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자체에 대한 감상보다는(이미 그건 흔하니까)
작가에 대한 감상을 쓰고싶네요
존 스타인벡은 인간을 좋아하는 류의 작가라고 느꼈어요.
인간이라는 종 자체를 긍정적이고 호의적으로 봐서, 그들이 무슨 사소한 행동을 해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거든요.
그런 류의 사람들은 무슨 글을 써도 거기서 그게 베어져 나와요.
사람들이 시련을 겪는 이야기. 평범한 일상생활을 하는 이야기.
그런걸 써도 거기서 인간에 대한 애정과 호의가 담뿍 느껴져요.
그렇기 때문에 분노의 포도가 끝까지 읽히는거에요.
사실 분노의 포도 자체는 무척 괴롭고 절망적인 이야기거든요.
시작부터 끝까지 상황은 나빠지기만 해요. 애는 유산하고 가족들은 하나하나 죽고 흩어지고. 굶주리고 돈은 떨어지고. 마지막엔 장마가 와서 다 잠기고 차까지 배터리가 나가요.
이런 상황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소설에 넣은건 누구일까요? 조드 일가에 이런 시련을 부여한건 누구일까요? 존 스타인벡이에요.
그가 마음만 먹었더라면 장마 대신 화창한 날씨를 줄 수도 있었고, 조드 일가에게 먹고 살 돈을 줄 수도 있었죠. 그런데 끝까지 가혹하게 조드 일가를 죄어가기만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인벡이 잔인한 악마나 사디스트적인 인물로 느껴지지는 않아요.
오히려 그런 고통과 시련들을 묘사하는 와중에도 농민들을 향한 동정과 애정. 인간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죠.
그런건 숨기려고 해도 숨길 수 없이 문장 구석구석에서 나타나요.
마찬가지로 인간을 혐오하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인간찬가나 인간 예찬론을 써도 그 문장 구석구석에서 인간에 대한 혐오가 느껴지고 그걸 숨길 수 없어요.
그리고 보통 인간에 대한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 성공하는 작가가 되더라구요.
반대는 잘해봐야 음지에서 머물다 스러져버리고요.
존 스타인벡은 36살때 이 작품을 썼더군요
그리고 14년 뒤 50살이 되었을 때는 에덴의 동쪽을 썼다고 하네요.
이런 인간에 대한 애정을 가진 작가가 14년의 세월과 대공황, 2차대전을 겪고 나면 어떤 모습으로 변화되어 있을지 궁금해져요.
에덴의 동쪽도 읽어봐야겠어요.
뭔가 뻔한 내용일 것 같아서 안보는중인데 흥미진진하고 재밌나여 ?
흥미진진한 강렬한 사건이 연속해서 일어나고 그러진 않아요. 소소한 일상이 ㄱ
계속 이어지는데 그게 한 계단 한 계단 절망으로 내려가는 구조에요. 그런데 그 필력으로 묘사한 인간과 자연 풍경. 일상생활 모습. 당시 사회의 모습. 그런 것들이 인상적이긴 해요. 격렬한 것을 묘사할때는 격렬하게. 온화한 것을 묘사할때는 온화하게. 문장력이 능숙해서 편하게 읽혀요
해당 댓글은 삭제되었습니다.
저도 무척 재밌었네요
이게 대공황 당시 미국 농촌 현실이었다는 게 충격이지. 미국이 저 정도였으니 우리는...
한쪽에선 굶주려서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코앞에서 오렌지를 불붙여서 태우고 돼지를 생매장하고.. 그런 장면들도 참 아이러니하면서 안타깝더군요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글이다
누군가에게 그런 생각을 주었다니 기쁘네요
안타깝게도 분노의 포도라는 걸작을 뽑아내는데 모든 것을 쓴 나머지... (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