 기능만을 한 채 역시 1년을 버티지 못하고 버려졌다. 계약을 제안했던 출판사가 계약서 초안까지 보내주었다가, 도저히 손익 분기를 맞출 자신이 없다며 물러선 것이다. 아내가 사준 새 신발의 목적도 사라져 버린 셈.
신발 하나 사는 데도 출판사와의 미팅을 생각했으니, 내 발목을 붙잡고 나를 끌고 다니던 것은 신발이 아니라, ‘글’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일만 자의 메일을 보내 준 편집자는 진짜 ‘계약’ 미팅을 위해 출판사 주소를 보내주었다. 광화문역에서 버스를 타면 평창동에 있는 출판사 앞에 내릴 것이라고 해주었다.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녹색 버스를 타자 버스는 부암동 고개를 넘어 평창동으로 나를 데려가 주었다.
출판사는 나선형 계단으로 되어있는 건물의 2층에 있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입구 오른쪽에 신발장과 실내화가 눈에 들어왔지만, 실내화로 갈아 신어야 하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실내화 주인이 따로 정해져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라, 나는 신발을 갈아 신지 않고 그저 나선형 계단을 올라갔다. 분명 출판사는 2층이라고 했는데, 2층 현관문 앞에는 초인종이나 어떠한 현판도 붙어있지 않아서 실제 출판사가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어릴 때는 아무 집 초인종이나 누르고 도망도 잘 쳤는데, 나는 현판 없는 출입문의 문을 당기기도 겁이 났다.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노크겠지. 몇 번의 노크를 했지만 답이 없었다. 아, 혹시 여기가 아닌가. 왜 사람 기척이 없는 거지. 나는 도로 1층으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한 여름날 얇은 상의는 땀으로 얼룩져있었다. 건물 1층에는 작은 갤러리가 있었는데 마침 그 안에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어서 물어보았다.
“혹시 여기 2층이 XX출판사 맞나요?”
출판사가 맞다는 대답. 번지수는 잘 찾아왔다. 다시 2층으로 올라가서 노크를 하니 이번에는 머리가 하얀 중년의 여성이 문을 열어주었다. 출판사의 회계부장이라고 했다.
“안녕하세요. 저... 오늘 저자 계약 건으로 왔는데요.”
태어나 처음 본 출판사의 내부는 깔끔했다. 파티션이 잡힌 몇 개의 책상과 또 몇 개의 방들이 보였다. 한쪽 서재에는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담당 편집자로 보이는 분이 한쪽 방에서 걸어 나왔다. 간단하게 인사를 나눈 후, 편집자는 실내화를 신어야 한다며, 자신이 실내화를 갖다주겠다고 말했다. 나는 그러지 말라고, 내가 직접 가서 신고 오겠다고 말하곤, 다시 1층으로 내려갔다. 내 삶은 왜 이다지도 시트콤 같은 걸까.
나선형 계단을 다시 왕복하고서야 우리는 테이블에 앉아 계약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땀에 절은 내 모습이 조금 처량해 보였을까. 편집자는 얼음이 담긴 물을 건네주었다. 이미 프린트된 계약서에 인세와 증정 부수, 저자 인적 사항 등을 수기로 적고서는 도장을 찍었다. 도장을 눌러 찍는 손이 덜덜 떨렸다. 담당 편집자는 나에게 계약 관련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었지만, 사실 귀에 잘 들어오질 않았다. 신인 저자로서 생각할 수 있는 최상의 계약 조건이었기에, 나는 별다른 질문 없이 계약서를 작성했다.
담당 편집자는 적을 두고 있는 출판사에서 공저로 소설을 쓰기도 한 사람이었다. 책을 만들고 파는 출판사의 일상을 다룬 소설에서 편집자의 시선으로 소설의 한 부분에 참여한 것이다. 투고하면서 관심이 가는 소재였기에 나는 초판을 여러 번 읽은 상태였는데, 마침 그 소설의 개정판이 나온 지 얼마 안 되어 편집자는 나에게 새 책을 선물해주기도 했다.
“아, 저 이 책 읽었는데, 그래도 개정판이니까 받을게요. 그리고 혹시 몰라서 초판을 가지고 왔는데요.” 라고 말하고 가방에서 책을 꺼내 편집자에게 내밀자, 그는 내 의도를 눈치챈 듯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사인이요? 아니에요, 아니에요. 나중에 제 이름으로 혼자 책을 내면 그때는 몰라도...”
저자 계약을 하러 간 사람이 담당 편집자에게 사인을 요구하는 모습이 조금은 재밌어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실내화를 갖다주겠다는 편집자의 호의를 거절하고, 편집자는 책에 사인을 받길 원한 내 부탁을 사양했다. 서로가 그렇게 예의를 갖추면서, 조금은 조심스럽게, 또 약간은 정신없이 계약 미팅을 마쳤다.
계약서가 담긴 서류 봉투는 옅은 보랏빛이다. 보기만 해도 닳아 없어지는 게 있다면, 이 보랏빛의 서류 봉투와 계약서는 이미 우주에서 소멸해버렸겠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고서 나는 한참동안이나 계약서가 담긴 서류 봉투를 끌어안고 보았다. 마치 놓아버리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손에 쥐고서는.
버스 바깥의 풍경은 여느 날과 다름없었다. 7월의 햇살은 뜨거웠고 나는 더웠다. 이어폰에서는 언젠가 당신의 이야기가 전해질 거라고 노래하는 제임스 블런트의 <One Of
The Brightest Stars>가 흘러나왔다. 날씨가 더워서였을까. 나는 버스 안에서 눈시울이 조금 붉어졌다.
많은 장면이 꿈처럼 느껴지는 그날,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 하나가 있다. 신발이다.
광화문에서 부암동, 평창동으로. 또 나선형 계단을 세 번이나 오르내리던 그날 나는 분명 새 신발을 신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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