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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먹는다. 이를테면 거울이 아니라 위장이다. 이 점을 간과할 때 오해가 발생한다.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충실히 보여주는 위장이 좋은 위장이 아닌 것처럼, 당대적 현실의 세목들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 소설이 꼭 좋은 소설인 것은 아니다. 거울로서의 소설이라는 관념은 끈질기다. 이 관념을 반성하지 않는 비평들은 흔히 소재주의라고 해야 할 어떤 편향에 몸을 싣곤 한다. 그 소재가 무엇이건, 도대체가 미학적으로 태만한 작품은 옹호할 수가 없다. 소수자 혹은 약소자를 스테레오타입으로 재현하고 감상적인 해결책을 반복하는 작품들은 그것이 리얼리즘이냐 모더니즘이냐를 따지기 이전에 그저 ‘나쁜 소설’일 뿐이다. 좋은 소설은 늘 현실보다 과잉이거나 결핍이고 더 느리거나 빠르다. 좋은 소설에는 ‘현실 자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의 긴장’이 있다. 그래서 현실을 설명하는 (정치학적 • 사회학적) 2차 담론으로 완전히 환원되어 탕진되지 않는다. 그것이 소설의 길이고, 그것이 소설의 ‘현실성’을 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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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소설볼 때 생각하고 고민해보던 부분이었는데 읽고서 개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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