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동(김영하)


정상적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비정상적인 특징이 나타나면, 비정상적인 정신은 얼씨구나 하며 잽싸게 달라붙게 마련이다. 억울하게도 대학시절에는 정치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는데, 별로 친하지도 않은 껄렁한 놈들의 은밀한 슬픈 사연까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은 내가 원하지도 않는데 찾아와 주절거린 것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이 내밀한 고백을 하려는 기미가 확실하다 싶으면 종종 자는 척, 뭔가에 몰두해 있는 척했고, 때로는 곁을 주지 않으면서 함부로 대했다. 젊은 친구들의 고백, 혹은 그 고백의 말이라는게 잘해봐야 남의 것을 표절한 것이고, 그 사실을 억지로 숨기려다보니 대개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게 마련이다. 판단을 유보하면 희망도 영원하다. 아버지가 점잔빼며 말한 바 있고 나 역시 똑같은 태도로 다시 반복하지만, 인간이라면 응당 갖추어야 할 품위는 실은 날 때부터 사람 나름이다. 이것을 간과하면 다른 뭔가를 놓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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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 (유혜경)


이러한 성격의 소유자들은 나와 같은 정상적인 사람이 나타나면 금방 눈치채고 가까이 오게 마련이다. 그때문에 대학에서 나는 억울하게도 책략가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는데, 그것은 내가 거친,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은밀한 비애를 많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대부분의 은밀한 이야기를 들추어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떤 확실한 근거로 은밀한 이야기가 드러나려 할 때면 나는 잠을 자는 척하거나, 무엇에 몰두하는 척하거나, 또는 적의에 찬 경박한 짓을 하곤 했다. 사실 젊은이들의 은밀한 이야기는, 적어도 그것을 표현할 때 쓰는 말투도 대개 남의 말을 표절하게 마련이며, 피할 수 없는 심리적인 압박감으로 인해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다. 그래서 때로는 어떤 의견 표명을 삼가고 있다는 것이 상대에게 무한한 희망을 줄 때도 있는 법이다. 나는 아직도 나의 아버지께서 점잖게 말씀하셨고 나 역시 점잖게 되풀이한 예의범절에 대한 기본적 의식을, 저마다 다르게 갖고 태어난다는 사실을 혹시 잊어버리기라도 한다면 무언가를 손해 보는 것이 아닐까 하고 염려하곤 한다.