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신영복 얘기 있길래 덧붙임
일단 나는 신영복을 좋아함 (문재인은 싫어함 오해 마셈)
지금도 일개 학식에 불과한 좁밥이긴 하지만
지금보다 더 책도 적게 읽고 좁밥시절에 신영복 책을 인상깊게 읽어서 객관적이지 않을 수도 있음
여튼 나는 밑에 신영복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 반박하고 싶은데
1) 좌파적이다
2) 과하게 민족주의적이다
3) 명성에 비해 깊이가 얕다
1번은 일단 논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서 넘어가겠음. 다음으로 민족주의는 그 사람 또래에선 어쩔 수 없는 거라고 봄. 일제강점기에 태어나서 유년기에 해방을 본 세대임. 소련-미국 사이에서 나라가 갈라지는 것도 피부로 경험한 세대고. 고로 1, 2번은 본인이 알아서 걸러 읽으면 됨. 오히려 자기 생각, 사상 대놓고 얘기해서 거르기도 쉬움. 더구나 신영복 책은 그 성격상 저자의 치우친 스탠스가 드러나는게 결정적인 흠이 되지도 않음. 나는 오히려 신영복 책의 장점이라고까지 생각함. 이건 뒤에 더 자세히 설명하겠음.
그럼 결국 3번이 남는데, 일단 신영복은 학술 연구자가 아니라는게 옹호하는 의견의 주된 논점이 되겠지. 강의든 담론이든 학술적인 내용을 다루는게 아님. 그런데 누가 비판했듯이 "강의"를 비롯해서 신영복 책을 또 단순한 에세이로 볼 수 있느냐면 그렇지도 않기는 함. "강의" 자체가 저자의 동양고전 강독을 옮긴 책이니까. 서문에서도 분명히 본인은 동양철학 전공자가 아니라 이런 수업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함. 물론 저자가 미리 서두에 전문적이지 않음을 밝혔다는 사실이 이 책의 퀄리티를 얘기함에 있어서 중요하진 않음. 그러거나 말거나 별로면 별로인 거니까. 그리고 그런 점에서 분명히 결점도 있음. 동양철학을 정확하게 공부한 사람도 아니고, 경제학을 박사 학위까지 수료한 사람도 아님. 비판자들이 말하는 학식의 얕음은 대체로 이런 걸 말하는 거겠지.
이에 대해서 나는 이 사람이 20년 동안 옥살이를 했고, 다시 한 번 이 사람이 41년에 태어난 사람이란 걸 먼저 분명하게 밝히고 싶음. 지금도 내가 알기로 국내 학계가 세계적인 담론과 학술적 연구결과들을 수용하는 속도는 영미권에 비해서는 한참, 일본에 비해서도 몇 년은 뒤처진다고 알고 있음. 저 당시 지식인이 배우고 흡수할 수 있는 지식이라고 해봐야 한계가 명확함. 더구나 군부정권 치하 교도소에서 20년을 썩아야 했던 사람임. 동양고전을 읽기 시작한 것도 한 권으로 최대한 오래 읽을 수 있는 책들을 읽으려다 보니 읽게 됐다고 말하고 있고.
물론 이것도 신영복에 대한 충분한 변론은 못될 거임. 그러거나 말거나 별로면 별로인 거니까. 만약 신영복의 학식이 부족하다면 지금 와서 굳이 읽어야 할 필요가 없겠지. 누가 말했듯이 이한 변호사라든지, 더 넓으면서도 더 깊게 배운 젊은 작가들 책으로 다 대체 가능할 테니까.
근데 내가 결정적으로 신영복, 정확히는 신영복의 책을 옹호하고 싶은 건, 신영복의 책은 사상이나 논리의 정확함이나 학자적 역량이 주가 되는 책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인생 역정, 그리고 거기에서 비롯되는 삶을 바라보는 방식과 아주 깊이 연관된 책이기 때문임. 단순한 에세이는 아니지만, 에세이 또는 수필로서의 성격이 아주 강함. 20년이나 고집을 피우며 감옥살이를 한 사람의 진솔한 이야기를 아주 깔끔하고 편안한 문장으로 맛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고 생각함. 혹자는 깊이가 얕다고 했고, 나도 일정 부분은 인정했지만, 학술서적이 아니라 에세이, 수필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또 결코 얕지 않은 작가라고 생각함.
신영복의 책을 나는 일종의 동양고전 이야기를 빌린 일종의 감방문학이라고 생각하고, 그러면서도 감방살이에만 국한되지 않는 삶에 대한 태도, 독서에 대한 태도를 보여주는 책이라고 여김. 어떤 점에서는 빅터 프랭클이라든지 일련의 서구 홀로코스트 문학, 수용소 에세이보다 나은 점도 있다고 생각함. 우선 신영복은 일제시절과 한국전쟁, 군부정권을 거친 한국의 지식인이었고, 프랭클이나 엘리 비젤 같은 작가와는 달리 적어도 갑자기 가스실에 끌려갈 염려는 없었기 때문에 아주 일상적인 감옥생활을 하면서 거리를 두고 삶을 관조할 수 있었음. 기타 감옥문학에서보다 훨씬 다양한 삶의 단면들에 대해 사유할 거리를 던져준다고 생각함.
글이 쓸데없이 길어졌는데, 여튼 신영복 책들은 걸출한 학자, 사상가의 책이 아니라 그냥 소탈한 개인이 쓴 책이라고 보면 배울 게 많으리라고 생각함. 신영복의 글귀들도 이거저거 적고 싶은데 너무 길어서 하나만 적음.
"한 사람의 생각은 그 사람이 걸어온 삶의 결론이다. 함부로 그 사람을 설득하거나 주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이것도 뻔하고 얕은 생각이라고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여하튼 나는 신영복이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에서 많은 걸 느꼈고 다른 사람들도 읽어봤음 좋겠음. 첨언하자면 그 방송 나오는 똑똑한 미국인 타일러도 이 책을 인생책으로 꼽았다고 예전에 들은 것 같네. 여튼 저녁 시간인데 다들 맛있게 먹길 바람. 써놓고 보니까 아무도 안 읽을 거 같네ㅎ
"북한 정부는 남한에서 4.19 혁명이 실패한 주 이유가 바로 공산혁명을 이끄는 당 조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북한이 만든 '남조선혁명론'이 남쪽에 퍼지면서 지하 혁명조직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1964년 3월 15일에 남한에서 비밀리에 '통일혁명당 창당준비위원회'가 조직되었다. 주요 참가자들은 김종태, 김질락, 이문규, 신영복 등이었다"
20년 감방 살이하고 신영복이 나올수 있었던 이유는 전향서를 썼기 때문. 근데 뒷얘기로 그 전향서 가라로 쓴거라고 자기는 달라진거 없다고 신영복 선생이 그랬다는데 그러면 신념을 지키셨네 그냥 잠재적 공산혁명가가 아니라 남파간첩과 연계된 혁명을 지지하는 사람으로서 왜 북으로 안갔는지 모르겠네 그의 에세이에서 그 인격이 뿜어져나오는 느낌은 나도 받긴했는데
비꼬려는 의도가 빤히 보이지만 나는 신영복이 결함없는 성인이라고 한 적도 없고, 치우친 사상 얘기도 썼음. 홀로코스트 문학으로 이름을 떨친 엘리 비젤도 시오니스트였지. 생애에서든 사상에서든 불편부당하고 훌륭한 사람은 없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신영복한테 배운 게 많고. 논점에서 벗어난 지적으로밖에 안 보임. - dc App
님 신영복한테 돈이라도 뜯김?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